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영구휴전 반대에…아랍·이슬람권 분노 임계점 (2023.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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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12-07 09:57 조회40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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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영구휴전 반대에…아랍·이슬람권 분노 임계점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3.12.07 06:30
카타르 군주 "무고한 민간인 체계적‧의도적 학살"
아랍 빅5와 하마스‧이스라엘‧미국 참가 협상 제안
"하마스 봉쇄, 군사적보다 정치적 해결 필요"
이스라엘‧미국 압박카드로 아브라함 협정 폐기 제시
"사우디, 관계 정상화 이-팔 분쟁 함께 풀어야"
"두 달이나 여성과 어린이 등 무고한 민간인을 체계적이고 의도적으로 학살하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2개월이나 허용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수치다."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에미르)는 5일 도하에서 열린 걸프협력기구(GCC)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범죄"를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고 비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셰이크 타밈 군주는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투쟁은 종교적 투쟁도 테러와의 전쟁도 아니고 "이스라엘의 점령과 그 점령하에서 신음하는 팔레스타인 인민 사이의 거족적인 투쟁"이라고 규정하고 "국제사회는 왜 팔레스타인 어린이에게 등을 돌리고 이중 기준을 적용하느냐"고 따졌다. 이스라엘-하마스 협상을 중재했던 그는 "우리는 임시 휴전 재개를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은 영구 휴전의 대안은 아니다"라면서 영구 휴전을 촉구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회의에는 회원국인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쿠웨이트와 튀르키예의 정상들이 참석해 임시 휴전 재개와 전후 가자의 통치 및 재건 문제 등을 논의했다.
카타르 군주 "무고한 민간인 체계적‧의도적 학살"
아랍‧이슬람권 분노, 미국 휴전 반대에 임계점
카타르가 '중재역'을 맡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셰이크 타밈이 협상의 한 당사자인 이스라엘을 향해 이런 초강성 발언을 내놓은 건 아주 이례적이다.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군사작전의 재개와 추가적 민간인 희생, 그리고 미국의 '방관'에 대한 아랍‧이슬람권의 우려와 분노가 임계점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자 전쟁 해법을 찾기 위한 아랍‧이슬람권 국가들 모임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4일 이스탄불에선 이슬람국가경제협력회의(COMCEC)가 열렸다. 역내 경제협력 관련 회의였지만 가자 전쟁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 다뤄졌다. 여기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가자지구의 도살자(butcher)"라고 비난하고 "네타냐후는 전쟁범죄로 처벌받는 것을 넘어 마치 (세르비아 전 대통령인 슬로보단) 밀로셰비치가 그랬듯 가자지구의 전쟁범죄자로서 재판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11일에는 사우디 리야드에서 아랍연맹 소속 22개국과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을 합쳐 57개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아랍-이슬람 합동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팔레스타인 인민의 투쟁을 지지하는 공동 결의문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결의문을 통해 "우리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중심성을 확인하고, 모든 점령지를 해방하고 모든 양보할 수 없는 권리를 찾으려는 팔레스타인 인민의 투쟁에서 우리의 모든 힘과 역량을 가지고 형제인 그들 곁을 지킬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또한 "공정하고 지속적이며 포괄적 평화는 이스라엘의 점령 종식, 두 국가 해법을 기반으로 한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 없이는 달성될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사분오열됐던 아랍‧이슬람권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낸 순간이었다.
전쟁 종식‧팔 문제 해결 위해 '아랍 빅5' 단합 촉구
"하마스 봉쇄, 군사적 보단 정치적 해결 필요"
이런 가운데 '영구 휴전'을 거부하는 이스라엘과 미국을 압박해 가자 전쟁 종식과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이집트와 요르단, 카타르, UAE, 사우디 등 '아랍 빅5'가 뭉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SOAS런던대 중동연구소의 리나 카티브 소장은 '왜 아랍국들이 가자 문제를 주도해야 하는가'란 4일 자 <포린 어페어즈> 기고에서 "빅5가 완벽한 통일보단 조율에 집중하면서 각자가 지닌 '지렛대'를 공유한다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며 이들 빅5와 하마스, 이스라엘, 미국이 참여하는 협상 틀 마련을 제안했다. 이런 '빅5+3 협상 틀'을 만들어야 이스라엘-미국과 비슷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어서다. 그러면서 두 가지 포인트를 짚었다. 하나는 아랍‧이슬람권에서 사우디의 신뢰성과 위상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사우디 국교 정상화의 전제 조건으로 평화 프로세스의 재개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마스 봉쇄를 위해 "군사적 해결보다는 정치적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는 게 다른 하나다. 그래야 11월 '아랍-이슬람 합동 특별 정상회의' 결의문에서 정상들이 "모든 팔레스타인 정파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중심으로 뭉치라"라면서 PLO 중심의 팔레스타인 정치연합체 창설을 제안한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봤다. 카티브에 따르면, 사우디와 요르단의 승인하에 카타르와 UAE, 이집트는 도하에서 활동하는 이스마일 하니예와 같은 하마스 정치 지도자들이 '팔레스타인 연합정부'에서 역할을 하는 시나리오에 동의했다고 한다.
아랍 빅5와 하마스‧이스라엘‧미국 참가 협상 제안
아브라함 협정, 이스라엘‧미국 압박 유용한 카드
카티브 소장은 이들 아랍 빅5가 보유한 '지렛대', 다시 말해 이스라엘과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수단에 주목했다. 뒤집어 보면, 그것은 아랍국에 바라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요청 사항'이기도 하다. 먼저 이집트의 경우는 팔 당국이 통치할 준비가 될 때까지 전후 가자의 임시 관리와 하마스 제거를 도와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이집트는 일단 미국의 제안을 거부한 상태다. 이집트에 하마스의 존재는 라파 통행로를 지키고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유용한 수단이어서 하마스 제거에는 협조하지 않을 걸로 카디브는 봤다. 요르단의 지렛대는 미국과 영국이 요르단을 중동에서 자국의 안보 이익을 수호하는데 필수적인 국가로 여기는 데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미국의 지지를 잃지 않고서도 이스라엘을 압박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요르단은 지난달 비준할 예정이었던 이스라엘과의 '물-에너지 교환 협정' 서명을 거부함으로써 휴전 동의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카티브는 전했다.
UAE의 지렛대는 2020년 9월 관계 정상화를 위해 이스라엘과 맺은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이다. 미국의 중재로 성사된 이 협정은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막대한 군사적,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할 때 이 협정의 폐기 여부는 유용한 카드가 된다. 카티브는 최근 UAE가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격에 대해 "회복 불가능한 후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바레인과 모로코, 수단 등 다른 아브라함 협정 서명국에 "이스라엘에 백지수표를 준 게 아니다"란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D.C 소재 인권단체인 '아랍세계의 오늘을 위한 민주주의'(DAWN)의 사라 레아 휘트슨 대표는 '지금은 아브라함 협정을 폐기할 때다'란 4일 자 <타임>지 기고를 통해 "아랍의 협정 고수는 이스라엘에 계속 지지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이스라엘에 그들의 최우선 목표인 군사적, 경제적, 무역 발전을 돕게 된다"라고 말했다.
"사우디, 관계 정상화 때 이-팔 분쟁 함께 풀어야"
'하마스와 긴밀' 카타르 평화 프로세스 부활 추진
카티브 소장이 보기에, 카타르의 지렛대는 하마스와의 긴밀한 관계 자체다. 현재 카타르는 중동을 관장하는 미국 중부사령부의 지역 본부이면서 신뢰할 만한 미국-하마스 중재자로 활동하면서도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도하에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부(CIA) 국장과 다비드 바르네아 '정보‧특수임무 연구소'(모사드) 국장의 협상을 주선했으며, 앞으로도 이-팔 평화 프로세스의 복원과 그 이후 과정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강점이다.
사우디엔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 가능성 자체가 지렛대다. 사우디-이스라엘 국교 정상화를 절실하게 바라는 쪽은 사우디보단 미국과 이스라엘이기 때문이다. 사우디도 물론 관계 정상화를 하면 기술 이전, 금융, 안보, 그리고 정치적 이익을 얻겠지만, 그것이 사우디의 경제 혁신 플랜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게 카티브의 진단이다. 그는 "사우디는 절대 이스라엘에 공짜나 싼값으로 관계 정상화를 허용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중동의 안정 성취를 위해선 이-팔 분쟁이 함께 해결돼야 한다는 새로운 조건에서 이-팔 평화 프로세스의 부활을 압박하는 새로운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과 세계 무대에서 위상을 높이려는 사우디로선 이-팔 분쟁에 관한 해결책 없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할 경우 아랍‧이슬람 세계에서 신뢰를 잃을까 걱정하고 있다. 사우디가 전쟁 발발 이후 '두 국가 해법'을 주장하고 아랍‧이슬람권의 리더로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라고 카티브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