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창간기획-정전·한미동맹 70년⑧-미 육군대장 손에 3대 사령부…전작권 되찾아야 군사주권 회복 (2023.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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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7-17 10:04 조회51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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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대장 손에 3대 사령부…전작권 되찾아야 군사주권 회복
⑧70여년 미군에 내맡겨진 군 지휘권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가 수도권 영공을 침범해 대통령실 비행금지구역까지 뚫렸다. 이에 한국군은 무인기를 북한에 띄워 보내며 맞대응했다. 유엔군사령부(유엔사)는 지난 1월 남북의 이런 군사작전이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쪽에서는 “어떻게 유엔사가 우리한테 이럴 수 있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군 당국자들은 당시 사석에서 “유사시 함께 싸울 전우라고 믿었다”며 유엔사에 대해 깊은 실망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유엔사와 한미연합군사령부(한미연합사), 주한미군사령부를 같은 조직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이들 3개 사령부는 사령관의 임무와 기능이 전혀 다른 별개 조직이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반도 전쟁 억제와 방어 기능을 수행하고 한반도 유사시 국군과 미군 전작권을 행사한다. 유엔사령관은 정전체제 관리와 전시 회원국의 전력 제공이 주 임무다. 주한미군사령관은 2만8천여명의 주한미군을 지휘한다. 한국군 당국자가 무인기 사태 당시 섭섭함을 나타낸 유엔사는 정전협정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다만, 유엔사는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
각각 임무가 다른 3개 사령부는 5년 전까지 지휘소와 일하는 사람까지 대부분 같았다. 3개 사령부는 2018년 6월까지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안에 있는 같은 시설을 지휘소로 썼다. 사람 또한 한미연합사 지휘부와 참모들이 유엔사와 주한미군사령부의 직책들을 대부분 겸직했다. ‘한 지붕 세 사령부’는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가 생기면서 ‘분가’했다.
유엔사와 주한미군사령부는 2018년 6월29일, 한미연합사는 2022년 11월15일 각각 서울 용산에서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옮겼다. 유엔사와 주한미군사령부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한미연합사는 따로 청사를 갖췄다.
그러나 여전히 3개 사령부의 사령관은 1명이다. 미국 육군 대장인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과 주한미군사령관을 겸직한다. 그래서 보통 한미연합사령관은 “3개의 모자를 쓰고 있다”고 말한다.
한미연합사령관이 3개의 모자를 쓰게 된 것은 사연과 역사가 있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한-미 동맹의 군사지휘체계는 각 사령부의 창설과 작전통제권 전환이 맞물리며 변화해왔다.
유엔사는 한국전쟁 발발 이틀 뒤인 1950년 6월27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83호(유엔의 대북한 군사제재 결의)와 1950년 7월7일 유엔 안보리 결의 제84호(유엔군 통합사령부 설치 결의)의 근거에 따라 창설됐다는 게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0년 7월14일 미국에 지휘권을 이양한다. 이 대통령은 맥아더 장군에게 “현 적대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한국군에 대한 일체의 지휘권을 이양한다”고 했다.
이후 한·미는 한국전쟁 뒤인 1954년 11월 체결한 한-미 합의의사록에서 “유엔사가 대한민국의 방위를 책임지는 한 그 군대를 유엔사의 작전통제권하에 둔다”고 규정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합의의사록은 미군이 유엔군의 일원이 아니라 미군 자체 자격으로 한국에 계속 주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됐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유엔사의 국제법적 지위가 논란이 됐다. 중국과 옛 소련 등은 당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소련이 빠진 상태에서 채택된 안보리 결의안들이 유엔헌장 위반이라 유엔사 창설 자체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엔사가 미국 지휘를 받는 통합군사령부일 뿐이라며 유엔과 무관하고 국제법적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런 논란을 피하려 유엔사는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업무만 전담하도록 하고, 한국 방위는 별도 사령부를 만들어 맡기는 방법을 모색했다. 결국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됐다. 한국전쟁 때부터 유엔사가 행사하던 한국군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로 위임됐다. 이전까지 미 합참의장→유엔군 사령관으로 이어지는 미군의 작전 통제를 받았던 한국군은, 한미연합사령관의 작전 통제를 받게 됐다.
한미연합사의 작전통제권은 현재 절반만 한국군에 환수된 상태다. 19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는 “임기 내에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고,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12월 평시작전통제권만 넘겨받았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은 여전히 한미연합사에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2월 한, 미 국방장관은 “2012년 4월17일부로 전작권을 한국으로 이양한다”고 합의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2009년) 등 불안한 안보 상황을 들어 전작권 환수 시기를 2015년 12월1일로 늦췄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2014년 4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높아진 북핵·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전작권 전환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양국이 상호 합의한 전환조건이 충족되는 시기에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한국이 전작권을 환수하게 되면 3개 사령부의 역할과 임무가 다시 바뀐다.
한미연합사는 미래연합군사령부로 개편되고, 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이 맡게 된다. 미군 대장은 부사령관을 맡는다. 주한미군 사령관은 유엔사 사령관만을 겸직하게 된다. 3개의 모자가 2개로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한미연합사가 개편, 해체에 따른 지휘권 변화 탓에 정전관리 임무 수행이 어려워지게 된다. 정전관리를 하는 유엔사 사령관은 현재 자신이 겸직한 한미연합사령관 자격으로 비무장지대(DMZ)에 전개된 한국군을 운용해 정전체제 유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연합사가 해체되면 유엔사령관은 이 병력을 지휘할 실권이 없어진다. 이 때문에 2007년 1월 버웰 벨 유엔군사령관은 “전작권 전환과 연합사 해체에 따른 유엔군사령관의 군사적 책무 수행상 부조화 문제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유엔사의 임무를 전반적인 한반도 위기 관리로 확장하려고 한다. 미국은 “유명무실하다”는 말까지 듣던 유엔사의 조직·인력·기능을 2014년부터 꾸준히 확대했다. 전작권 전환 이후 줄어들 주한미군의 역할과 임무를 유엔사를 통해 유지할 수 있다.
미국은 유엔사의 전시 작전지휘 기능 보유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유엔사가 모든 유엔사 지원 전력에 대해 작전지휘권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군 관계자는 “한반도 유사시 다국적 연합전력들이 한반도에 도착한 뒤에도 유엔사가 작전지휘권을 계속 보유할 경우 한국군 대장이 맡게 될 미래연합사령관을 제친 상태(패싱)에서 미군이 북한 핵무기 탈취 등 단독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작권 환수는 단순히 과거 한국이 미국에 양도한 군사주권을 되찾아온다는 의미를 넘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군사안보적 환경을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전작권 환수에 입을 닫고 있다. 지난달 7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서’에는 전작권 전환 언급이 없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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