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해외 원조를 중단하며 태국과 미얀마 국경 인근의 난민촌 병원이 폐쇄됐다. 병원 폐쇄로 인해 집에 돌아오게 된 난민 페 카 라우(71)가 숨져 7일(현지시간) 부고가 붙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 원조를 중단하면서 지원이 끊긴 난민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동남아시아 현지 비정부기구(NGO) 활동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태국 서부 국경 지역의 미얀마 난민촌에 머무는 페 카 라우(71)는 난민촌 병원에서 퇴원한 지 나흘 만인 지난 2일 호흡 곤란으로 숨졌다.
그는 구호단체 국제구조위원회(IRC)가 미국의 지원으로 운영하던 난민촌 병원에 입원해 3년 동안 산소공급을 받았다. IRC는 난민 수만명을 위해 해당 병원을 운영했으나,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이 해외 원조를 90일 동안 동결하기로 하면서 병원 운영이 중단됐다. 라우가 입원했던 병원 외에도 많은 난민촌 내 병원이 폐쇄됐다.
고인의 딸은 “어머니는 몸이 아플 때 ‘병원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만 ‘병원이 없다’고 말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고인의 가족은 빈곤해 산소통을 살 여력이 없었다고 전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병원 폐쇄 이후 난민 환자 여러 명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IRC 대변인은 “이러한 사망 소식을 듣는 것은 무척 충격이다. 유족과 친구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 원조 동결 조치와 더불어 미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를 없애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조치로 인해 동남아 전역의 NGO가 운영 위기에 빠졌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USAID가 지난해 동남아에 배정했던 예산은 8억6000만달러(약 1조2537억원)였고 동남아 11개국 중 6개국이 수혜국이었다. 이 중에는 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 같은 저개발 국가가 포함됐다.
미국이 지원했던 동남아 내 NGO는 주로 지역 사회에서 의료, 민주주의, 개발 등 활동을 하는 소규모 단체였다. USAID 규약에 따르면 이러한 현지 기관은 한 달 이상의 예비비를 보유해선 안 된다. 이 때문에 미국의 지원이 끊긴 직후 바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태국에서 미얀마 난민 구호 활동을 하는 한 NGO 직원은 “이미 의료 센터 대부분을 폐쇄했다. 미국이 아닌 다른 자금을 통해 중증 환자를 태국의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일부 난민촌은 단 몇 주 분량의 식량만 남았다고 파악됐다. 한 USAID 직원은 “모든 파트너(NGO 등)가 받은 것이라곤 활동 중단 명령뿐이고 후속조치는 없다. 소규모 계약자나 NGO는 망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