조지아 집권여당 ‘조지아의 꿈’을 창당한 억만장자 비지나 이바니슈빌리가 26일(현지시각) 수도 트빌리시의 당사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조지아 집권여당 ‘조지아의 꿈’을 창당한 억만장자 비지나 이바니슈빌리가 26일(현지시각) 수도 트빌리시의 당사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캅카스 지방의 작은 나라 조지아의 총선에서 친러 집권여당이 승리했다. 그러나 야당이 부정선거라며 반발하고 나서 후유증이 예상된다.

조지아 선거위원회는 26일(현지시각) 99%가 넘는 선거구의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여당인 ‘조지아의 꿈’이 54.09%를 얻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친서방 4개 정당의 야당 연합은 37.58% 득표에 그쳤다. 이런 개표 결과가 최종 확정되면 여당 조지아의 꿈은 의회 전체의석 150석 중 91석을 차지해 단독 과반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된다.

‘조지아의 꿈’의 대표 비지나 이바니슈빌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당이 거둔 이번 성공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며 조지아 국민의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반겼다.

반면 야당은 “부정선거의 단서가 여러 곳에서 나왔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변화를 위한 연합’의 대표 니카 그바라미아는 “이것은 정부에 의한 헌법 쿠데타”라며 “조지아의 꿈이 권력을 유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야당 ‘국민운동연합’의 대표 티나보투차바는 “이것은 조지아의 미래를 빼앗으려는 시도”라며 “야당은 곧 몇 시간 안에 발표할 행동 강령에 모두 단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은 친러 노선을 걷고 있는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과 친서방 야권 연합의 정면 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와 유럽이 교차하는 캅카스 지역에 위치한 조지아는 1991년 옛 소련에서 분리 독립했으나, 여전히 국경을 맞댄 러시아의 영향을 크게 받는 나라이다. 특히 2008년엔 러시아의 침공을 겪었으며, 지금도 남오세티아 분리주의 지역엔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와의 관계는 자국 안보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애초 조지아의 꿈은 2012년 총선 승리로 집권한 이후 친서방 노선을 걸어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친러시아 노선으로 갈아탔다. 조지아의 꿈은 이번 선거에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더욱 민감해진 안보 불안을 부추기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