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저지주의 프린스턴대학교 전경.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 명문대학의 정책 변화를 압박하기 위해 지원 ‘옥죄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아이비리그 명문대인 프린스턴대도 연방정부 지원금이 중단됐다고 AP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아이스그루버 프린스턴대 총장은 이날 학생과 교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 에너지부와 국방부, 항공우주국(NASA) 등 연방정부 기관들로부터 수십 개 연구지원금 종료를 통지받았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지원금 종료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아이스그루버 총장은 “이번 조치의 근거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프린스턴대는 법을 준수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반유대주의를 포함해 모든 형태의 차별에 맞서 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반유대주의 퇴치를 위해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프린스턴대는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법적 절차 권리를 강력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가 대학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미 연방정부로부터 지원금이 중단됐거나 중단 위협을 받은 것은 아이비리그 대학 중 프린스턴대가 4번째다. 앞서 컬럼비아대, 펜실베이니아대, 하버드대가 대학 옥죄기의 대상이 됐다.
아이비리그 대학 등을 겨냥한 보조금 중단 및 재검토 압박은 트럼프 정부가 대학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등 근절을 목표로 추진하는 문화정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교육부는 미국 내 60개 대학에 서한을 보내 캠퍼스에서 유대인 학생을 보호하지 못하면 민권법에 따른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최고 명문’ 하버드대 옥죄는 트럼프, 보조금 13조원 재검토···학자들 ‘미국 엑소더스’ 이어져
컬럼비아대·펜실베이니아대에 지원 취소에 이어
맥마흔 교육부장관 “반유대주의, 하버드대 평판 위협”
하버드대 총장 “생명 구하는 연구 중단될 것”
트럼프 대학 옥죄기에 학자들 캐나다·유럽행
네이처 설문조사, 과학자 75% “미국 떠나고파”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학교 캠퍼스. 게티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고의 명문대로 꼽히는 하버드대를 상대로 90억달러(약 13조3000억원) 규모의 연방기관 계약과 보조금 지급을 재검토한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컬럼비아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 대한 지원 취소에 이어진 조치로, 트럼프 행정부의 계속되는 ‘대학 옥죄기’에 미국 학자들이 캐나다와 유럽 등으로 떠나는 ‘미국 엑소더스’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연방총무청 등은 하버드대와 맺은 2억5560만달러(약 380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재검토하고 있다. 몇 년에 걸쳐 지급되는 87억달러(약 12조8000억원) 규모의 보조금 역시 검토 대상에 올랐다. 하버드대가 캠퍼스 내에서 반유대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방치했다는 것이 이유다.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은 “하버드대는 여러 세대에 걸쳐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자 열심히 공부해 입학 허가를 받으려는 전 세계 학생들에게 포부의 정점이 돼 왔다”며 “반유대주의적 차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해 하버드대의 평판이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버드대는 이런 잘못들을 바로잡아 학문적 탁월과 진실 추구에 전념하면서 모든 학생이 안전하게 느끼는 캠퍼스를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이날 “자금 지원이 중단되면 생명을 구하는 연구가 중단되고 중요한 과학 연구와 혁신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앞으로 반유대주의에 맞서기 위해 취할 조치를 완벽하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하버드대에 대한 지원 재검토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등의 근절을 목표로 벌이는 ‘문화전쟁’의 일환이다. 교육부 등은 지난달 초 아이비리그(미 동부 명문 사립대) 컬럼비아대를 상대로 4억달러(약 5900억원) 규모의 연방계약 및 보조금을 즉시 취소했고, 펜실베이니아대에 대해서도 트랜스젠더 스포츠 정책을 문제 삼아 1억7500만달러(약 26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중단했다.
앞서 교육부는 하버드대를 비롯해 미국 내 60개 대학에 서한을 보내 캠퍼스 내에서 유대인 학생을 보호하지 못하면 민권법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24일(현지시간) 학교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요구에 맞춰 학칙을 개정한 데 대해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학자들의 ‘미국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미국 학자들이 캐나다와 유럽 등으로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예일대 철학과의 제이슨 스탠리 교수와 역사학자 티모시 스나이더, 마시 쇼어가 캐나다 토론토 대학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스탠리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사항에 컬럼비아대가 ‘항복’하는 것을 보고 캐나다로 떠날 결심을 했다”며 “권위주의자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숨어서 자신이 다음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FT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조지아 대학교의 경영학 교수 팀 퀴글리는 스위스 로잔의 IMD 경영대학원으로 떠났다.
FT에 따르면 지난 1~2월 조사한 미국 박사후과정 연구원 293명 가운데 78%가 자신의 지위가 위협받거나 연구가 지연됐다고 응답했다. 네이처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학계에 초래한 혼란으로 인해 응답자 1600명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미국을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대학원 연구자의 경우 690명 가운데 5분의 4가 미국을 떠날 것을 고려했다.
캐나다와 유럽 대학은 미국 학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초 프랑스의 엑스 마르세유 대학은 ‘과학을 위한 안전한 장소’ 캠페인을 시작하며 최소 15명의 미국 과학자에게 1500만유로(약 238억원)를 지원했고, “과학적 망명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수십 명의 학자들의 지원서를 받았다. 벨기에의 브뤼셀 자유 대학은 ‘위협을 받는 뛰어난 연구자들’을 위한 웹사이트와 연락처를 만들어 미국 학자 유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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