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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급소' 발칸 두고 러-유럽 위험한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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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4-14 09:41 조회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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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급소' 발칸 두고 러-유럽 위험한 힘겨루기


  •  이유 에디터
  •  
  •  승인 2025.04.13 18:00
 

위기 핵심은 보스니아 해체와 전쟁 위험

주범 세르비아계 지도자 도디크 뒤엔 푸틴

중앙정부 사법·치안 무력화 세르비아와 합병 목표

"유럽, 도디크 못 막으면 푸틴·트럼프 못 막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친 유럽에 폭발성이 있는 또 하나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다름 아닌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에 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하 보스니아) 연방에서다.

 

유럽의 급소로 불리는 서부 발칸 지역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2025. 04. 13 [구글 지도 캡처]
유럽의 급소로 불리는 서부 발칸 지역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2025. 04. 13 [구글 지도 캡처]

세르비아계 분리 시도 본격화
보스니아 해체와 전쟁 위험

위기의 핵심은 보스니아 국가의 해체와 유혈 전쟁 재발 가능성이다. 보스니아는 1992년 사회주의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붕괴 이후 끔찍한 민족, 종교 간 유혈 전쟁을 겪고 만들어진 '1국가 2체제'의 나라다. 민족적으로 보스니아계(이슬람교)와 크로아티아계(가톨릭)가 지배적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 그리고 세르비아계(정교회)가 지배적인 스릅스카공화국이 있다.

1995년 11월 미국과 유럽의 중재로 이들 세 세력이 맺은 '데이턴 평화협정'이 보스니아란 국가의 법적 토대다. 3년의 전쟁 기간에 10만여 명이 학살됐고 '인종 청소'란 말이 나왔다.

현 위기의 진앙은 세르비아계가 80%를 점한 스릅스카공화국이다. 바로 이 세르비아계가 본격적인 분리, 독립 시도에 돌입하면서 보스니아 중앙정부에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민족·종교가 같은 인근 세르비아 공화국과의 합병이다. 이른바 '더 위대한 세르비아'(Greater Serbia)를 꿈꾸고 있다. 이 분리·독립 운동의 주동자가 초강성 민족주의자인 스릅스카 대통령인 밀로라도 도디크다.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지도자인 밀로라도 도디크 스릅스카 대통령이 26일 반자 루카에서 자신에게 내려진 징역 1년에 6년 정치활동 금지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2025. 02. 26 [AFP=연합뉴스]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지도자인 밀로라도 도디크 스릅스카 대통령이 26일 반자 루카에서 자신에게 내려진 징역 1년에 6년 정치활동 금지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2025. 02. 26 [AFP=연합뉴스]

도디크, 보스니아 체계적 파괴
중앙정부의 사법·치안 무력화

이런 목표 아래 중앙정부의 세르비아계 대통령 위원직도 겸임한 도디크는 중앙정부가 추진해온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 가입 시도를 거부권을 행사해 번번이 좌절시키는 한편, 보스니아의 국가기구들을 체계적으로 파괴해왔다. 뭣보다 스릅스카 내에서 중앙정부의 국방·치안·사법·검찰·조세 관련 기관들의 권한 행사를 무력화하려고 애썼다.

도디크의 이런 조치들은 데이턴 평화협정 위반이다. 보스니아의 법률 제정·폐지와 관련한 최종 권한과 공무원 임면권은 보스니아 내의 유엔 평화유지 활동과 협정 이행을 감독하는 크리스티안 슈미트 유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고위대표(OHR)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OHR은 2023년 미국의 지원 아래 법을 개정해 OHR 지시 거부를 '범죄'로 규정했으며, 올해 2월 26일 마침내 보스니아 법원은 도디크에게 징역 1년과 6년간 정치활동 금지를 선고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세르비아계 스릅스카공화국의 수도 반자루카에서 26일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세르비아계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2025. 02. 26 [로이터=연합뉴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세르비아계 스릅스카공화국의 수도 반자루카에서 26일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세르비아계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2025. 02. 26 [로이터=연합뉴스]

"도디크와 대결 땐 전쟁 위험
현상 묵인 땐 보스니아 분열"

도디크는 불복했다. 스릅스카 의회는 즉각 중앙정부의 국방·치안·사법·검찰·조세 관련 기관들의 권한 행사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보스니아 헌법재판소는 3월 7일 위헌 여부 판단 전까지 법안 시행 중지를 명령했지만, 도디크는 법안을 시행했다. 그뿐이 아니다. 도디크는 독립적 군대, 국경 경찰, 그리고 '공화국의 적들'을 기소할 수 있는 정보수집 역량을 갖춘 특수검찰 창설 등을 담은 스릅스카 헌법의 개정을 제안했다. 결국 그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다만 보스니아 당국은 정치 혼란과 민족 갈등을 우려해 바로 체포를 시도하지 않았다.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의 이스메트 파티 칸카르 연구원은 '보스니아가 어떻게 유럽을 깨뜨릴 수 있나'란 9일자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보스니아가 "주권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칸카르는 "보스니아가 직접 도디크와 대결하면 전쟁 발발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현상을 묵인하면 그 결과는 사실상 국가의 분열이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지도자인 밀로라도 도디크 스릅스카공화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5. 04. 01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지도자인 밀로라도 도디크 스릅스카공화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5. 04. 01 [EPA=연합뉴스]

'국제수배' 도디크 모스크바행
"도디크, 푸틴에 최고의 카드"

그 틈을 타 도디크는 국외로 빠져나갔다. 현재 인터폴에 적색 수배가 떨어진 상태다. 그는 세르비아와 이스라엘을 거쳐 3월 31일 저녁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폴리티코는 도디크가 "러시아로 도피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튿날인 1일 도디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도디크는 RS 공영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상황을 푸틴에게 설명했고 "푸틴 대통령이 우리의 상황을 자세히 알고,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도디크는 보스니아로 귀국하면 체포될 수 있어 모스크바에 한동안 머물 공산이 크다.

도디크는 푸틴에겐 최고의 카드다. 칸카르 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에서 시선을 돌리고 유럽을 압박하고자 오래전부터 '서부 발칸'에 혼란 조성을 시도해왔다. 서부 발칸에는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보스니아, 코소보,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 6개국이 있다. 칸카르는 푸틴-도디크 회동을 언급하면서 "크렘린은 서부 발칸이 유럽의 급소이고, 보스니아는 유럽 안보 불안 조성과 유럽-대서양 통합 방해를 위한 중심 전장임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봤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거리 광고판에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참가자에게 80만루블 일시급 등 혜택을 제공한다는 모병 광고가 나오고 있다. 2024.8.27. 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거리 광고판에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참가자에게 80만루블 일시급 등 혜택을 제공한다는 모병 광고가 나오고 있다. 2024.8.27. 연합뉴스

"크렘린, 서부 발칸이 유럽 급소,
보스니아가 중심 전장임 잘 알아"

서부 발칸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당연히 서방의 경계심은 커지고 있다. 폴리티코는 9일 "유럽이 우크라에 주의를 집중한 가운데 서부 발칸에서 긴장이 폭발 지경에 이르고 있다"면서 푸틴이 이 지역의 민족, 종교적 "단층선들"을 활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맥락에서 칸카르는 뭣보다 유럽과 미국이 말이 아니라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세르비아 분리주의자들은 이미 대담해졌고 모스크바도 그렇다"면서 "보스니아의 짧은 역사에서 지금보다 더 붕괴의 위험이 큰 적은 없었다. (보스니아) 붕괴는 폭력이 즉시 재발한다는 걸 뜻한다"고 경고했다. 공교로운 점은 도디크가 보스니아 중앙정부 기관들을 쫓아낸 지역이 30여 년 전 세르비아 군이 보스니아계 주민을 집단 학살을 저질렀던 곳이다.

 

세르비아 남서부 노비 파자르 마을에서 반부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25. 04. 12. [AP=연합뉴스]
세르비아 남서부 노비 파자르 마을에서 반부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25. 04. 12. [AP=연합뉴스]

유럽·미국에 신속 행동 촉구
영국 "발칸 혼란, 푸틴에 이익"

먼저 영국이 대응에 나섰다.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은 이달 초 캐런 피어스 영국 서부발칸 특사와 함께 세르비아와 코소보, 보스니아를 순방했다. 래미는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푸틴에겐 이 지역의 지속적인 불안정이 이익"이라며 "서부 발칸 국가들을 궁지로 몰고, 주민들을 뒤흔들고 사이버 및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는 게 그에게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보스니아에서 세르비아계의 분리 움직임과 함께, 현재 인근 세르비아에선 알렉산다르 부치치 정권의 부정·비리를 규탄하는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또한 세르비아는 코소보가 소수인 세르비아계를 탄압한다고 비난하고, 코소보는 자국 내 폭력 사태의 배후에 세르비아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익명의 영국 관리는 "그들(발칸 국가들)은 당장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니면 계속해서 러시아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수도 사라예보에 주둔한 유럽연합군(EUFOR) 소속 루마니아 병사들. 2025. 04. 08 [로이터=연합뉴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수도 사라예보에 주둔한 유럽연합군(EUFOR) 소속 루마니아 병사들. 2025. 04. 08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도디크를 못 막으면
푸틴과 트럼프도 막지 못해"

도디크의 보스니아 흔들기에 맞서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이미 제재에 들어간 상태다, 칸카르 연구원은 "다른 유럽국도 뒤따라야만 하고 미국도 기존의 제재 틀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서방은 보스니아 내에 물리적 주둔(평화유지군)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세 세력의 '권력 분점'이 평화 유지를 가능케 했지만, 도디크의 쿠데타도 가능하게 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보스니아 헌법을 개정해 보스니아 중앙정부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스니아의 나토와 EU 가입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칸카르가 보기에, 도디크의 행동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남긴 '공백'을 메우겠다고 공언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에겐 매우 중요한 시험이다. 칸카르는 "도디크의 권력 장악을 막는다면 유럽은 자기방어에 진지하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유럽은 분열의 위험에 놓일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도디크를 막지 못한다면, 결국 유럽이 푸틴이나 트럼프를 막는 방법을 상상해 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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