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고액 헌금 및 정치권 유착 논란을 빚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행정 제재의 일종인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가 정부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가 통일교의 종교법인권을 박탈하는 해산 명령을 청구할 것이란 일본 언론 보도도 나왔다.
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통일교가 ‘종교법인법’에 의한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범행 동기를 밝힌 후 통일교의 고액 헌금 및 정치권 유착 논란이 일자 ‘질문권’을 행사해 조사를 벌여왔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해 11월부터 7차례 질문권을 행사해 교단의 고액 헌금이나 해외 송금 등 600여개 항목에 대한 자료 보고를 통일교 측에 요구해 왔다.
이는 일본 정부가 종교법인법에 따라 종교단체에 ‘질문권’을 발동한 첫 사례로, 일본 정부는 통일교가 이에 따른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자 과태료 부과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부과학성은 조만간 종교법인심의회를 열고 과태료 승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종교법인법 88조는 질문권 행사에 보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 보고를 할 경우 10만엔(약 9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질문권 행사 자체가 첫 사례인 만큼 과태료 부과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종교법인법에 따른 질문권은 1995년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 이후 도입됐다.
질문권 행사를 통한 조사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일본 정부가 통일교에 대한 해산 명령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10월 중순 도쿄지법에 통일교 해산 명령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해산명령 청구를 통해 자민당이 통일교와 결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면서 “정부 조정에 따라 청구 시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아베 전 총리 피살 사건 이후 일본에선 정치권과 통일교의 유착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고, 자민당 점검 결과 당 소속 의원 379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80명이 통일교와 접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착 논란에 아베 전 총리 국장 강행으로 기시다 후미오 내각 지지율은 한 때 20%까지 곤두박칠쳤고,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과 통일교의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종교법인법은 “법령을 위반해 공공복지를 현저히 해친 것이 인정되는 행위” 등이 있는 경우 법원이 종교법인에 대해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 법령 위반을 이유로 해산 명령이 확정된 것은 1995년 사린가스 테러를 일으킨 옴진리교와 2002년 사기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명각사 2건 뿐이었다.
해산 명령이 확정되면 통일교는 종교법인권이 박탈되고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다만 종교단체로서의 활동 자체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해산명령 청구를 염두에 두고 질문권을 행사했지만 불법 행위의 조직성, 악질성, 연속성을 입증할 증거 수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추가로 질문권을 행사할지를 포함해 향후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