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공모 혐의를 받았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 공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가 포렌식 수사관의 진술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고발사주 사건을 수사한 공수처는 김 의원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이첩했는데, 검찰은 지난 9월 29일 김 의원을 불기소 결정하면서 이 조작된 진술 내용을 불기소 근거로 사용하기도 했다.
검찰의 진술 조작 정황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의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고발사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포렌식 전문 박모 수사관의 증언으로 밝혀졌다. 손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하면서 2020년 21대 총선 직전에 검찰총장에 비판적인 언론인과 정치인 등을 고발해달라는 고발장을 국민의힘 측에 전달한 ‘고발사주’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공수처 검사와 손 검사 측 변호인은 검찰이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하기 한 달전인 지난 8월 29일 박 수사관과 김 의원 수사 실무책임자였던 이희동 부장검사간 면담 대화와 관련한 내용을 증인신문했다. 손 검사는 '고발사주'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김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선대위 부위원장 조성은씨에게 각각 텔레그램 메시지로 전달한 혐의인데, 증인으로 나온 박 수사관은 조성은씨 휴대전화 포렌식을 담당했다.
재판에서 손 검사 측 변호인은 “(면담 대화 때) 이 부장검사가 텔레그램 메시지 전달 경로와 관련 ①손준성→김웅→조성은, ②손준성→제3자→김웅→조성은, ③제3자→손준성→김웅→조성은, ④제3자→손준성→제3자→김웅→조성은 등 4가지 가능성에 대해 질문했는데, 기억 나느냐”고 박 수사관에게 물었다. ‘손준성→김웅→조성은’으로 이어지는 고발사주 고발장 전달 경로에서 중간에 제3자가 끼어들 가능성과 애초 제3자가 전달한 것을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보냈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박 수사관은 "이희동 부장검사와 면담할 때 제가 4가지 가능성을 나눈 적은 없고, (이희동 부장검사가) 가능성을 임의로 나눈 것 같다"며 "저에겐 A,B,C로 거론하면서 'A가 B에게 보낸다면'식으로 질문했다"고 답변했다. 손 검사나 김웅 조성은 등의 각각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물어본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손 검사 측 변호인은 또 “(고발사주 고발장) 최초 전달자가 손준성이 아닐 가능성과 관련한 대화도 나눴는가. 보고서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기재돼 있다”고 묻자, 박 수사관은 “그런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박 수사관에 대한 증인 신문에 나선 공수처 검사는 “(수사) 보고서엔 ‘애초 제3자가 손 검사에게 보낸 ③번과 ④번의 경로가 모두 가능해 (고발장의) 최초 전달자가 손 검사가 아닐 수도 있다’고 하고, 또 ‘전달자라 할지라도 그 파일 작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러 가능성 중 실체가 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돼 있는데, 이 내용 중 증인이 말한 게 있는가”라고 물었다. 박 수사관은 이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공수처 검사가 또 "면담 과정에서 (제3자) 개입여부가 중요한 내용이라고 (면담) 결과가 작성돼 있는데, 그 것(제3자 개입 가능성) 관련 (이 부장검사로부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박 수사관은 "없다"면서 "오히려 그렇게 물었다면 저는 '내용을 몰라서 설명 불가'라고 답변했을 것이다"고 대답했다.
손 검사가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보내기 전에 제3자에게 받은 것을 전달했을 가능성과 중간에 제3자가 끼어들 가능성에 대해 포렌식 수사관이 전혀 언급한 바가 없는데, 마치 가능한 것처럼 보고서가 임의로 작성됐다는 의미다. 실제 포렌식 수사관 '면담결과 보고서'는 애초 제3자가 손 검사에게 발신했거나, 중간에 제3자가 끼어들 가능성 등 모두 4가지 경로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작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지난 9월 29일 “텔레그램 메시지에 ‘손준성 보냄’의 표시가 있는 것은 맞지만, 김 의원이 손 검사에게서 고발장을 직접 받은 것인지, 제3자가 개입된 것인지 등은 입증되지 않았다”며 김 의원을 불기소했다. 텔레그램 메시지 전달 경로에 제3자가 개입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정도로 범죄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논리였다.
실제 검찰의 김 의원 불기소결정서 불기소 이유중에는 “텔레그램을 통한 고발장과 첨부자료 전달 경로가 ‘손준성→김웅→조성은’ 외에도 ‘손준성→불상자(몇 명인지 확인불가)→김웅→조성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돼 있다.
그런데 검찰이 사실상 조작된 보고서를 만들어 김 의원 불기소 이유로 삼았다는 점이 박 수사관의 증언으로 드러난 것이다.
검찰의 진술 왜곡 및 조작 의혹은 조성은씨도 제기한 바 있다. 검찰은 김 의원 불기소 이유 가운데 하나로 “조성은씨가 (김 의원에게서 전달받은) 고발장 출력물을 미래통합당(당시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했지만, 조씨는 “그런 말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조씨는 김 의원 불기소 직후 서울중앙지검에 조사과정 영상 녹화 자료와 자신의 진술조서를 정보공개 요청했으나, 중앙지검은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조성은 휴대전화 포렌식 수사관, 손준성 재판 증인 출석 ‘제3자 개입 가능성’ 수사보고서 내용에 “내가 한 것 아냐”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지난 4월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고발사주 의혹에 연루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불기소 처분할 때 무혐의 근거 중 하나로 쓰인 수사보고서가 사실과 다르게 기재됐다는 검찰수사관 법정 증언이 나왔다. 검사가 김 의원을 봐주기 위해 보고서를 짜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지난 5일 열린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는 검찰수사관 ㄱ씨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서울중앙지검 소속인 ㄱ수사관은 지난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수사 당시 제보자 조성은씨 휴대전화 등의 포렌식을 담당했다.
검찰은 지난 9월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된 경로로 ‘손준성→제3자→김웅’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제3자를 거쳤으므로 손준성과 김웅 사이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ㄱ수사관은 이날 재판에서 ‘내가 한 발언과 다른 내용이 수사보고서에 적혀 있다’고 진술했다. 해당 수사보고서는 지난 9월 김 의원을 무혐의 처분한 이희동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 부장검사와 ㄱ수사관 사이 면담 내용을 담고 있다. 수사보고서에는 손준성, 김웅, 조성은(제보자) 등 이 사건 관계인들 사이에 고발장이 전달될 수 있는 4가지 시나리오가 언급돼 있는데, ㄱ수사관은 “이희동 부장검사가 임의로 나눈 것이다. 제가 이렇게 나누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손 검사 쪽 변호인이 “최초 (고발장) 전달자가 손준성 부장이 아닐 가능성과 관련된 대화도 나눴다. 보고서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돼 있다”고 물었지만 ㄱ수사관은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이어 손 검사를 기소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가 ㄱ수사관에게 “(이 부장검사와) 면담 과정에서 제3자가 개입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수사보고서가 작성돼 있다”고 재차 확인했지만, ㄱ수사관은 “(그런 답을 한 사실이) 없다. 물어봤어도 내용을 몰라 설명할 수 없다고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한 서울중앙지검은 6일 “고발장 전송 경로를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수사보고서 내용 역시 실제 전달 경로를 추가 수사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여서 허위 기재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공수처는 손 검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김 의원을 통해 미래통합당 쪽에 고발장 등을 전달했다며 둘을 공범으로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의원 사건을 이첩받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했고, 공수처가 기소한 손 검사만 재판을 받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