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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상용도시 부산' 정책에 국어단체·부산시민단체 반발 (2022.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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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8-30 09:21 조회2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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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상용도시 부산' 정책에 국어단체·부산시민단체 반발

권기정 기자입력 2022.08.29. 10:13수정 2022.08.29. 16:42

부산시·교육청, 내달 영어상용화도시 추진안 수립
"실패한 정책 답습해 예산 낭비" "행정 왜곡 우려"

 

29일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 반대 국민연합’ 회원들이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어상용도시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연합 제공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이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추진하자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전국의 국어단체까지 나서 반발하고 있다. 국어단체 76개와 부산지역 시민단체 34개로 구성된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 반대 국민연합(국민연합)’은 29일 오후 1시30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어상용도시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국민연합은 영어상용도시 정책은 많은 도시에서 실패한 ‘영어마을’을 확대 설립하는 정책에 불과하며 예산만 낭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공공기관에서 영어상용을 주도하면 공적인 의사소통에서 시민에게 불편을 주고, 알 권리를 침해해 행정의 본질적 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전국적인 반대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연합은 이날 부산 시내 지역명과 시설명, 교량 명칭 등에서 불필요한 외국어를 없애고, 부산시 정책용어·행정용어에서 영어 대신 우리말을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공공시설 및 교통수단에서 지나친 외국어 안내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연합 측은 부산시의 영어상용도시 정책은 실정법인 국어기본법 제4조와 제14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어기본법 제4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 사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국어능력의 향상과 지역어의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특히 제14조(공무서 등의 작성·평가) 1항은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 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들은 “영어상용을 추진하면 국어기본법 규정을 밥 먹듯이 어기게 될 것”이라며 “지금도 부산시는 공문서에서 외국어 남용이 가장 심한 지자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합은 부산시가 추진하려는 영어마을과 국제학교에 대해서는 “실패한 사업을 답습해 예산을 낭비하고 영어 사교육 부담을 키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영어마을은 이미 경기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모두 실패로 끝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공사례 없는 공상적 영어실험에 학생과 시민을 몰아놓고 예산낭비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국제학교는 학비가 비쌀 뿐만 아니라 학생 대다수는 한국인 학생으로 사교육 유발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인 ‘들락날락’의 영어체험장화하겠다는 발상 또한 조기 영어교육열병을 퍼뜨릴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국민연합은 “영어상용도시 정책으로 정작 공공정보 그 자체에 접근할 수 없는 장벽이 생겨 국민의 알 권리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미 광안대교를 다이아몬드브릿지로, 달맞이길을 문탠로드로 바꿔 부르는 등 영어 남용이 잦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지역명에서도 센텀시티, 마린시티, 에코델타시티, 그린시티 등 한국 도시 답지 않은 이름이 많고 휴먼브릿지, 금빛노을브릿지, 사상리버브릿지, 감동나루길리버워크 등 새로 만드는 시설 이름에도 영어를 잔뜩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합은 “서울시에서 2003년 공문서를 영문으로 만들고 간부들이 영어회의를 추진했던 영어공용화 정책, 서울 서초구가 2008~2009년 시행한 공무원 영어회의 등은 이미 실패한 실험”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일이라면 전문 통·번역사와 자원봉사자, 정보통신기슬 등을 잘 활용해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게 도울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합은 “영어상용도시 정책은 부산의 문화적 정체성을 어지럽히고 시민을 불편하게 만들 뿐”이라며 “실현 불가능한 환상에 바탕을 둔 정책은 그저 영어남용도시 정책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합에는 국어순화추진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솔회,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전국국어교사모임, 한글문화연대, 한글재단, 한글학회, 한국땅이름학회, 훈민정음학회 등 국어단체 76곳이 참여했다. 부산에서는 겨레의길민족광장, 문화사랑백년어, 부산겨레하나, 부산민예총, 부산참여연대, 인본사회연구소, 조선학교와함께하는시민모임봄 등 34곳이 참가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지난 9일 ‘글로벌 영어상용도시 및 영어교육도시 부산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영어상용도시는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는 도시, 외국인의 거주가 편리한 도시 만들기가 목표이다. 부산시의 전략은 부산형 영어 공교육 혁신, 시민 영어역량 강화, 영어상용도시 인프라와 환경 조성, 영어상용도시 공공부문 선도 등 4가지 부문별로 추진 중이다.

부산형 영어 공교육 혁신 방안으로는 영어교원 전문성 강화, 원어민 교사 확보, 교육과정 내 영어교육 활성화, 영어동아리 운영, 영어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시민 영어역량 강화 방안으로는 수준별·직종별 평생교육교실,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의 영어체험교실 상시 운영, 대학 영어강의 확대, 영미 인턴십 활성화, 영어능통자 자원봉사단 운영, 지역공동체 기반 영어프로그램 운영 등이다.

인프라와 환경 조성 방안으로는 권역별 글로벌빌리지(영어마을) 조성, 영어교육 e-플랫폼 개설, 외국인학교(국제학교) 등 명문 외국 교육기관 유치·설립 등이다. 공공부문은 상용 공문서의 영어 병기 및 영문서 가이드라인 제작, 영어전용 소통창구 상시 운영, 영어 능통 공무원 채용 확대, 부산시 누리집·공식 소통망 등 시정 홍보 영문 서비스 확대, 영어재단·지역방송사 연계 영자신문·영어방송 등이다.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9일 ‘글로벌 영어상용도시 및 영어교육도시 부산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뒤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다음 주부터 영어상용화도시 조성 계획 논의를 시작해 다음 달까지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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