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러시아 닮은꼴' 언론 통제법안에 2만명 반대시위 (2024. 4. 29.)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5-10 12:15 조회276회관련링크
본문
조지아 '러시아 닮은꼴' 언론 통제법안에 2만명 반대시위
송고시간2024-04-29 16:40
여당, 러시아와 유사한 '외국대리인 지정' 법안 밀어붙여
야권·시민단체 '반대의견 탄압 악용' 반발 "러시아법 물러나라"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흑해 연안국 조지아에서 여당이 러시아와 유사한 언론·비정부기구(NGO) 통제법안 처리를 강행하자 야권과 시민단체 등은 이에 반대하며 대규모 '친유럽·반러시아' 시위를 벌였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중심부의 공화국광장에 약 2만명이 모여 '유럽을 위한 행진'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대는 집권 여당인 '조지아의 꿈'이 밀어붙이고 있는 이른바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 법안이 러시아에서 시민사회와 언론 탄압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법률을 본떠서 만들어졌다면서 이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야권과 인권 단체 100여곳이 가세한 시위 주최 측은 성명에서 "러시아 법을 재도입한 당국은 헌법의 틀을 넘어서고 국가의 지향점을 바꿔 (유럽연합 가입을 향한) 국민의 의지를 저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대형 유럽연합(EU) 깃발을 앞세우고 의회를 향해 행진했다.
의회 앞에 도달한 뒤 일부 시위대가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들어가 의회에 EU 깃발을 내걸려고 시도했다고 AFP는 전했다.
경찰은 예고 없이 최루액을 분사했고 자정쯤에는 전경 수백명이 나와 시위 참가자들과 대치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의회 밖에 경찰 특수부대도 배치됐다고 전했다.
조지아 내무부는 성명을 내고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했다. 시위자들이 법 집행에 물리적으로 맞섰다"고 주장했다.
쟁점이 된 법안은 해외 자금을 20% 이상 지원받는 언론이나 NGO 등을 '외국 권력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관'으로 간주해 '외국 대리인'으로 의무 등록하게 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내게 하는 것이 골자다.
조지아의 꿈은 지난해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다 전국적인 반대 시위 등 국내외에서 거센 역풍이 일자 철회했다가 최근 재추진에 나섰다.
여당은 '외국 대리인' 법안이 친유럽적이며, NGO 등이 받는 해외 자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한다.
반면 야권 등 반대 측에서는 여당이 '러시아식 법'을 통해 정부 비판 세력에 재갈을 물리고 친러시아 노선을 노골화하고자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러시아는 해외에서 자금지원을 받는 단체를 '다른 나라의 이익을 대변하는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하고 통제하는 법률을 2012년 제정해 시행 중이다. 러시아에서 '외국 대리인'은 스파이와 비슷하게 받아들여지는 부정적인 표현이다.
러시아 당국은 이 법을 반대 의견 탄압에 악용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관련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외국인 대리인' 법안이 지난 17일 조지아 의회의 1차 독회(심의)를 통과한 이후 의회 밖에서는 밤마다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법안은 오는 30일 2차 독회에 오를 예정이다. 3차 독회 표결까지 통과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친유럽 성향인 무소속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의회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의회 내 다수당인 조지아의 꿈이 표결을 통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로 할 수 있다.
이 법안에 대해 EU도 우려를 표명했다.
EU는 1차 독회 표결 직후 성명에서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조지아가 EU로 가는 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 법은 EU의 핵심 규범과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옛 소련의 일원이었던 조지아는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수년간 친서방 대 친러시아 노선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EU는 지난해 12월 조지아에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했으나 가입 협상을 공식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사법·선거제도 개혁, 정치적 양극화 해소, 언론자유 신장, 올리가르히(친러 재벌) 권력 축소 등을 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U와 나토 가입은 조지아 헌법에 명시된 목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 이상이 이를 지지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