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양광 설비 생산업체들이 중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견제를 피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중국 유수의 태양광 기업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에 공장 건설 계획이나 의향이 있다고 잇따라 밝혔다.
진코 솔라와 TCL중환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에 30억달러 이상 규모의 합작 투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각각 태양광 모듈과 실리콘 웨이퍼의 세계 최대 생산업체들이다. 태양광 패널 소재를 만드는 GCL테크놀로지는 지난 6월, 패널 생산업체 트리나 솔라는 지난해 UAE 생산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태양광 업체의 중동 진출은 양측에 모두 이익이 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중동에서는 탈석유 시대 경제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에너지 전환이 한창 진행 중이다.
UAE, 오만, 사우디, 바레인, 쿠웨이트 등은 모두 넷제로(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했다. UAE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전력 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계획이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중동의 태양광 발전 비중이 지난해 2%에서 이번 세기 중반 50%로 올라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 국가는 대체 에너지원으로 태양광을 주목하고 있다. 많은 일조량, 긴 일광 시간, 적은 강수량, 넓은 사막 등으로 태양광 발전에 유리한 기후와 지형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전 세계적 으로 태양광 설비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세계 태양광 패널의 70~80%를 공급하는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태양광 설비 생산 용량은 수요량의 2배에 가까워졌다.
미국, 유럽 기업들이 도산하고 있으며 중국 업체들도 손해를 보고 있다. 중국 에너지관리국이 지난 6월 기업들의 설비증설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 3월 중국산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관세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중동 진출에 우려도 나온다. 중동의 숙련노동자 부족과 지정학적 불안이 기업 입장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이 중동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다시 증산 경쟁을 벌이면 과잉생산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리서치 회사 모닝스타의 왕청은 “중동에 생산능력을 추가하면 과잉생산이 더 악화할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SCMP에 말했다.
동남아시아에서처럼 중동에서도 중국산 제품의 비중이 너무 커지면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중동 진출은 현재 태양광 시장에 ‘잠깐의 숨통’은 틔울 수 있을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