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체 인구 절반이 넘는 140여만명이 밀집한 최남단 라파흐에 대한 공격을 12일 사실상 시작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새벽 라파흐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날 공격에는 이스라엘군 전투기뿐만 아니라 탱크와 전함 등도 가세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날 공습으로 라파흐에서 100명가량이 숨졌다고 가자지구 보건부가 밝혔다. 이스라엘군도 성명을 내어 “라파흐의 샤부라 지역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미국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오전에 전화 통화를 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100만명 이상인 라파흐 피란민들에 대한 안전과 지원을 확보할 신뢰할 만하고 실행 가능한 계획 없이는 이스라엘은 어떠한 군사작전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는 이 발표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라파흐 공습을 단행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장 남쪽에 있는 라파흐에는 피란민과 거주민을 합쳐 140여만명이 밀집해 있는데, 이는 전체 가자지구 인구 약 230만명의 절반이 넘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 시작 뒤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부터 공세를 가하며 가자 주민들을 남부로 대피하라고 요구해왔다.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은 전쟁 초기 남부 중심 도시인 칸유니스로 많이 이동했으나 이스라엘군의 공세가 칸유니스에서도 거세지자, 최근엔 최남단인 라파흐로까지 쫓겨갔다. 또한 라파흐는 이집트와 접경한 도시로 외부의 인도적 지원이 통과하는 곳이어서 피란민들이 구호품을 받기 위해서도 몰려들었다.
이스라엘군의 라파흐 공격은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는 가자지구 주민들 대량 학살을 부를 것이라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우려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흐에는 하마스의 4개 대대가 주둔하는 등 하마스의 마지막 은거지라며 라파흐 공격을 단행할 것이라고 고집해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스라엘군에게 라파흐의 민간인 대피 계획을 짜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민간인을 어디로, 어떻게 대피시킬지 등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언론과 한 회견에서 주민들을 북부로 대피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고만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날 라파흐 공세를 이용해 하마스에 억류된 2명의 이스라엘 인질을 구출했다고도 밝혔다. 이날 공세가 인질 구출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 공습이 라파흐에서 지상전을 위한 준비로 보는 이도 많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