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미국 “영구 휴전” 압박
전쟁 재개 밝힌 이스라엘은 ‘난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28일 오전 7시(현지시간) 종료 예정이던 일시 휴전 기간을 이틀 연장하기로 27일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30일 오전 7시까지 교전 중단 상태를 유지하고,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추가로 맞교환한다. 이날 4차 석방까지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되면서 ‘영구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일시 휴전 종료 후 강공을 예고한 이스라엘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스라엘과 하마스 협상을 중재해온 카타르 외교부의 마지드 알안사리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도적 휴전 기간을 이틀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카타르 정부 발표를 인정하며 “조건은 이전 휴전과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양측은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10명을 풀어줄 때마다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1 대 3 비율로 풀어주고 휴전 기간을 하루씩 늘리기로 약속한 바 있다. 따라서 양측은 30일까지 이스라엘 인질 20명, 팔레스타인 수감자 60명을 추가로 석방하게 된다. 하마스는 앞선 석방자들과 마찬가지로 여성과 어린이 위주로 명단을 작성할 예정이며,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미 5차 석방 대상자 10명의 신상을 이스라엘에 전달했다.
이날 네 번째 인질·수감자 맞교환도 차질 없이 진행됐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11명을,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 감옥에 갇혀 있던 팔레스타인 수감자 33명을 각각 풀어줬다. 이로써 지난 24일 각각 총 50명과 150명을 맞교환하기로 한 합의 사항은 모두 이행됐다. 이와 별도로 태국인 등 외국인 19명도 풀려났다.
블링컨 미 국무, 이번주 네 번째 이스라엘 방문해 ‘장기 휴전’ 가능성 타진
국제사회는 합의 이행과 휴전 연장을 반기면서도 이제는 영구 휴전과 평화 정착 방안을 논의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다음날 살해될 사람에게 물과 식량을 지원하는 행위가 타당한가”라며 “이젠 폭격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고통받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번 휴전을 통해 더 많은 구호를 받기를 희망한다”면서 “추가로 주어진 시간 동안 모든 주민의 요구를 충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여전히 10명 안팎의 이스라엘·미국 이중국적자가 하마스에 붙잡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장기 휴전을 촉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인도적 지원 양을 늘리기 위해 교전 중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인의 평화와 존엄을 위한 미래를 구축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브리핑에서 “우리는 당연히 임시 휴전이 더 연장되길 바란다”며 미국 이중국적자의 석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번주 후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방문할 예정이다. 전쟁 발발 이후 네 번째 이스라엘 방문으로, AFP통신 등은 이 자리에서 블링컨 장관이 장기 휴전 또는 영구 휴전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악의 희생을 치른 가자지구 주민들의 간절함도 커지고 있다. 북부 베이트하눈 출신의 아부 아나스는 알자지라에 “전쟁이 재개될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숨을 쉬고 싶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안팎에서 쏟아지는 영구 휴전 요구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전시내각 예산안 승인을 위한 각료회의를 마친 뒤 “인질 석방과 하마스 제거, 가자지구에서의 위협 재발 방지 보장 등 핵심 목표를 달성하고자 계속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휴전 연장과 관련해선 발언하지 않았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장병들과 만나 “이제 (휴전 종료까지)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며 “우리는 전투로 복귀할 것이며 전력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스라엘군은 4차 인질 석방을 앞두고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이 이중국적자 80명을 포함해 총 170명이라고 밝혔는데, 이날 풀려난 11명을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159명이 붙잡혀 있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 등은 이미 사람들이 인질 석방의 기쁨을 맛본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가족들의 반대 여론을 뚫고 전쟁 재개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