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간 전쟁이 지속된 지 한달을 앞두고 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6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현재까지 가자지구의 사망자 수가 1만22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어린이 사망자 수는 4104명에 달해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상자 수는 2만5408명에 이른다.
가자지구 민간인 사상자 규모가 치솟으면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과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엔 주요 기관 18곳의 수장들은 이날 이례적으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전쟁 30일이 지났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즉각적인 휴전이 필요하다. 이제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가자지구에서 많은 민간인이 끔찍하게 살해된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가자지구에 더 많은 원조와 연료를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하마스 측은 이날 라파 국경 개방이 재개돼 가자지구의 외국인과 이중 국적자들의 대피가 허용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집트와 이스라엘, 하마스는 카타르의 중재로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을 개방해 가자지구 내 외국인과 중상 환자의 이동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일 전쟁 25일 만에 처음으로 라파 국경을 통해 외국 여권 소지자와 팔레스타인 부상자들이 이집트로 건너갔다.
이후 사흘 연속 하루 500명 안팎의 외국인과 이중 국적자, 중상자 등이 가자지구의 유일한 대피 통로인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피신했다. 그러나 나흘째인 지난 4일 라파 국경을 통한 외국인 대피가 중단된 바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 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 정권의 광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한 것을 비롯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연일 난민촌과 학교, 병원 등을 가리지 않고 폭격하고 있다. 지난 24시간 동안 난민촌 3곳을 공습했으며 부상자를 나르는 앰뷸런스까지 타격했다. 현재 가자시티 등 북부 가자엔 상당수 민간인이 갇혀 대피 불가능한 상태로 파국을 앞두고 있다.
가자 필수식품 '5일분'…팔' 사망자 1만 명 넘어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6일 현재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과 포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는 어린이 4008명을 포함해 최소 1만22명로 집계됐다. 하마스 공격에 따른 이스라엘 사망자 1440명의 약 7배에 달한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가자 인구 230만 명 중 150만 명이 국내 난민으로 전락했다. 또한 UNRWA 소속 구호 요원 88명이 숨져 단일 분쟁으로선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이스라엘은 세 번째 가자 내 통신을 차단해 가자 주민과 국제 인도주의 구호단체의 외부 연결을 끊어 잔혹 행위 은폐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부터 시작됐던 외국인과 중상자의 대피마저 전날 중단된 상태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온건 성향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집권당 파타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이 "야만적인 섬멸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국제사회에 휴전 지지를 호소했다.
전면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물과 식량, 의약품, 연료, 전기 등의 공급이 차단되고 반입 구호 물품도 턱없이 부족해 가자 주민들은 아사(餓死)마저 걱정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세계식량계획(WFP)의 신디 매케인 집행국장은 가자 내의 필수 식품 재고가 5일분 정도라면서 "처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기 공급 차단으로 가자 내 병원 상당수가 가동이 중단되고 가동 중인 일부 병원도 마취제, 소독제, 항생제 등이 없어 제왕절개와 두개골절제 등의 수술을 마취 없이 진행할 정도다.
튀르키예‧인니, 병원선 파견…요르단은 의료품 공수
이에 인근 요르단과 튀르키예는 임시 의료 지원에 나섰다. 요르단은 가자 야전 병원에 의료품을 공수해 투하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X'(옛 트위터) 글을 통해 "부상한 우리 형제‧자매를 지원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우리는 항상 우리 팔레스타인 형제들을 위해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튀르키예와 인도네시아는 긴급 의료지원을 위해 가자 인접 해역에 병원선 파견 방안을 이집트와 협의 중이다. 그간 튀르키예는 라파 국경에서 가까운 이집트 엘아리쉬 공항에 야전 병원 20개를 조성할 계획이다.
더 이상의 인도주의 참사를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긴급 휴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 없이는 휴전도 없다'며 긴급 구호를 위한 '일시 교전 중지'마저 거부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5일 이스라엘 남부 라몬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인질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휴전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우방과 적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들을 물리칠 때까지 계속할 것이며 우리에게는 대안이 없다고"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극우 반아랍의 아미차이 엘리야후 이스라엘 예루살렘 및 유산 담당 장관이 이날 가자지구에 대한 "핵 공격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해 국제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국무장관‧CIA국장 급파…이스라엘 "교전중지 없다"
누구보다 몸이 단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다.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직후 자위권 운운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 지지를 천명한 바람에 스텝이 꼬인 바이든은 날로 도를 더해가는 이스라엘의 '만행'으로 "가자 대량 학살의 공범"이란 수모까지 겪는 등 국제사회의 비난이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어서다. 바이든은 3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이어 '분쟁 중재자'로 불리는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5일 이스라엘로 급파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고위 인사들과 만나 가자 주민의 절박한 인도주의 위기 완화를 위해 '일시 교전 중지'를 압박하고 있으나 '말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서방국 중 프랑스도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프랑스의 카트린 콜로나 외교장관은 이날 요르단 암만에서 셰이크 모하메드 빔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를 만난 뒤 진행한 회견에서 "즉각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휴전을 하고 이를 통해 정전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면서도 민간인 피해 최소화란 '이율배반적'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가자 주민의 대규모 희생을 방조하는 미국에 경고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레자 아쉬티아니 이란 국방 장관은 "미국인들에게 하는 우리의 조언은 가자에서 전쟁을 즉각 멈추고 휴전을 시행하라는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바이든, 위태로운 입장에 처해"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에 이어 4일 암만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이집트 외무장관들과 만나 가자 사태를 논의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아랍 국가들은 즉각 휴전을 일제히 요구했지만, 미국은 하마스에 재정비의 시간을 준다는 이유로 휴전에 여전히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 블링컨은 서안 지구를 예고 없이 방문해 아바스 PA 수반도 만났다. 결과적으로 전쟁 발발 후 세 번째인 블링컨의 이번 중동 순방은 아랍권의 빗발 같은 휴전 요구와 이스라엘의 거부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 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미 워싱턴포스트는 "전쟁 이후 중동의 모습과 미국의 역할이 매우 불확실한 상태에 놓였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 공격을 확대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위태로운 입장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하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은 향후 48시간 안에 가자시티에서 본격적인 시가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