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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망할지도 모른다"... 성균관대학교 교수·연구자 248명 시국선언 (2023.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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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4-25 12:13 조회5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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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망할지도 모른다"... 성대 교수·연구자 248명 시국선언

윤근혁입력 2023. 4. 24. 14:24수정 2023. 4. 24. 16:36
[현장] 무능·굴욕 외교 규탄... "개교 이래 최대 규모 선언, 국정 쇄신 없으면 정권 종식 투쟁"

[윤근혁, 권우성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방미와 취임 1주년에 즈음한 성균관대 교수ㆍ연구자 시국선언(참여자 248명)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정문에서 열렸다.
ⓒ 권우성
  
[기사 보강: 24일 오후 4시 30분]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이제 단지 수사가 아니다."

성균관대 교수·연구자들 248명이 24일 오전 11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방문과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린 교수·연구자 숫자는 "개교 이래 최대 규모로 생각된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교수들의 시국선언문 발표를 지켜본 이 대학 한 재학생은 마이크를 잡고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 임기 안에 반드시 나라를 망하게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성대 학생도 참여... "윤 정부 외교, 무능과 굴욕 넘어 재앙으로"
 
▲  윤석열 대통령 방미와 취임 1주년에 즈음한 성균관대 교수ㆍ연구자 시국선언(참여자 248명)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정문에서 열렸다.
ⓒ 권우성
 
성균관대 교수·연구자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정문 앞에서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취임 1주년을 맞는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간 독선적 국정 운영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며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이제 단지 수사가 아니다"라면서 "먼저 민주주의와 협치가 실종되고 '검찰 독재'라 일컬어지는 정치의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일부역 고등문관시험 출신들이 해방 후에도 독재를 떠받쳤듯이, 이 정권하에서도 법률 기술자들이 정치를 사법화하며 권력의 파수꾼 노릇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교수·연구자들은 "고물가와 고금리 때문에 민생은 더할 수 없이 팍팍해졌지만, 오히려 정부는 시대착오적 주 69시간 근무제와 노동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단지 골목길을 걸어가기만 했을 뿐인데 159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태원에서 목숨을 잃었다"면서 "대통령과 장관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진솔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과연 이 정부는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가"라고 물었다.

또한 교수·연구자들은 '현 정부의 외교'에 대해 "군사적 긴장 상태에 놓인 한반도에서 능동적으로 균형을 잡지 못하는 외교는 무능과 굴욕을 넘어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미국의 대통령실 도청과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은 이 정권의 미국에 대한 태도가 얼마나 일방적인지 드러난 일"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실로 단순하고 거친 윤석열 정권이 과연 지정학적 위기 상황을 다룰 수 있는지 진정 우려한다"고 걱정했다.

교수·연구자들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년간 보여준 무능하고도 극단적인 국정 운영을 앞으로 쇄신하지 않는다면 남은 4년을 온전히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전면적 국정 쇄신을 원하고 있다. 그 첫걸음은 당연히 강제동원 배상안의 철회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외교를 참사로 잇달아 몰아넣은 인사들에 대한 문책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이 수반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끝으로 교수·연구자들은 "우리는 윤석열 취임 1주년과 방미를 앞두고, 다시금 굴욕외교를 규탄하며 국정 전반의 쇄신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전국의 대학인들과 시민사회 함께 정권을 종식시키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관련 기사: '워싱턴행' 윤 대통령 부부, 5박 7일 '국빈 방미' 돌입 https://omn.kr/23nid ).

시국선언 "국정 쇄신 없으면 정권 종식 투쟁 나설 것"
 
▲ "국정 쇄신 없으면 정권 종식 투쟁에 나설 것" 성균관대 교수·연구자 248명 시국선언 ⓒ 권우성

임경석 교수(사학과)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과 대만 관련 외교망언으로 한국이 전쟁에 말려들지도 모르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김진균 교수(한국비정규교수노조 성대분회)도 "일본과 미국에 환대받기 위해 대통령이 국민적 합의 없이 돌출발언을 하는 것은 국가주권을 유린하는 행위"라고 걱정했다.

이번 시국선언의 규모에 대해 천정환 교수(국문과)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교수와 연구자들이 서명했다"면서 "이런 대규모 선언 참여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실책에 대한 높은 경각심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원로교수도 <오마이뉴스>에 "과거 박근혜 정부 때도 성균관대 교수들의 시국선언 참여가 30여 명 수준이었는데, 이번에 248명이 참여한 것은 개교 이래 최대 규모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시국선언을 지켜본 이 학교 대학생 이성록씨(2학년)는 "부당한 국가 현실을 바꾸기 위해 앞장서는 교수님들이 존경스럽다"면서 "저는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다.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는 윤석열 정부 덕분에 졸업한 뒤 백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고, 일주일에 69시간 일해서 과로사하기 딱 좋은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주대 교수들도 시국성명 "저자세 하인 외교 중단하라"
 
▲  아주대 교수들이 24일 오후 시국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정경훈
 
한편, 아주대 교수 70명도 이날 오후 12시 30분 시국성명서를 발표했다.

아주대 교수들은 시국성명에서 "우리는 국민의 권리와 자존심, 국익과 민주주의 원칙을 망가뜨리는 윤석열 정부의 굴종 외교를 규탄한다"면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와 항의를 일본 정부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심기를 살피는 하인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주대 교수들은 "지난 4월 11일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대한민국 대통령실의 고위 관계자는 '악의적인 정황이 없다', '상당수가 위조되었다'라고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는 저자세 굽신 외교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강자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처량하고 굴욕적인 처지에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아주대 교수들은 "그동안 보여준 저자세 하인 외교의 즉각적 중단과 전면적인 정책 수정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반역사적인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 동원 배상안 즉각 철회 ▲외교안보 정책 조직 구성 전면 쇄신 ▲국가의 운명과 주요 정책 방향을 미국과 일본의 처분에 맡기는 저자세 하인 외교 즉각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번 시국성명을 주도한 정경훈 교수(영문과)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인은 미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니다. 바로 국민이 당신의 주인이다. 자국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미국과 일본에 대해 굴종적 하인 외교를 당장 중단하라"면서 "아주대 교수들은 학생들과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번에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성균관대 시국선언문 전문과 아주대 시국성명서 전문이다.

<성균관대 시국선언문>

굴욕외교를 규탄하며 전면적 국정 쇄신을 요구한다
-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와 취임 1주년을 맞으며 -

1.
오는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취임 전부터 여론의 반대를 무시하고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을 강행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간 독선적 국정 운영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며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이제 단지 수사가 아니다.

먼저 민주주의와 협치가 실종되고 '검찰 독재'라 일컬어지는 정치의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친일 부역에 앞장섰던 고등문관시험 출신들이 해방 후에도 독재를 떠받쳤듯이, 이 정권하에서도 법률 기술자들은 정치를 사법화하며 권력의 파수꾼 노릇을 하고 있다. 대통령은 연일 '자유 민주주의'를 강변하지만, 타협과 관용의 정치는 고사하고 국제사회가 우려할 정도로 언론의 자유마저 위협받고 있다.

국가경제가 추락하고 민생도 위기 상황이다. 작년 한 해 500억 달러에 가까운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이후, 2023년에는 무역적자가 불과 3개월 만에 작년의 절반을 넘어섰다. 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IMF 경제위기 못지 않은 대규모 공황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때문에 민생은 더할 수 없이 팍팍해졌지만, 오히려 정부는 시대착오적 주 69시간 근무제와 노동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사회 안전과 정의도 무너졌다. 단지 골목길을 걸어가기만 했을 뿐인데 159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태원에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은 일선 공무원들에게 전가되었다. 대통령과 장관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유족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진솔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무책임과 몰염치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과연 이 정부는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가.

2.
그리고 전국적 규탄 행렬이 보여주듯, 지난 3월 6일에 발표한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배상안에서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독선적 국정 운영은 우리 사회가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고 말았다. 이는 일본 기업의 책임과 배상을 분명히 한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무시하는 차원을 넘어, 3.1운동 정신을 전면에 내세운 대한민국 헌법을 완전히 부정하는 행태다. 나아가 식민과 전쟁범죄를 단죄하고 평화와 인권을 옹호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반한다. 그 속에는 국민 여론은 물론 피해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오만함과, 역사를 미래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 정도로 여기는 반역사적 인식이 담겨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익'을 앞세우며 강제동원 배상안을 밀어붙였다.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 주장한다. 실제로 한-미-일 동맹의 강화는 중국 견제에 힘을 쏟고 있는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추구하는 방향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배상안을 발표하자 미국은 이를 크게 환영했다. 덕분에 피해자들과 한국민이 당한 굴욕과는 반대로 이미 일본에서 환대를 받았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는 '국빈'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현시점에 한편에 일방적인 외교는 이익이 되기보다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나 지금이나 미국에게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무게는 확연히 다르다. 한-미-일 동맹은 결국 미국을 정점으로 일본이 동북아 지역 거점이 되고 그 하위에 한국이 놓이는 수직적 질서가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한국이 가질 수 있는 자주성과 자율성의 폭이 매우 좁아진다.

군사적 긴장 상태에 놓인 한반도에서 능동적으로 균형을 잡지 못하는 외교는 무능과 굴욕을 넘어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대통령실 도청과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은, 미국 패권의 본질이 무엇이며 이 정권의 미국에 대한 태도가 얼마나 일방적인지 드러난 일이다. 우리는 실로 단순하고 거친 윤석열정권이 과연 지정학적 위기 상황을 다룰 수 있는지 진정 우려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익과 한반도 평화를 생각한다면 외교안보 정책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

3.
윤석열 정부 1년을 되돌아볼 때 퇴행의 속도가 너무 빨라 숨이 막힐 지경이다. 더 암담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4년이나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년간 보여준 무능하고도 극단적인 국정 운영을 앞으로 쇄신하지 않는다면 남은 4년을 온전히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전면적 국정 쇄신을 원하고 있다. 그 첫걸음은 당연히 강제동원 배상안의 철회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외교를 참사로 잇달아 몰아넣은 인사들에 대한 문책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우리는 윤석열 취임 1주년과 방미를 앞두고 다시금 굴욕외교를 규탄하며 국정 전반의 쇄신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전국의 대학인들과 시민사회 함께 정권을 종식시키는 투쟁에 나설 것이다.

2023년 4월 24일 굴욕외교를 규탄하며 전면적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성균관대학교 교·연구자 일동

<아주대 시국성명서>

우리는 국민의 권리와 자존심, 국익과 민주주의 원칙을 망가뜨리는 윤석열 정부의 굴종 외교를 규탄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기업들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지난 3월 16~1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강제 동원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한국 기업의 기금으로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하려는 제3자 변제 방식을 제시했다. 식민 지배의 불법성과 가해 기업들의 배상 책임을 모두 부정해온 일본 정부의 태도를 한국의 대통령이 앞장서서 이해한다고 밝히는 참으로 해괴한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아울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와 항의를 일본 정부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심기를 살피는 하인처럼 보였다.

더욱이 지난 4월 11일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과 기밀 누출 혐의자 긴급 체포에 대해 대한민국 대통령실의 고위 관계자는 "악의적인 정황이 없다", "상당수가 위조되었다"라고 언급하면서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는 저자세 굽신 외교로 일관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강자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처량하고 굴욕적인 처지에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셈이다.

한-일 관계의 경색 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 정부에 강제 동원 배상안의 제3자 변제 방식을 제시한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이미 산적한 문제에 또 다른 짐 더미를 올리는 무익한 행위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대한민국이 확보한 이익은 도대체 무엇인가? "오로지 국익을 위한 외교"라든가 "미래를 위한 결정"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발언일 뿐이다. 오히려 그것은 미래 세대의 권리를 박탈하고 부담과 고통을 고스란히 떠넘겨 버렸던 1965년과 2015년의 독단과 오류를 되풀이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2015년 12·28 위안부 합의 시도와 다르지 않게 윤석열 정부는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의사에 역행할 뿐 아니라 2018년 한국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방적인 질주를 선보였다. 여론 조사에 따르더라도 국민의 반대 의견은 훨씬 더 많다.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정부의 조치는 사실상 효력이 없다.

이 문제 해결의 최소 조건은 일본 정부의 진지한 사과와 가해자인 일본 기업들의 배상 참여이다. 최소 조건이 전혀 담기지 않은 물 반 컵 채우기에 이어 가해자들이 선심을 베풀어 나머지 물 반 컵 채우기를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구걸 외교이자 하인 외교이다. 피해자들의 상처 난 자존심을 짓밟는 행태일 뿐 아니라 매우 경솔한 판단이다. 독일의 과거사 정리 재단이 천명하는 대로 기억과 책임과 미래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책임이 빠져 있는 미래의 모색은 사상누각이다. 강제 동원 배상안 문제는 통치자의 결단과 정치적 타협으로 단번에 최종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법적인 해결책의 모색을 넘어 역사적 해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어렵더라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전쟁을 주도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한 일본 군국주의 체제와의 철저한 결별과 진지한 반성이 전제되어야 할 일이다. 나아가 전 세계적 탈식민의 흐름에 대한 명확한 인식, 폭력적인 노예 노동에 견줄 정도의 강제 노동의 심각성에 대한 감수성 있는 이해와 인권 의식의 제고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한일 양국의 화해 모색과 미래지향적 관계 수립의 굳건한 토대일 것이다.

이에 우리 아주대학교 교수들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보인 굴욕적이고 반민족적인 작태를 비판하고 대법원의 판결까지 거스르는 그의 일방적 신념 과시를 위헌적이라 규정한다. 따라서 그동안 보여준 저자세 하인 외교의 즉각적 중단과 전면적인 정책 수정을 강력히 촉구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도도한 역사와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이며 반역사적인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 동원 배상안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굴욕적인 한-일 정상회담과 미국의 도·감청 의혹 처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외교안보 정책 조직 구성을 전면 쇄신하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의 운명과 주요 정책 방향을 미국과 일본의 처분에 맡기는 저자세 하인 외교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 자존의 원칙과 실용의 전략으로 '나라다운 나라'의 외교 정책을 수립하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 다수의 의견을 경청하고 잘못된 정책에 대해 사과하라.

2023년 4월 24일
 
▲ 미국 국빈 방문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환송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이날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국빈 방미는 2011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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