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와 잦은 대형 산불, 물고 물리는 악순환 가속 (2024.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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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9-19 10:00 조회12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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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와 잦은 대형 산불, 물고 물리는 악순환 가속
- 한승동 에디터
- 승인 2024.09.18 21:35
이대로 가면 대형산불 부르는 고온 건조상태 일상화
인도 연간 배출량과 같은 탄소 내뿜은 캐나다 산불
산불 발생, 지속, 피해 계속 늘어, 원인은 온난화
기온 1.5~2도로 억제하면 대형산불 2배, 3~4도면 4배
삼림 흡수 탄소량은 화석연료로 방출한 양의 절반
3년간 800만 헥타 삼림이 불타고 20년마다 2배로
지난해 5월에 캐나다에서 발생한 전례없는 대형 산불로 대기 중에 방출된 탄소량이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량 사용하는 주요국들의 연간 탄소 방출량과 맞먹을 정도로 많았다는 사실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지난달 28일 <네이처>에 실린 이들의 연구논문은 그해 캐나다의 기온이 관측기록이 남아 있는 1980년 이후 지금까지 가장 따뜻하고 건조했으며, 지구 삼림면적의 약 8.5%를 차지하는 캐나다 삼림면적의 5%를 태워버린 그 대형 산불의 발생이 지구 온난화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더 따뜻해지고 더 길어진 가뭄으로 더 건조해진 대기가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대형 산불이 날씨를 더욱 뜨겁고 건조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인도의 연간 탄소배출량과 맞먹은 캐나다 산불
NASA의 자료에 따르면 서부 브리티시 콜롬비아에서 퀘벡과 동부 대서양지역에 이르는 1800만 헥타(한국 국토면적의 약 1.8배)의 광대한 숲을 태워버린 캐나다의 지난해 산불 피해면적은 지난 40년간의 평균 산불 피해면적의 8배가 넘었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연구팀은 유럽 우주국(ESA)이 지구 대기의 미세먼지나 가스 등을 조사하기 위해 지구궤도 위성 센티넬 5P에 실어 보낸 관측기구 TROPOMI를 활용해 2023년 5~9월의 캐나다 산불이 뿜어낸 연기에 포함된 일산화탄소를 관측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해냈다. 그것은 약 6억 4700만 톤으로, 2022년도의 화석연료를 대량 소비하는 탄소 배출량 1, 2위 국들인 중국, 미국에 이은 3위 인도의 배출량과 거의 같았다. 기준이 좀 다르지만,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의 자료를 인용한 CNN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 6억 7000만 톤으로 세계 13위, 1인당 배출량은 6위였다.
산불 건수 늘고 대형화하는 원인은 지구 온난화
산불은 해가 갈수록 발생 건수와 피해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피해면적도 확대되고 있다. 나사의 연구팀은 지난해의 캐나다 산불이 전례없이 격심했던 이유로 적어도 1980년 이후 가장 따뜻하고 건조했던 날씨를 꼽았다. 온난화가스의 61%가 발생한 캐나다 북서지역의 기온은 그 지역 5~9월 평균기온보다 섭씨 2.6도가 높았다. 강수량은 예년보다 평균 8센티나 적었다. 예년보다 훨씬 높았던 기온과 적은 강수량으로 숲은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태가 돼 있었고, 일단 불이 붙으면 무제한 확산될 조건이 만들어져 있었다.
2023년 캐나다 산불까지 5년간 빈발한 대형 산불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특히 최근 5년간 대형 산불들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2019년 말과 2020년 초 남반구 호주의 여름철에 남동부 온대림의 23%를 태워버린 ‘검은 여름’(Black Summer)이 발생했다. 뉴사우스웨일스가 불타고 난 뒤 시베리아에서 거대한 산불이 일어나 영국 국토면적보다 더 큰 면적의 땅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2021년 북미주 북서부에 대형 산불을 일으킬 수 있는 열돔이 형성됐다. 캐나다 도시 리턴이 불타 없어지기 전 섭씨 49.6도의 기록적인 고온이 관측됐다. 2023년에 1980년 이후 단일 산불로는 유럽연합 최대의 산불이 그리스 알렉산드로폴리 인근에서 일어나 950평방킬로미터 이상을 불태웠다. 그해 5월에서 10월 사이에 최악의 캐나다 산불들이 일어났다. 수천 건의 산불이 일어났고, 그들 중 많은 산불들이 몇 주 또는 몇 개월씩 인간의 통제불능 상태로 방치됐다. 대서양에서 태평양 연안까지, 남쪽 국경에서 북극의 보퍼트 해까지 두루 일어난 산불 면적과 확산 속도 모두 전례없는 규모였다. <이코노미스트> 8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그때 이산화탄소의 누적 배출량 18억 톤은 캐나다가 화석연료를 태워 내뿜은 온실가스의 연간 배출량의 3배였다.
대형산불 빈발과 온난화의 상관관계
학술지 <네이처 에콜로지 & 에볼루션>이 지난 6월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03년 이후 발생한 최악의 산불 7건 가운데 6건이 2018년 이후에 일어났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다국적 단체인 ‘세계기후 애트리뷰션’은 이런 대형 산불과 지구 온난화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그들은 기후변화와 기후 이변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기후모델을 통해, 예컨대 호주의 ‘검은 여름’ 산불은 그것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어도 30% 이상 높은 기후상태에서 발생했다는 걸 알아냈다. 2020년의 시베리아 산불은 그때의 이상 열파가 덮치지 않았다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산불이었다. 2023년의 캐나다 산불도 예년보다 발생 가능성이 약 3배는 더 높은 조건 속에서 일어났다고 지난 8월 국제학술연구팀은 결론지었다.
산불 발생건수, 지속기간, 피해면적이 늘고 있다
더 길어진 건조기간, 더 뜨거워진 날씨가 결합하면 더 파괴적인 대형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바싹 마른 숲에 화재를 가라앉힐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그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건조기 전에 많은 비가 내려 수풀이 번성해지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건조기에 대량의 연료를 공급하는 결과가 돼 그 가능성을 더 높인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2022년 학술지 <리뷰 오브 지오피직스>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글로벌 차원에서 산불 화재기간은 1979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14일(27%) 더 늘어났다. 이에 따르면 같은 기간에 초대형 산불이 일어날 조건이 갖춰진 날들은 10일(54%) 더 늘었다. 그 중에서도 지역적으로 지중해와 아마존 그리고 북미대륙의 태평양 연안 숲들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화재가 발생하기 좋은 날씨가 많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많은 화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화재가 일어나는 지표면적의 약 70%는 아프리카에 분포한다. 그 대부분은 방목지를 재생하거나 농사지을 땅을 마련하기 위해 사바나 지역에 의도적으로 불을 지른 결과다. 그런데 이들 사바나 지역 들불은 줄어들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사람들이 불을 적게 지르기 때문이고 또 부분적으로는 일부 사바나 지역에서 날씨가 습윤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전체 화재(산불, 들불) 건수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어서 기후변동에 회의적인 사람들의 기분을 들뜨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 광대한 사바나지역 화재를 제외하면 전혀 다른 흐름이 드러난다. 숲(삼림) 화재(산불)는 증가 추세고, 특히 북극해 연변 지역의 산불 증가가 두드러진다. 북극해 연변지역의 산불 면적은 1960년대와 1990년대 사이에 2배로 늘었다.
기온 1.5~2도로 억제하면 대형산불 2배, 3~4도면 4배로
적도 사바나지역의 산불(들불)로 방출된 탄소가스는 다음해에 그 땅에 새로운 풀과 나무가 자라면서 금방 다시 흡수된다. 큰 나무들로 이뤄진 숲이 불타면 방출된 탄소를 다시 흡수하는데는 수십년 또는 수백년이 걸린다. 사바나의 풀과 작은 나무(관목)들과 달리 큰 나무(교목)와 숲을 재생시키는데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북극해 연변지역의 삼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수준을 심각하게 높인다. 북극해 연변지역의 산불로 침엽수림이 불탄 뒤 활엽수림으로 재생될 경우 탄소 흡수량이 조금 더 늘어날 수 있고, 숲이 불타면 눈위를 덮어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하는 나뭇잎들이 사라져 일시적으로 대기 온도를 낮추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그 효과는 미미해지거나 마이너스가 될 수 있고, 븍극해 연변지역에 대량 매장돼 있는 토탄이 함께 불탈 경우 탄소배출이 급증할 수도 있다.
알래스카의 북극해 연변지역 산불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예년 수준으로 낮추려면 2030년까지 해마다 알래스카 주의 현재 소방 예산의 5배가 넘는 약 7억 달러를 투입해야 한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이대로 가면 대형산불 부르는 고온 건조상태 일상화
기후모델 연구 결과들은 앞으로 기온이 올라갈 경우 화재지속 기간도 계속 늘어날 것임을 보여 준다. 지구 대기온도를 유엔이 파리 협정 등을 통해 지금 계획하고 있는 대로 섭씨 1.5~2도 이내 상승으로 억제할 수 있다면 대형산불이 일어나는 날 수는 2배 약간 넘는 수준에서 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섭씨 3~4도로 올라가면 그런 날 수는 4배로 늘어난다. 지금 추진 중인 기후정책들대로 간다면 지구 대기온도는 섭씨 2.2도에서 3.4도 사이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2050년쯤에는 캐나다 산불과 같은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 줄 초대형 산불이 캐나다뿐만 아니라 알래스카, 인도네시아, 호주 등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고온 건조 상태가 화재발생 시즌에는 일상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의 삼림도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 대형 산불로 탄소 흡수력이 떨어지면 온난화가 가속될 수 있고, 그것은 다시 더 큰 산불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삼림이 흡수한 탄소량은 화석연료로 방출된 양의 절반
한편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11개국 연구팀들이 함께 진행한 삼림의 탄소 흡수량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 전체 삼림의 탄소 흡수량은 30년 전부터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열대지역 등에서 삼림의 파괴가 진행되고 있는 한편으로 식목이나 삼림재생 등의 노력도 이뤄져 비슷한 흡수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장차 기후변동이 불러 올 산불이나 가뭄으로 탄소 흡수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닛케이> 8월 19일)
위 연구에서 1990년에서 2019년까지 30년간 나무나 삼림의 토양에 축적된 탄소량의 변화를 계산한 결과 1990년대와 2000년대의 각 10년간 삼림이 축적한 탄소량을 1년간의 평균치로 환산하면 모두 약 36억 톤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삼림의 종류마다 탄소 흡수량이 크게 차이가 났는데, 불법 벌목 등의 삼림파괴가 심각한 열대지역 원시림에서는 30년간 31%가 줄었으며, 러시아와 북미, 북유럽 등의 한랭지대 삼림에서는 36%가 줄었다. 대규모 식림이 이뤄진 온대지역에서는 탄소 흡수량이 30년간 30% 늘었으며, 열대지방에서도 재생된 삼림에서는 29%가 늘어 한랭지역 등의 감소분을 상쇄했다.
3년간 800만 헥타 삼림이 불타고 20년마다 2배로
1990년부터 30년간 삼림이 흡수한 탄소량은 같은 기간에 화석연료 사용으로 방출된 탄소량의 약 절반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앞으로 청년기 삼림이 노년기로 접어드는 등의 변화로 탄소 흡수량은 줄어든다. 삼림파괴는 토양이 비축한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만드는데, 특히 열대지방에서는 흡수량의 3분의 2에 상당하는 대량의 탄소가 삼림파괴로 다시 방출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미국 싱크탱크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2022년까지 3년간 평균 한국 국토면적의 약 5분의 4에 해당하는 800만 헥타의 삼림이 불타 없어졌으며, 그 소실면적은 20년마다 2배 가까이 늘고 있다.
한랭지대에서도 기후변동에 따른 산불 등의 영향이 점차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막기 위해 유럽에서는 삼림보호로 온난화 가스를 줄이면서도 목재를 활용하는 ‘기후 스마트’(climate smart) 농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