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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실험실’ 된 가자전쟁···이스라엘, 안면 인식까지 동원 주민 감시 (2024.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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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3-29 11:15 조회3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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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실험실’ 된 가자전쟁···이스라엘, 안면 인식까지 동원 주민 감시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이스라엘 기업 ‘코사이트’ 개발 프로그램 운용

피란민 얼굴 무작위 스캔·신원 특정 등 통제

기술 오류에 민간인을 무장세력 오인하기도

 

2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한 가족이 백기를 들고 피란을 떠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한 가족이 백기를 들고 피란을 떠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지난해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후 하마스 관련자를 색출하고 인질을 식별한다는 명분으로 안면 인식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도입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광범위하게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정보기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곳곳에서 은밀하게 안면 인식 기술을 운용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사이버 정보부대 8200을 비롯해 이스라엘군이 민간기업 ‘코사이트’의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얼굴을 스캔해 자료를 모으고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면 정보 수집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어떤 사전 고지나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술은 당초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을 찾고 식별한다는 이유로 가자지구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점차 하마스 관련자 색출과 주민 통제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들은 가자지구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용하기 위해 코사이트 직원들이 투입됐고, 군중들을 촬영한 사진과 드론 영상에서 안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가자지구에 배치된 이스라엘 군인들에게도 이 기술이 탑재된 카메라가 제공됐다. 피란민들이 가자지구 곳곳에 설치된 이스라엘 군검문소를 지날 때마다 이들의 얼굴을 무작위로 스캔한 뒤 이미 확보한 사진 자료와 대조해 수분 만에 신원을 특정한다는 것이다.

이 사안을 잘 알고 있는 이스라엘 측 소식통들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시간과 자원을 오용하고 있다는 우려에서 이같은 내부 폭로를 하게 됐다고 NYT에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안면 인식 AI 기술을 활용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헤브론 검문소에서 ‘레드 울프’라 불리는 AI 안면 인식 프로그램을 활용해 통제 지역을 벗어나는 주민을 임의로 색출하고 구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발발 전인 지난해 5월 이 사실을 폭로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이 ‘자동화된 아파르트헤이트(인종 차별 정책)’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해 왔지만, AI 기술 발전이 이스라엘에 더 강력한 도구를 제공한 셈이다.

서안지구와 달리 2005년 이스라엘군이 철수했던 가자지구에서조차 이번 전쟁을 계기로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한 광범위한 주민 통제가 시작된 것이다.

문제는 AI를 활용한 불법적인 생체 정보 수집과 감시 체계 구축에 그치지 않는다. 설익은 기술을 전쟁에 사용하면서 민간인을 하마스 조직원으로 오인해 구금하거나 고문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 측 소식통은 “안면 인식 프로그램이 때때로 민간인을 수배 중인 하마스 무장세력으로 잘못 표시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 기술을 개발한 이스라엘 기업 코사이트는 얼굴의 50% 미만만 카메라에 잡히고 어둠 속이나 낮은 화질에서도 정확한 안면 인식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한 이스라엘 정보장교는 “촬영된 영상의 화질이 낮거나 얼굴이 가려져 있다면 안면 식별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수배 중인 하마스 대원의 데이터베이스를 구글의 무료 사진 공유 서비스인 구글포토에 업로드해 활용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마가지 난민촌에서 한 아이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건물 잔해 위에 앉아 있다. 신화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마가지 난민촌에서 한 아이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건물 잔해 위에 앉아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세 살 아이와 함께 피란길에 올랐다가 이스라엘군 검문소에서 체포된 유명 팔레스타인 시인 모사브 아부 토하도 안면 인식 기술 오류로 인해 봉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피란민 무리에 섞여 이동하던 그의 얼굴이 안면 인식 기술이 탑재된 카메라에 잡혀 스캔됐고, AI의 오류로 그가 수배자 명단에 오른 사람으로 잘못 파악되면서 그는 이틀간 구금돼 구타와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토하는 검문 당시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는데도 이스라엘군이 자신을 불러세운 뒤 성과 이름을 정확히 호명해 놀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안면 인식 기술을 운용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도 “이스라엘은 지난 몇 년간 드론으로 하늘에서 우리를 감시해 왔다. 그들은 우리가 정원을 가꾸고, 학교에 가고, 아내와 입맞춤하는 것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오랫동안 감시받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NYT는 AI 기술 발전으로 세계 곳곳에서 안면 인식 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소수민족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데 악용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전쟁에까지 이 기술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짚었다.

마트 마흐무디 국제앰네스티 연구원은 “가자지구에서 안면 인식 기술 사용은 ‘인간성의 완전 말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기술의 오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특정인이 무장단체 조직원으로 일단 인식되면 이스라엘군은 기술의 실수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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