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수문이 다시 열렸다”
이스라엘, 무차별 발포 허가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가자 공격을 재개한 이스라엘군은 약 3주 만에 가자지구 땅 절반 이상을 점령했고, 국제법도 개의치 않는 무차별 공습에 인명 피해는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지구를 “킬링필드(대량 학살 현장)”에 빗대며 “민간인들이 끝없는 죽음의 고리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1일 42일간의 휴전이 종료된 후 이튿날부터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구호품 반입을 차단하면서 물자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경 바깥에는 국제사회가 보낸 구호품이 트럭째 발이 묶인 채 쌓여 있지만, 불과 몇㎞ 떨어진 가자지구 안에서는 굶으며 하루하루 버티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가자지구가 단 한 방울의 원조 없이 버틴 지 한 달 이상이 지났다”면서 “그곳엔 식량도 연료도 의약품도 없으며 공포의 수문이 다시 열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네바협약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점령국으로서 국제법상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언이 무색하게 가자지구에선 매일 포화와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교착상태에 빠진 휴전협상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공격을 재개한 지 약 3주 만에 최소 1450명이 숨졌다. 유엔에 따르면 전쟁 재개 일주일 만에 1000명이 넘는 어린이가 죽거나 다쳤는데, 이는 1년6개월에 걸친 전쟁 기간 중 가장 심각한 수치였다.
최근 이스라엘군이 적신월사와 유엔 소속 구조대원 15명을 총살하거나 전쟁을 보도해온 취재진 본부를 표적 공습하는 등 전쟁범죄에 고삐가 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7일엔 자선단체의 식량배급 장소까지 폭격해 최소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빈 그릇을 들고 배급을 기다리던 어린이와 여성이었다.
지상작전도 확대됐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영토의 50% 이상을 장악했으며, 대피령과 통행금지령을 반복하면서 이곳 주민들을 더 비좁은 지역으로 내몰고 있다.
이스라엘이 자국 안보를 위한 ‘완충지대’라며 조성한 가자 접경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파괴됐다. 군인들에게 무차별 발포를 허가하는 ‘살인 면허’가 주어져 ‘킬존(Kill zone)’이라고 불리는 이 완충지대는 최근 2배 이상으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