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창간기획-정전·한미동맹 70년④-친미서 반미, 다시 호감…국민들의 시대별 미국 인식 변천사 (2023.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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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7-17 09:56 조회58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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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서 반미, 다시 호감…국민들의 시대별 미국 인식 변천사
1970년대 친미, 80년대 반미
2010년대 들어 다시 호감
“최근 반미자주화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대학가는 물론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쟁점의 하나로 떠올라 있다. 지난달 서울 미국대사관 및 광주 미문화원 화염병 투척 사건은 반미 감정이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얼마나 심화되어 있는가를 고통스럽게 보여주었다.”
1988년 6월7일치 <한겨레> 사설의 한 대목은 당시 미국에 대한 한국의 분위기와 정서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한국인의 주변국 호감도 조사에서 미국이 수년간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하는 현재 상황과는 거리감이 크다. 1953년 10월 한-미 동맹이 맺어진 뒤 70년 동안, 미국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감정은 요동쳤다. 한국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 한국의 경제적 위상 변화, 북한·중국과의 관계 변화 등과 맞물려 한국인의 대미 감정은 굴곡을 겪어왔다.
1970년대까지 한국은 “양키 고 홈”이란 구호가 나오지 않는 ‘반미의 무풍지대’로 불렸으나,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두환 등 신군부의 무도한 집권을 미국이 묵인하자 이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반미 운동의 밑불이 됐다. 1980년대 <동아일보>가 실시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을 좋아한다’고 한 응답은 1984년 69.9%에서 1988년 37.4%, 1989년 30.1%로 뚝 떨어졌다.
주한미군이 일으킨 끔찍한 범죄, 사고는 ‘불평등한 한-미 관계’에 대한 시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경기도 동두천시 기지촌에서 주한미군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윤금이씨 사건(1992년)과 서울 이태원 외국인 전용 클럽 여종업원 살해 사건(2000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두 여중생의 압사 사건(2002년) 같은 미군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한국의 재량권 확대를 위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소파) 개정 요구가 강하게 나왔다. 여중생 압사 사건 이후 2002년 12월 서울 광화문에 10만명이 촛불을 들고 모여 소파 개정과 미군 처벌을 요구해, 촛불집회의 시초가 됐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일으키고 ‘미국이 벌일 다음 전쟁은 한반도가 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퍼졌다. 2008년 리서치앤리서치의 청소년 여론조사에서 ‘한국 안보에 가장 위협인 국가’를 묻는 질문에 미국(28.4%)이란 응답이 북한(24.5%)보다 더 많았다.
반미 바람은 2010년 무렵부터 약해졌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2007년부터 실시한 통일의식조사에서 한반도 주변 4대국 중 미국을 ‘가장 가깝게 느끼는 국가’라고 답한 비율은 매해 늘었다. 미국을 협력 대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2016년 이래 쭉 80%대를 유지했고, 지난해엔 86.3%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서 미국·북한·중국·러시아·일본 5개국에 대한 호감도를 0도에서 100도 사이로 점수를 매겨보라는 질문에 미국의 호감도가 57.2도로 가장 높았고, 일본은 34.9도로 그 뒤를 따랐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내 반미 운동은 국민들이 한-미 관계를 점차 대등한 관계로 인식하면서 가라앉은 것 같다”며 “한국 사회가 한층 성장하고 미-중 전략경쟁 등 복합적인 현실 속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고 짚었다.
미국을 향한 높은 호감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것일까. 1999∼2002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정치과장으로 근무한 전직 외교관 데이비드 스트라우브의 책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2017년) 해제를 쓴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졌다기보다 중국, 북한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고 봐야 할 수도 있다”며 “주한미군의 변경이나 북한 핵에 대한 미국의 태도, 한-중 및 남북 관계도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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