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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창간기획-정전·한미동맹 70년⑨-“불망나니” 트럼프 비난하다, 대화 창 열리자 친서에 속내 보여 (2023.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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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7-17 10:09 조회1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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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망나니” 트럼프 비난하다, 대화 창 열리자 친서에 속내 보여


장예지입력 2023. 7. 17. 07:05수정 2023. 7. 17. 09:20
[한겨레 창간기획-정전·한미동맹 70년][정전협정·한미동맹 70년]
⑨미-중 경쟁에 남북관계 악화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최고지도자들은 미국과의 핵협상 과정이나 우방국 정상과의 비공개 회담 등에서 주한미군이나 한-미 훈련, 중국의 역할 등에 관해 공식 입장과는 다른 속내를 내보이곤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과 두차례 정상회담을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속마음은 상대였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주고받은 27통의 친서에서 엿볼 수 있다. 2017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국무위원장 성명’(2017년 9월22일)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 “불망나니, 깡패” “겁먹은 개” 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북-미 사이 대화의 창이 열린 뒤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탁월한 정치적 감각을 타고난 각하”, “강력하고 걸출한 미합중국 대통령”, “각하를 향한 흔들림 없는 존경”이라는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예우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8월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는 절실하게 대북 제재 완화를 호소한다. 그는 “핵무기 연구소나 위성 발사장의 전면 가동 중단, 핵물질 생산시설의 불가역적 폐쇄 등 유의미한 조치들을 계속 취할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이 전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줄 우리 주변 환경의 변화를, 약간만이라도,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북한 내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한 작업이 녹록잖음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협상에 나선 자신에게 ‘명분’을 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청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훈련에 극도로 민감해했다. 그는 이 친서에서 “연합군사훈련은 도대체 누구에 대한 것이냐”며 “저는 분명히 기분이 상했다. (트럼프 대통령) 각하께서 우리의 관계를 오직 당신에게만 득이 되는 디딤돌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저를 주기만 하고 반대급부도 받지 못하는 바보처럼 보이도록 만들진 않을 것”이라고 불쾌한 감정을 노출했다.

친서에는 김 위원장이 중재자 구실을 했던 문재인 정부를 배제하고, 북·미 양자 담판을 지으려는 태도도 드러나 있다. 2018년 9월21일 친서에서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며 “우리의 훌륭한 관계는 우리가 미래에 성취할 훌륭한 업적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공개 발언도 흥미롭다. 2018년 3월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월 펴낸 책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 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베트나 신장처럼 다루기 위해 미군 철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적었다.

주한미군 문제에 관해서는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김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 특사로 방북한 임동원 당시 국가정보원장을 만나 “미군 주둔이 나쁠 건 없다. 조선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군대로 주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6월 첫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김대중 대통령에게 “미군이 계속 주둔하되 평화유지군 같은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통령은 “그런데 왜 언론매체를 통해 계속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이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우리 인민들의 감정을 달래기 위한 것이니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대답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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