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창간기획-정전·한미동맹 70년⑥-유엔도 북핵 제재 못한다…신냉전 구도 강해지며 기능 상실 (2023.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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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7-17 10:00 조회54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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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핵위기 현주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위협이 커지고 있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의 통제 기능은 상실된 상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사이의 패권 다툼이 격화하면서 신냉전 구도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해 세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했다. 지난해에도 30여차례에 최소 70발에 이르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를 발사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는 2017년 대북 제재 강화 결의안 채택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유엔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실험에 일치된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발사체 ‘천리마-1형' 발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에 유엔 안보리는 지난 2일 공개회의를 열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안보리 결의의 노골적 위반이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며 “해양, 항공 교통을 방해했을 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에 불안을 조성했다”며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겅솽 중국 차석대사는 “미국이 한반도를 인도·태평양 전략에 편입시키면서 그 주변에서 군사적 주둔을 크게 증강해 한반도와 주변국들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안나 옙스티그네예바 러시아 차석대사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압력 증가가 북한의 행동을 촉발했다. 제재 압력 강화라는 비인도적 정책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결국 회의는 대북 규탄 성명이나 추가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했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재발사를 예고한 상태다. 안보리는 지난달 27일에도 북한의 유류 수입 상한을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이 역시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 부결됐다.
안보리에서 새 결의안을 채택하려면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등 5개 상임 이사국 가운데 단 한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신냉전 구도가 이어지는 한 북핵, 미사일에 대한 제재도 난망한 셈이다.
여기에 최근 악화한 한-중 관계는 북핵·미사일 해법을 더욱 꼬이게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은 지난달 22일 방한한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 담당 국장)을 통해 ‘4대 불가’ 방침을 전했는데, 여기엔 ‘악화한 정세 아래 한국의 대북 주도권 행사 불가’ 항목이 들어 있다. 이는 한국이 미국 밀착 정책과 한·미·일 공조 강화 방침을 이어가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면 한국의 대북 정책이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겠다는 것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중국과 협의해야 하는데 한국은 중국과도 대립하고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대북 강경책이 실효성보다는 국내 정치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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