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바이든 비웃듯 '최후 피란처' 라파 공격 개시 (2024.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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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2-13 14:53 조회34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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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바이든 비웃듯 '최후 피란처' 라파 공격 개시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4.02.12 17:00
12일 새벽 군용기·탱크·군함 동원…사망자 100명
팔 야당 "이 공격에서 미국은 하나의 참가자"
영·독 "재앙 우려"…사우디 "안보리 소집해야"
가자 북부 주민 '처참'…"가축 사료에 오염수 연명"
바이든, 대선 빨간불에 아랍계 달래기 안간힘
백악관 "10·7 대응 실책…변명 있을 수 없다"
이스라엘이 끝내 가자 최남단 국경 도시 라파에 대한 군사 공격에 돌입했다. AFP,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2일 새벽 주민들이 잠든 사이 군용기와 탱크, 군함을 동원해 라파 일대를 집중 타격했다. 사망자가 100명이 넘어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라파는 국제 사회가 가자에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유일한 관문이며, 초토화된 가자 북부를 탈출한 피란민 등 약 14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밀집해 있는 '최후의 피란처'다. 국제 사회는 거의 다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은 막대한 추가적 민간인 피해를 초래할 게 확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공격 계획 철회 또는 유보를 요구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국제 사회의 여론을 비웃듯 작전 개시를 명령했다.
네타냐후, 바이든 비웃듯 라파 군사 공격 개시
팔 야당 "이 공격에서 미국은 하나의 참가자"
작년 10·7 하마스의 테러 만행에 대한 보복과 자위권 행사를 구실로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을 상대로 사실상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자행한 지도 12일로 129일째다. 가자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최소 2만8000명이다. 하루 평균 약 130명꼴로 학살한 셈이다. 부상자도 6만 명을 넘었으며 실종자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 개시에 앞서 11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전화 통화가 있었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은 통화에서 라파 군사 작전은 100만 명이 넘는 주민의 대피와 안전이 확실히 담보되기 전에는 실행해선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8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든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작전에 대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했고, 그들은 죽어가고 있다. 중단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브리핑에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라파에는 난민이 많으며 이스라엘군은 라파든 어디든 작전을 수행하면서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 보호를 고려해야 하는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발언을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가자 전쟁 개시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의 질책 중 가장 날카로웠다고 평가했지만, 네타냐후의 귀에는 스치는 바람이었다. 라파 공격이 수많은 추가 희생자를 예고하는 만큼 국제 사회의 여론에 맞춰 공격 계획 철회와 인도주의적 휴전을 압박해야 하는데도, 바이든은 라파 공격 승인을 전제로 '안전 대책' 마련을 네타냐후에게 요청한 모양새가 됐다. 이를 두고 팔레스타인 야당인 PNI의 무스타파 바르구티 사무총장은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이 공격에서 미국은 하나의 참가자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렇듯 아랍·중동권 나라들의 눈에는 바이든이 네타냐후의 '공범'으로 비치는 것이다.
바이든, 대선 빨간불에 아랍계 달래기 안간힘
백악관 "10·7 대응 실책…변명 있을 수 없다"
이런 바이든의 맹목적인 이스라엘 지지에 대한 미국 내의 반발도 도를 더해가면서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10·7 사태 직후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한 뒤엔 민간인 희생자의 속출에도 유독 휴전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제 사회는 물론 미 행정부와 소속 민주당 내에서도 아랍계를 중심으로 비판 움직임이 확산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상황이 다급해지자 바이든의 최측근 중 하나인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비롯한 고위 당국자들이 8일 미시간주 디어본에서 열린 아랍계 미국인 정계 지도자들과 비공개로 회동했다. 미시간주는 올해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중 하나이며, 인구 10만 명의 디어본을 포함해 디트로이트 외곽은 아랍계 미국인의 밀집지다.
이 자리에서 파이너는 "우리는 10·7 이후 위기 대응 과정에서 실책을 저질렀음을 아주 잘 안다"고 시인하며 몸을 낮췄다. 그동안 바이든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을 "전쟁의 비용"이라고 발언하는가 하면, 가자 보건부의 사망자 집계에 불신을 표시해 물의를 빚었다. 특히 바이든은 지난달 14일 발표한 대통령 성명에서 가자에 억류된 미국과 이스라엘 인질들의 고난을 거론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학살로 숨진 팔레스타인인들을 언급하지 않아 충격을 주었다. 이에 대해 파이너 부보좌관은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와 관련해 이스라엘 정부가 "의미 있는 조치"를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어떤 확신도 없다"고 말해 바이든의 '두 국가 해법'도 네타냐후를 상대로 관철할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기도 했다.
영국·독일도 외무장관 나서 라파 공격 우려
사우디 "라파 공격, 인도주의 재난 불러올 것"
앞서 이스라엘군이 라파 공격 계획을 밝히자 아랍·중동권은 물론 이스라엘 편을 들던 서방 진영 나라들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10일 성명을 통해 "라파에 대한 군사 공격 전망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우선순위는 구호품 전달과 인질 석방을 위한 즉각적 휴전이라고 말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X'를 통해 "가자 사람들은 허공으로 사라질 수 없다"며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은 인도주의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썼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9일 'X'에서 "현재 라파에 있는 팔레스타인인 140만 명은 도망칠 안전한 곳이 없다"며 "그것은 이미 끔찍한 인도적 상황과 감내하기 어려운 민간인 희생을 악화시키는 재앙적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아랍·중동권 국가들의 비판은 더 거세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0일 외무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은 인도주의적 재난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카타르도 외무부 성명을 내고 "피란민이 물려 있는 최대 피란처인 라파를 공격할 경우 인도주의적 대침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가세했다. 가자, 요르단강 서안과 인접한 이집트와 요르단은 팔레스타인인을 국외로 추방하려는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8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그들의 땅에서 강제로 이주시키려는 모든 시도나 노력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하다"며 '두 국가 해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아랍연맹의 아흐메드 아불-가이트 사무총장은 "수십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외국으로) 추방하려는 이스라엘의 의도는 지역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불-가이트 총장은 "세계는 가자에서 주민을 완전히 소개하고 전면적인 종족 청소를 실현하려는 극단주의적 극우 어젠다에 의해 추진되는 이스라엘 행동의 위험성을 주목해야 하며, 그렇게 해서 이 시대에 그런 짓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미 언론 잇따라 출연해 공격 정당성 주장
가자 북부 주민 '처참'…"가축 사료에 오염수 연명"
그러나 네타냐후는 이런 국제 사회의 우려와 비판을 일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9일 성명을 통해 라파에 대한 지상 작전 계획을 밝힌 데 이어 11일 방영된 미국 ABC 방송과 폭스뉴스에 잇따라 출연해 국제 사회의 반대에 대해 "전쟁에 지자는 소리다. 재고의 여지도 없는 얘기다"라며 "승리가 코앞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라파에 진입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전쟁에서 지고 하마스를 거기에 그냥 두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타냐후는 미국 언론들에 직접 출연해 미 국민을 상대로 라파 공격의 정당성 주장과 지지 호소를 하고 이튿날 곧바로 라파 공격에 돌입함으로써 자신을 유일하게 지원해온 바이든의 얼굴에 침을 뱉은 격이 됐다. 당장 바이든과 백악관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자업자득이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고립된 가자 북부 주민들도 참담한 상황에 놓여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을 비롯한 구호단체들에 따르면, 가자 북부 지역에서 식량 지원 없이 굶주리는 주민이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자 북부로 향하는 구호물자의 절반이 이스라엘군의 검문에 막히는 바람에 북부 주민 중 최소 3분의 1이 재앙적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필립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계속 심해지는 이스라엘의 행정적 방해를 겪고 있다"며 "한 달 치 공급분에 해당하는 식량을 선적한 채 (이스라엘) 아슈도드 항구에 묶어 있다"고 말했다. BBC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가자 북부 주민들이 극심한 굶주림에 가축 사료를 먹고 망가진 지하 수도관에서 퍼낸 물을 마시며 연명하고 있으며, 지금은 그것마저도 고갈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