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테러 용의자 수십명 체포”
병원 “대피하는 민간인에 총격”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최대 병원에 진입해 군사 작전을 시작했다. 이 병원 부지에서 생활하던 피란민들이 대피 명령에 따라 병원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영상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 인질을 억류하고 있거나 사망한 인질의 시신이 있다는 믿을만한 정보가 있다”며 “이에 따라 병원 내부에서 정밀하고 제한적인 작전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유엔 인도주의 사무국은 이스라엘군이 나세르 병원을 완전히 포위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병원을 겨냥해 사격을 가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병원 직원들은 이스라엘군이 포위 후 밤새 탱크로 병원을 공격했으며, 직격탄을 맞아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도 성명을 내고 “15일 새벽 이스라엘군의 포격으로 여러명이 죽거나 다쳤다”며 작전 중단을 요구했다.
이 병원 외과 의사인 칼레드 알세르 박사는 이스라엘군이 공격 한시간쯤 뒤 병원 내부로 진입했으며, 이곳에 남아있는 피란민과 의료진, 환자를 강제로 대피시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병원 진입이 임박하자 피란민들 중 상당수는 전날 이 병원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병원에 대피해 있던 약 2000여명이 가자지구 최남단 국경도시 라파로 이동했고, 일부는 북쪽 데이르 알발라로 피란을 떠났다고 밝혔다. 라파는 피란민 140만명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스라엘군은 라파에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이겠다고 예고해 국제사회의 비판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들이 안전하게 병원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었다고 밝혔지만, 병원 직원들은 병원을 나선 피란민들 상당수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병원 진입 작전을 시작한 후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 수색 과정에서 수십명의 테러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참여한 하마스 대원과 구급차 운전 기사 등을 체포했으며, 병원 내에서 폭발물 등 무기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이 병원을 ‘테러 근거지’로 이용해 왔으며 환자와 피란민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병원과 하마스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