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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폭주 막자"…'아브라함 협정' 폐기론 등장 (2023.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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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12-06 09:49 조회44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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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폭주 막자"…'아브라함 협정' 폐기론 등장


  •  이유 에디터
  •  
  •  승인 2023.12.06 06:30
 

"이스라엘의 팔 점령·병합 끝낼 줄 알았는데

정반대 효과…이스라엘 더 대담한 잔혹행위"

미 인권단체, 아랍 6개국에 군사협력 중단 요구

"이스라엘행 무기통로로 미군기지 쓰지 못하게"

 

수천 명의 시민이 29일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팔레스타인 주민과의 연대를 표시하고 이스라엘과의 국교정상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형 펼침막에는 아랍어로 "모로코에서 예루살렘까지 우리 모두는 팔레스타인인"이라고 씌여 있다. 2023 10.29  [AP=연합뉴스]
수천 명의 시민이 29일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팔레스타인 주민과의 연대를 표시하고 이스라엘과의 국교정상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형 펼침막에는 아랍어로 "모로코에서 예루살렘까지 우리 모두는 팔레스타인인"이라고 씌여 있다. 2023 10.29  [AP=연합뉴스]

북부 가자를 초토화한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격이 남부를 향하면서 추가로 막대한 민간인 희생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폭주 제어 방안의 하나로 일부 아랍국이 관계 정상화를 위해 이스라엘과 맺은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인권단체인 '아랍세계의 오늘을 위한 민주주의'(DAWN)의 사라 레아 휘트슨 대표는 '지금은 아브라함 협정을 폐기할 때다'란 4일 자 <타임>지 기고를 통해 "아랍의 협정 고수는 이스라엘에 계속 지지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이스라엘에 그들의 최우선 목표인 군사적, 경제적, 무역 발전을 돕게 된다"라고 말했다. DAWN은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에 의해 암살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만든 비영리 인권단체다. 이 단체는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을 상대로 아브라함 협정 즉각 철회, 그리고 평화조약을 맺은 이집트, 요르단에는 이스라엘과의 모든 군사협력 중단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아랍권에서 이스라엘과 수교한 국가는 이집트(1979년), 요르단(1994년)에 이어 UAE‧바레인‧ 모로코‧수단(2020년) 등 6개국이다. 앞서 바레인 의회는 가자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학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스라엘 대사 본국 추방과 모든 경제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트럼프 현상은 지배 엘리트들의 반동의 정치가 돌아오고 있다는 징표다. 
트럼프 현상은 지배 엘리트들의 반동의 정치가 돌아오고 있다는 징표다. 

아브라함 협정 폐기…'이스라엘 폭주' 제동 카드

아브라함 협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백악관 선임보좌관 겸 중동 정책 총괄 고문이었던 유대인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당시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재로 2020년 9월 UAE, 바레인과 각각 양자 협정에 서명했고, 추후 모로코, 수단으로 확대했다. 휘트슨 대표에 따르면, 체결 당시 UAE 지도자들은 이 협정이 이스라엘을 달래서 팔레스타인 점령과 병합을 끝낼 수단으로 여기고 환영했으나,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아랍국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관계 정상화 조건에서 제외하면서 이스라엘과 관계를 맺는 데서 팔레스타인 문제는 더는 걸림돌이 작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휘트슨은 "이스라엘이 역내 권위주의 정권들과 동맹관계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일상적 잔혹 행위, 군사 점령,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통치하에서 사는 6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외면하는데도 이 협정은 지역 안보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실패할 운명이었고 10‧7 하마스 사태로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현실주의 국제관계 이론의 대가인 스티븐 M. 월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도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근본 원인은 미국'이란 <포린 폴리시>(10월 18일 자) 기고에서 아브라함 협정은 "아마추어 전략가 재러드 쿠슈너의 아이디어"라면서 "당시 다른 나라들은 이스라엘 지배하에 사는 7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 운명이 해결되지 않는 한 역내 평화는 달성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무모한 '팔레스타인 지우기'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다.  2023. 12. 04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다.  2023. 12. 04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협정 체결하자 더 대담한 잔혹 행위"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 역대 정부를 통제하기는커녕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더 대담하게 잔혹 행위를 저지르고 인권 유린을 하도록 뒷받침했다는 게 휘트슨의 견해다. 체결 첫해에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유대 정착민 폭력이 급속히 증가했으며, 이스라엘 사상 최악의 극우 정권이 선거를 통해서 들어선 2022년에는 극우 각료들이 공개적으로 서안의 병합과 대규모 정착촌 확대를 촉구했다. 올해 들어 10‧7 사태가 있기까지 서안에서 이미 200명 가까이가 살해됐다. 그 이후엔 '보복 공격'을 선언한 이스라엘이 하마스 제거를 구실로 가자 지구를 무차별 폭격하고 대규모 지상 작전을 벌이면서 어린이와 여성을 비롯해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1만5000명을 넘어섰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은 난민을 가자 지구에서 추방하는 '인종 청소'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아랍국엔 '혜택' 주고 팔 문제는 '외면'

휘트슨에 따르면,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에 어마어마한 혜택을 주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는 이스라엘이 UAE와 바레인과 같은 석유 부국으로 무역 및 외교 관계는 물론 군사와 정보 조율을 극적으로 확장하게 됐다. 2021년에는 미국은 이스라엘을 유럽사령부에서 중동을 관장하는 중부사령부로 옮김으로써 이스라엘과 이웃 아랍국 간 더욱 직접적인 군사 및 작전 협력을 촉진하고 강화했다. 여기에는 정보 공유와 '중동 대공방어 동맹'이란 역내 대공 방어망도 포함된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F-35 전투기 편대와 미국의 F-35 전투기들이 UAE의 알 다프라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몇 차례 연합공중훈련을 벌였다. 또한 2021년엔 UAE, 바레인, 이스라엘, 그리고 미 해군 중부사령부가 홍해에서 합동 해상안보 작전 연습들을 시행했다. 또한 아랍국에 대한 이스라엘 방산 업체들의 수출도 대폭 확대됐다. 2022년 이스라엘의 방산 수출액은 UAE와 바레인만 해도 126억 달러(약 16조6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한다. 물론 아브라함 협정을 중동 평화 노력의 하나로 보는 미국은 아랍국에게도 '선물'을 안겼다. UAE에는 숙원이었던 F-35 전투기 50대를 판매했으며, 모코코의 서부 사하라 불법 병합을 승인했는가 하면, 수단엔 테러리스트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고 15억 달러 차관을 제공하기도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4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슬람국가경제협력회의(COMCEC) 연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가자의 도살자"라고 비난했다. 2023. 12. 04 [AP=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4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슬람국가경제협력회의(COMCEC) 연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가자의 도살자"라고 비난했다. 2023. 12. 04 [AP=연합뉴스]

미군기지, 이스라엘 무기 제공 통로 불허 촉구

휘트슨 대표는 아랍국을 상대로 더욱 능동적 행동을 주문했다. 그는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 UAE, 바레인, 카타르를 포함해 미군 기지를 두고 있는 아랍 국가들은 가자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이스라엘군에 무기를 공급하거나 이스라엘군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이 기지들을 활용하는 걸 용인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공범으로 몰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자 북부를 점령한 이스라엘군은 남부에 대한 지상 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가자 남부 곳곳에 이스라엘군 탱크와 장갑차, 군용 중장비 등이 대거 진입했고, 남부에서 가장 큰 도시인 칸유니스 주민들에게는 피란 권고가 내려졌다. 칸 유니스 등 가자 남부에는 현재 가자 전체 인구 220만 명의 약 70%가 몰려 있어 북부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폭격과 지상 작전이 진행될 경우 추가적인 막대한 민간인 희생이 우려되고 있다. 

에르도안 "네타냐후는 가자의 도살자…전쟁범죄"

이에 대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4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슬람국가경제협력회의(COMCEC)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가자지구의 도살자(butcher)"라고 비난하고 "네타냐후는 전쟁범죄로 처벌받는 것을 넘어 마치 밀로셰비치가 그랬듯 가자지구의 전쟁범죄자로서 재판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아나돌루 통신이 보도했다. 에르도안은 "네타냐후는 자신의 팽창주의적 목표를 공개 선언했다"며 "하마스를 핑계로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간과하려는 이들은 인류 앞에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세르비아 전 대통령은 1998∼1999년 코소보 알바니아계에 대한 인종청소를 저질러 '발칸의 도살자'로 불린 악명높은 독재자로 2001년 체포돼 유엔 산하 국제 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재판받다가 2006년 감옥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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