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수도3기 신도시가 실패한 4가지 (2021.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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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4-08 11:13 조회1,60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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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3기 신도시가 실패한 4가지
김규원 입력 2021.04.06. 11:18 수정 2021.04.06. 19:18‘회심’의 한 방이 ‘후회막심’의 한 방이 됐다.
2021년 2월24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경기도 광명·시흥 지구를 여섯 번째 수도권 3기 신도시로 지정해 주택 7만 채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3기 신도시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앞서 2월4일 국토부는 2025년까지 수도권에 18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18만 채를 어디에 공급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광명·시흥 지구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2·4 대책의 실효성에 긴가민가하던 부동산 시장에 날린 ‘회심의 한 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규모가 크고 서울과 가깝고 발표 속도도 빨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8년 8월 이후 발표한 200만 채에 가까운 정부의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회심의 한 방이 ‘후회막심의 한 방’이 되는 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3월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광명·시흥 지구에서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3명과 가족들이 투기했다고 폭로했다.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00억원을 투자해 2만3천㎡(약 7천 평)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LH 직원들이 비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문재인 정부 내내 집값 폭등으로 끓어오르던 민심이 결국 폭발했다. 즉시 정부는 이 사건의 수사 대상을 3기 신도시 전체 지구로 확대했고 여러 대책을 발표했으나, 불붙은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한겨레21>은 이번 사태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전문가 15명에게 의견을 들었다. 다수의 전문가가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이 시대착오적인 신도시 개발 방식과 균형발전 정책의 실패라고 진단했다.
1. 신도시 개발 방식 실패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값싼 대규모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나 농지를 하루아침에 비싼 주택지로 바꾸는 신도시 개발 방식이 이번 투기의 주요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신도시 자체가 투기꾼들의 먹잇감이라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18년 8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수도권 4545만㎡(약 1377만 평) 터에 6개 신도시를 건설해 주택 24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의 8개 중규모 택지 1035만㎡(약 313만 평)에도 6만 채를 공급할 계획이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은 1980년 전두환 군사정권이 제정한 택지개발촉진법에서 시작했다. 시대에 전혀 맞지 않고 정부도 그동안 더는 안 한다고 했던 정책이다. 이번에 졸속으로 추진해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제학)도 “3기 신도시가 투기꾼의 파티장이 됐다. 일시에, 대규모로 공급하는 방식이 문제다. 정부가 잘못한 일은 반성하지 않고 투기한 사람만 잡겠다고 하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도시 개발의 대안으로 도시재생이 꼽힌다. 이경훈 국민대 교수(건축학)는 “신도시 말고, 도시의 저층 주거지를 소규모로 재개발하거나 기존 주택을 증축·리모델링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아직 도심 안에도 저층·저밀도 주거지가 많다”고 했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도시학)는 빈 건물의 재활용을 제안했다. “비어 있는 주택이나 사무실, 상가, 호텔을 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오래된 대형 아파트를 쪼개서 작은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 소규모 개발은 일자리를 늘리고 탄소배출도 줄인다.”
2. 균형발전 정책의 실패
서울의 집값 폭등을 잡기 위해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는 일이 근시안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인한 주택·투기 수요는 공급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 1~2기 신도시 15곳에 주택 90만 채를 지어 약 270만 명을 수용했다. 그러나 수도권 1~2기 신도시의 집값 안정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서울 집값은 계속 불안정했다. 수도권 인구가 억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수도권 3기 신도시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 올해도 주택이나 철도 예산에서 수도권 비중이 압도적이다. 수도권 투자와 집값 불안정은 악순환된다”고 말했다.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도 “전국에서 공공기관 이전, 행정구역 통합, 메가시티 조성 등 요구가 많았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아무 답변이 없었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균형발전 정책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더는 수도권에 신도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공공기관이나 대학,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해 수도권 인구를 덜어내야 한다. 지방의 거점 대도시로 이전하면 수도권 인구를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3. 단지형, 고층 아파트의 실패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기 위해 신도시 개발 방식과 함께 주거 형태의 변화도 시도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표준 주거 형태로 꼽히는 단지형, 고층 아파트가 거주보다 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해야 시민들이 주택에 대해 좀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표준화를 아파트 투기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봤다. “아파트는 규격화돼 있어 구매자가 실물을 보지 않고도 매입할 수 있다. 위치와 평수만 알면 그냥 가격이 나온다. 금융권도 가격을 쉽게 알 수 있고 현금화가 쉬운 아파트 대출을 선호한다.”
김영욱 세종대 교수(건축공학)는 한 구역 안에서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에선 한 블록 안에도 단독과 아파트 등 다양한 주택을 넣는다. 주택들이 모양이 다르고 심지어 임대 조건도 다르다. 주택 유형이 다양하면 주거라는 본래 목적에 더 충실하게 된다.” 이경훈 국민대 교수는 유럽처럼 도시성이나 공동체성을 더 강화하는 아파트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아파트가 담장 없이 주변 지역과 통합돼야 하고, 거리를 따라 들어서야 한다. 용적률을 유지하면서도 저층으로 지어야 하고, 1~2층엔 상가가 들어서야 한다. 실내에 통합되지 않는 진짜 발코니도 필요하다.”
4. 그린벨트 보존의 실패
수도권 3기 신도시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대규모로 푼 점이 꼽혔다. 2021년 2월 추가로 발표한 광명·시흥을 뺀 3기 신도시 5곳의 그린벨트 비율은 전체 3274만㎡ 중 3069만㎡(약 930만 평)로 93.7%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가 투기와 도시 확산을 일으키고 인구 집중 방지, 녹지 보존, 탄소배출 억제, 균형발전 등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고 봤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교수(조경학)는 “정부가 충분한 논의 없이 엄청난 규모의 그린벨트를 풀었다. 이번에 투기가 일어난 것도 졸속으로 그린벨트를 풀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재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의 그린벨트는 아직 한 곳도 해제되지 않은 상태다. 민변의 지현영 환경보건위원(변호사)은 “그린벨트를 풀어서 집을 공급하는 것은 ‘도시 확장 방지’라는 그린벨트법의 취지에 반한다. 이미 1~2기 사업을 통해 신도시 정책이 주택난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도 증명됐다. 급하다고 정부가 눈속임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팀장은 “탄소의 70%가 건물에서 나온다. 그린벨트에 신도시를 짓는 것은 탄소배출을 2배 이상으로 악화시킨다. 녹지를 훼손하고 새로 집을 지을 때 모두 탄소배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녹지를 유지하면서 기존 주택을 재활용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표지이야기 - LH 사태를 보는 세 가지 시선http://h21.hani.co.kr/arti/SERIES/2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