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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가자 얘기 잘못 벙긋했다간 반역죄 (2024.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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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1-17 09:07 조회3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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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가자 얘기 잘못 벙긋했다간 반역죄


  •  이유 에디터
  •  
  •  승인 2024.01.16 10:15
 

60대교사, 이스라엘군 만행 비판해 교도소행

“이스라엘은 지금 마녀사냥, 정치적 박해 시대”

고교 여교장 “가자 참상 알아야” 말했다가 해고

복직돼 학교 나갔더니 이번엔 학생들이 “고 홈”

"은퇴할 때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동안 시민권 강의를 해오면서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친 교훈 중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결론지을 수 있겠다고." 가자 전쟁의 실상을 전하고 이스라엘군의 잔혹 행위를 비판하는 내용을 페북에 포스팅해 몇 달째 고초를 겪는 이스라엘의 유대인 교사 메이르 바루친(Meir Baruchin‧63) 박사의 말이다. 평생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와 시민의 권리·의무와의 관계에 대해 '강의'해왔지만, 현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와 같은 폭압적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시민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교사로서 본인이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얘기다. 교실에선 하지 못한 그의 '마지막 시민권 강의'인 셈이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를 뜻하는 하얀 주검들 정렬돼 있고, 그 위에는 꽃들이, 곁에는 촛불들이 놓여 있다. 이번  퍼포먼스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미국 지부가 주도했다. 펼침막에는 "바이든 당장 휴전하라"는 문구가 씌어 있다. 2023. 11. 15  [A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를 뜻하는 하얀 주검들 정렬돼 있고, 그 위에는 꽃들이, 곁에는 촛불들이 놓여 있다. 이번  퍼포먼스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미국 지부가 주도했다. 펼침막에는 "바이든 당장 휴전하라"는 문구가 씌어 있다. 2023. 11. 15  [AP=연합뉴스]

"복수한다면서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보라"

이스라엘 페타 티크바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민권과 미국사를 가르쳐온 바루친 박사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살해·납치 사건 직후인 작년 10월 8일 자신의 페북에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첫 폭격 과정에서 숨진 아부 다카의 가족사진을 포스팅한 뒤 그 밑에 "끔찍한 이미지들이 가자에서 쏟아져 들어온다. 모든 가정이 파괴되고 있다. 복수한다면서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보라"고 썼다고 13일 영국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가 보도했다. 이어 "어제 일로 이런 게 정당화된다고 여긴다면 페친을 정리하길 바란다. 나는 모두에 이런 미친 짓을 멈추기 위한 가능한 모든 것을 해주길 간청한다. 지금 멈춰라.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라고 적었다. 이런 절박한 호소가 있고서 100일이 지났다. 바루친의 악몽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폭격과 지상 작전으로 최소 2만3968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지고 전체 인구의 83%에 달하는 190만 명이 강제 난민으로 전락했으며, 가자 전역이 초토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1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인권단체와 이슬람 단체가 공동 주최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서 참석자들이 가자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3. 11. 11 [로이터=연합뉴스]
1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인권단체와 이슬람 단체가 공동 주최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서 참석자들이 가자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3. 11. 11 [로이터=연합뉴스]

"내 목적은 팔레스타인인을 인간으로 소개"

이렇듯 바루친 박사는 페북에 살해된 팔레스타인인의 이름과 사진, 사연 등을 포스팅했다. 그는 옵서버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인 대부분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잘 모른다. 그들 모두가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이름도 얼굴도 가족도 집도 희망도 없는 희미한 이미지들이다"라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인간으로 소개하는 것이 포스팅을 통해 내가 하려고 했던 바"라고 말했다. 포스팅 후 열흘이 지난 뒤 교사를 관할하는 페타 티크바 시 교육 당국이 교사 자격증을 박탈하는 동시에 경찰에 고발했다. 그리고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작년 11월 초 '반역 행위 기도와 공공질서 교란 의도를 지녔다'는 혐의로 나흘간 독방에 구금됐다가 검찰이 제동을 건 덕분에 일단 풀려났지만,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옵서버는 "그가 이겨도 반역 혐의가 완전히 벗겨지는 건 아니다. 경찰의 기소 시한인 5년까지 반역 혐의의 굴레 속에서 살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바루친은 실적이 일관되게 우수한 자는 해고할 수 없다는 이스라엘 고용법 규정과 언론·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시 교육 당국을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벌이고 있다. 공판이 곧 열린다고 한다.

 

페이스북에 팔레스타인 희생자의 이름과 사진, 사연을 올렸다가 반역 의도 혐의로 체포돼 나흘간 독방에 감금됐던 이스라엘의 한 고교 교사인 메이르 바루친 박사. [더 뉴아랍 홈페이지 갈무리] 
페이스북에 팔레스타인 희생자의 이름과 사진, 사연을 올렸다가 반역 의도 혐의로 체포돼 나흘간 독방에 감금됐던 이스라엘의 한 고교 교사인 메이르 바루친 박사. [더 뉴아랍 홈페이지 갈무리] 

고등학교 교장, 정부 비판 기사 공유했다 봉변

옵서버는 "이스라엘 안에서 언론인, 지식인, 인권운동가들은 가자 전쟁에 대한 이견을 표출할 공론의 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루친 사건과 관련해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아랍인과 좌익인사 체포.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에 대한 국내 반대 의견을 어떻게 진압하나'란 제목의 사설(2023년 11월 14일 자)을 통해 "실수하지 말라. 바루친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됐다. 그의 체포 동기는 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하는 어떤 비판이나 항의의 조짐도 잠재우겠다는 '억제'다. 바루친은 개인적 대가를 치렀다"고 썼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텔아비브의 한 고교의 여성 교장인 야엘 아얄론이 이스라엘 언론들이 가자 주민의 참혹한 고통을 숨기는 있다고 경고하는 하레츠의 기사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시 교육 당국에 소환됐다. 그 기사에는 "이스라엘 시민들은 이런 실상을 알아야만 한다"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 가관인 것은 아얄론 교장이 하레츠 기사를 공유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학생들이 들고일어났다. 아얄론 교장은 시 교육 당국과의 소송에서 이겨 복직됐지만, 학교에 돌아오자마자 학생들은 "집에 가라"고 구호를 외치면서 그를 공격했다.

 

가자 전쟁 발발 100일째인 1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가자를 위한 글로벌 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 얼굴에는 팔레스타인 국기가 그려져 있다. 2024, 01. 14 [EPA=연합뉴스]
가자 전쟁 발발 100일째인 1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가자를 위한 글로벌 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 얼굴에는 팔레스타인 국기가 그려져 있다. 2024, 01. 14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지금 마녀사냥, 정치적 박해 시대"

바루친 박사는 "이것은 나 개인이나 아얄론 개인의 이야기보다 훨씬 더 큰 이야기다. 이스라엘에서 지금은 마녀사냥, 정치적 박해의 시대다"라고 규정했다. 이어 "나는 무고한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것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하마스 지지자'가 되었다"고 개탄했다. 바루친은 두려워서 공개를 꺼리는 동료 교사와 학생들로부터 사적으로 수백 건의 지지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소개한 뒤 "메시지는 아주 분명하다. 침묵하고 조심하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11월 초 네타냐후 극우 정권은 대테러법을 개정해 "테러리스트 조직의 출판물을 체계적이고 지속해서 소비할 경우" 최대 1년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에 나선 것이다.

 

20일 이란 테헤란의 하프테-티르 광장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진행되는 가운데, 가자에서 숨진 어린이들의 사진과 신발이 놓여 있다. 2023. 12. 20 [EPA=연합뉴스]
20일 이란 테헤란의 하프테-티르 광장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진행되는 가운데, 가자에서 숨진 어린이들의 사진과 신발이 놓여 있다. 2023. 12. 20 [EPA=연합뉴스]

바루친 박사에 따르면, 구금된 곳은 '러시아 단지'란 예루살렘의 악명높은 교도소였다. 이곳의 독방에 나흘간 갇혀 있었다. 그는 "독방에 어떤 것도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입은 옷 채로 들어가 나흘간 같은 옷을 입고 지냈다"며 "찬물 샤워와 비누 조각, 작은 수건, 담배 냄새로 절은 두 장의 담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겐 책도, TV도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교도관들은 내게 말을 걸 수 없었고 창문도 없었으며, 손목시계도 빼앗는 바람에 밤인지 낮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바루친은 "미치지 않기 위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마다 운동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계산하기 위해 교도관이 올 때마다 시간을 물어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비인간적인 경험을 했지만, 가자의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이스라엘 인질들의 운명이 훨씬 더 힘들 것이기에 본인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겪지는 않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다만 그는 자신에게 묻지도 않고 증거도 찾지 않은 채 경찰이 주장하는 혐의를 보도하고 하마스를 옹호하고 정당화한다고 비난한 이스라엘 언론매체들을 제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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