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불로소득 1위 나라 한국 (20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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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4-08 11:09 조회1,58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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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소득 1위 나라 한국
한겨레21 입력 2021.04.08. 10:48차단과 환수, 투 트랙의 제도 개선 필요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도 시흥·광명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은 공분의 지점이 있다. 정부를 대리해 토지 수용과 개발을 책임진 LH 직원들이 금전보상과 대토보상을 노리고 투기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의 원흉이 LH이며 투기에 가담한 LH 직원들을 가혹하게 응징하면 문제가 풀릴 듯이 몰아가는 건 사태의 본질을 완벽히 왜곡하는 것이다. 이미 시흥·광명 신도시 예정지 등을 포함해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예상되는 다양한 유형의 부동산에는 온갖 종류의 투기꾼들이 득실거린다. 그리고 투기꾼 대부분은 우리가 자주 만나는 주변 이웃이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도 개정돼야
우리가 LH 사태로 얻어야 하는 교훈은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에 모든 국민이 감염됐다는 것 △LH 직원을 위시해 수많은 공무원이 예외가 아니라는 것 △문제를 의인화하고 마녀화해서는 절대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것 △부동산 불로소득을 사유화할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봉쇄하는 데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는 것 등이 아닐까 싶다. 부동산 불로소득 사유화를 제도적으로 예방·차단하는 방안은 두 개의 트랙으로 진행돼야 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 개선과, 부동산 불로소득의 차단·환수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 개선이 그것이다.
첫 번째 제도 개선은, LH 등 토지 수용과 개발에 관여하는 공공기관 종사자를 규율하는 입법과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으로 구성된다. 다행히 공공기관 종사자를 규율하는 입법은 신속히 정비되고 있다. 만시지탄의 느낌은 있지만 LH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들이 2021년 3월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른바 ‘투기·부패 방지 5법’ 중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됐다.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미공개 정보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공직자에게 투기 이익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은 LH 임직원과 10년 이내 퇴직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거래하면 이익을 모두 몰수·추징하고 5년 이하의 징역이나 얻은 이익의 3∼5배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거나 부동산 정보를 취급하는 공직유관단체 직원은 모두 재산등록을 하고, 재산등록 의무자와 이해관계인은 직무 관련성 있는 부동산의 취득 역시 제한받도록 했다. 조속한 시일 내에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과 부동산거래법의 개정도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아울러 청와대와 여당이 이번 기회에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하면 어떨까 싶다.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는 공직자윤리법상의 재산 공개 대상 공직자, 부동산 관련 정책의 설계와 집행에 직접 관여하는 4급 이상 공직자와 그 배우자, 직계비속 소유의 부동산 중 실수요·실영업용이 아닌 부동산을 중립적 신탁위원회에 맡기도록 하는 제도다. 물론 소유 부동산을 신탁위원회에 맡기기 전에 매각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한다. 실수요·실영업을 소명할 책임은 고위공직자가 부담하며, 신탁가액은 과거 그 부동산을 매입했을 때 시가의 원리금과 신탁 시점 시가 중 적은 금액으로 한다. 한편 고위공직자가 퇴임할 때 그가 신탁한 부동산의 신탁운용금을 고위공직자에게 교부하며, 고위공직자가 퇴임한 뒤 몇 년간은 실수요 목적이 아닌 부동산의 취득을 금지한다.
2007~2019년 부동산 불로소득 GDP 대비 16.2%
물론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의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의 범위, 직계비속 포함 여부, 백지신탁 대상이 되는 부동산 범위, 신탁부동산의 운용·처분 방법, 공직자가 퇴임할 때 교부할 신탁운용금의 평가 기준 등에 관해서는 더 많은 논의와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 다만 분명한 점은,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이 정부 정책에 대한 주권자들의 신뢰를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고, 부동산으로 낙마하는 공직자를 사전에 보호할 것이다. 또한 시장참여자들의 투기 심리 진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LH 사태는 대한민국이 ‘부동산공화국’이란 사실을 새삼 상기해준다. LH 해체론과 LH 직원들에 대한 공분은 공적 업무를 사적 이익 추구에 이용했다는 분노도 있겠지만,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을 기회에서 나만 배제된다는 분노도 섞였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7년 이상 지속된 부동산 가격 대세 상승은 부동산 소유 여부, 소유 부동산의 유형, 소유 부동산의 위치 등에 따라 여러 겹의 적대와 분열을 낳고 있다. 따지고 보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닌데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투기 의혹에 시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큰 이유도 부동산공화국이 임계점에 도달한 상태에서 LH 사태가 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이 부동산공화국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대표적 증거가 부동산 불로소득의 규모다. 표는 2007년 이후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부동산 불로소득의 규모를 추정한 것이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했음에도 2007년 161.4조원, 2010년 216.9조원, 2018년 315.9조원, 2019년 352.9조원의 불로소득이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가히 천문학적이라 해야 좋을 부동산 불로소득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보면, 13년(2007~2019) 동안의 GDP 대비 부동산 불로소득 평균이 무려 16.2%에 이른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을 부동산공화국이라고 부르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방법은
부동산 불로소득 규모가 이렇게 크다보니 대한민국 땅값이 주요 선진국들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2019년 GDP 대비 지가는 4.57배인데, 이는 오스트레일리아(2.91), 오스트리아(1.73), 캐나다(1.89), 핀란드(0.83), 독일(1.49), 네덜란드(1.79), 영국(2.82)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stats.oecd.org, ecos.bok.or.kr).
자, 이렇게 매년 천문학적 규모의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하는 대한민국이기에 개발정보를 취득하고 동원할 자금이 있으면 누구라도 부동산 투기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따라서 LH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에 대한 규율과 더불어, 투기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는 기대수익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제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즉 공무원이건, 공공기관 종사자건, 투기꾼이건, 일반 시민이건 할 것 없이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추구할 길을 최대한 험난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통한 기대수익률을 낮춘다는 말을 바꾸면, 부동산 불로소득의 차단과 환수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차단과 환수를 위해서는 수요, 공급, 금융을 아우르는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 수요 대책은 아무래도 보유세가 중핵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에 보유세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양도세는 동결 효과로 인해 거래를 위축시키는 난점이 있어, 보유세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이 옳다. 보유세를 높이면 조세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기본소득과 보유세를 결합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주택 공급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기존 공급은 공공과 민간, 가계가 사이좋게 부동산 불로소득을 분점하는 투기유발형 공급이었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원천인 토지가치 사유화를 차단하지 못하는 공급은 공급량과 관계없이 투기를 유발한다. 하여 토지는 국가와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민간에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공급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향후 공급할 공공택지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한다면 기존 투기유발형 공급과는 상반되는 시장안정형 공급이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과잉유동성 부동산 진입 막아야
끝으로 금융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통상 통화량으로 활용되는 M2(정기 예·적금, 펀드 등 광의통화)가 2014년 2천조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3천조원을 돌파했다. 또한 2020년 2분기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이 1545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고,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역대 최고인 873조원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는 실효 하한까지 내려온 상태다. 쉽게 말해 우리는 지금 유동성의 홍수를 겪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과잉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진입하는 걸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대출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LH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불로소득의 차단과 환수가 필수적이다. 파리가 꼬이는 건 썩은 생선이 있어서다. 파리를 잡으려고 애쓰기보단 썩은 생선을 치우는 게 훨씬 현명하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표지이야기 - LH 사태를 보는 세 가지 시선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