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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법재판소, 오늘 ‘집단학살’ 이스라엘 재판 돌입 (2024.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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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1-11 09:15 조회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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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법재판소, 오늘 ‘집단학살’ 이스라엘 재판 돌입



  •  이유 에디터
  •  
  •  승인 2024.01.11 06:30
 

이스라엘, 남아공 제소로 최초로 국제 법정에

"국제 공론의 법정, 이미 이스라엘 유죄 선고"

이스라엘‧미국 반발…"집단학살은 하마스가"

아랍‧이슬람권 국가들 ICJ 재판 일제히 환영

몇 주 안에 전쟁 행위 중단 명령 가능성 있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5일 가자 북부에서 군 지휘관과 병사들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있다. 2023. 12. 25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5일 가자 북부에서 군 지휘관과 병사들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있다. 2023. 12. 25 [AP=연합뉴스]

미국을 뒷배로 두고 호가호위(狐假虎威)했던 이스라엘이 사상 최초로 국제 법정에 출두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11일 이틀간 일정으로 네덜란드 헤이그 본부에서 이 사건에 관한 첫 심리에 돌입했다.

1948년 '유엔 제노사이드 범죄의 방지‧처벌 협약'(CPPCG)'을 채택한 이래 이스라엘이 이 협약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정에 서는 건 처음이다. 이 협약에 따르면, '제노사이드'는 "통상 국민적, 종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집단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할 의도로 저지른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인류 최악의 범죄인 제노사이드의 사례로는 독일 나치 정권이 자행한 유대인 홀로코스트가 대표적이다. 유엔은 1948년 2차 세계대전에서 발생한 집단학살 형식의 종족 청소(ethnic cleansing)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노사이드 협약을 채택했다.

 

가자 남부의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주검 곁에서 여인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4. 01. 10 [로이터=연합뉴스]
가자 남부의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주검 곁에서 여인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4. 01. 10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사법재판소, 남아공 제소에 오늘 재판 개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란 흑역사를 겪었던 남아공은 지난해 12월 29일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을 제소했다. 84쪽 분량의 소장에서 남아공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제노사이드에 관여했으며 지금도 관여하는 중이고 앞으로 더 관여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종족과 인종을 상당 부분 파괴하려는 의도를 갖고 행위를 했다"며 "이는 제노사이드 범죄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소장에서 남아공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의도'를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극우 각료들을 비롯한 이스라엘 지도부가이 쏟아낸 비인간적 발언을 8쪽에 걸쳐 소개했다.  일례로 여기에는 제노사이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완전 봉쇄" "인간 짐승과 싸운다" "상응한 행동" 등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발언도 포함됐다.

특히 남아공은 "팔레스타인인의 권리가 더 심각하게 훼손돼 복구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제노사이드 협약에 따라 임시 조치를 해야 한다"며 휴전 명령을 내릴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가 더는 극심하고 회복 불가능하게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라는 게 남아공의 설명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10‧7 만행에 대한 보복으로 무자비한 폭격과 지상 작전으로 94일째인 8일 현재 가자 전체 인구 220만 명의 1%가 넘는 최소 2만2835명(가자 보건부 집계)의 사망자를 낳고, 70% 넘는 강제 난민이 발생시키는 제노사이드와 종족 청소를 자행하고 있다. 숨진 이들 대다수는 미성년자와 여성, 노인을 비롯한 민간인이다.

일각에선 국제사법재판소가 몇 주 내에 전쟁 행위 중단을 명령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에서의 인종청소 행위와 관련해 ICJ 재판에 참여했던 미국 인권 변호사 프랜시스 보일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남아공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모든 집단학살 행위를 멈추라는 명령을 받아낼 것으로 믿는다"며 보일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볼 때 첫 공판 이후 몇 주 안에 임시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ICJ 명령에는 강제성이 없어 이스라엘이 이를 따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ICJ의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ICJ의 모든 판결은 최종적이며 항소는 없다.

 

이스라엘군은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인 병사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 북부를 거의 장악한 데 이어 남부 주요 도시에서도 지상 작전을 벌이고 있다. 2023.12.18.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인 병사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 북부를 거의 장악한 데 이어 남부 주요 도시에서도 지상 작전을 벌이고 있다. 2023.12.18.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미국 거센 반발…"하마스가 집단학살"

AFP, AP,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남아공의 제소에 격하게 반발하면서도 재판정에서 결백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집단학살을 저지른 건 하마스라고 반박하고 이스라엘군이 가자 민간인의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인 에일론 레비는 남아공이 "우리 국민에 대한 하마스의 집단학살 작전에 범죄적으로 공모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삭 헤르초크 이스라엘 대통령은 9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만나미국의 지지에 감사의 뜻을 전한 뒤 남아공의 ICJ보다 "더 극악무도하고 터무니없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도 맞장구를 쳤다. 이에 대해 블링컨은 이날 텔아비브에서 행한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평화 노력을 방해한다"며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ICJ의 재판이 진행되면 이스라엘의 잔혹한 학살 만행에 대한 국제 비판 여론이 더욱 환기되면서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옹호하며 사실상 학살 만행을 방관해온 일부 서방국도 상당히 신경 쓰는 눈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국제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1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아랍-이슬람 합동 특별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모두 57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2023 11. 11 [아랍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1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아랍-이슬람 합동 특별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모두 57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2023 11. 11 [아랍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아랍‧이슬람권 국가들 ICJ 재판 일제히 환영

반면, 남아공의 제소를 반기는 나라들도 상당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파키스탄, 모로코 등 5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슬람협력기구(OIC)는 12월 30일 지지를 표명했고, 말레이시아는 3일, 튀르키예‧요르단은 4일, 볼리비아는 7일, 몰디브‧나미비아‧파키스탄은 9일에 각각 각각 환영 성명을 냈다. 앞서 볼리비아는 남아공, 방글라데시, 코모로, 지부티와 함께 팔레스타인 상황을 조사해 줄 것을 카림 칸 ICJ 검사에게 요청했고, 칸 검사는 11월 30일 접수 사실을 공개했다.

현재 ICJ 재판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슬로바키아, 모로코, 레바논, 인도, 프랑스, 소말리아, 자메이카, 일본, 독일, 호주, 우간다, 브라질 등 15개국 출신 판사로 구성돼 있다. 다음 달에 임기 만료로 4명이 교체되고 이 가운데 이 중 한 명은 남아공 출신이다. 여기에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남아공 출신의 임시 판사가 각각 한 명씩 추가돼 전체 17명이 재판을 진행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그룹과 운동가들이 조직한 "팔레스타인을 위해 모든 덴마크인은 거리로 - 당장 휴전" 집회에 시민들이 참가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 01. 07 [로이터=연합뉴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그룹과 운동가들이 조직한 "팔레스타인을 위해 모든 덴마크인은 거리로 - 당장 휴전" 집회에 시민들이 참가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 01. 07 [로이터=연합뉴스]

"국제 공론의 법정, 이미 이스라엘 유죄 선고"

요르단 암만에서 활동하는 중진 언론인인 오사마 알-샤리프는 '가자 전쟁에 관한 ICJ 판결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제목의 9일 자 알자지라 기고를 통해 "가자에서 수행하는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적인 전쟁은 유죄다. 그것이 전 세계 시민 수백만 명의 판단이다"라며 "이스라엘의 유죄는 이미 국제 공론의 법정에서 선고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알-샤리프는 "이스라엘은 ICJ가 이스라엘의 가자 군사작전을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시간을 끌겠지만 상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국제법 준수를 증명하기란 '미션 임파서블'이고 ICJ의 판결은 스스로의 신뢰도를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남아공 의회는 작년 11월 가자에서 이스라엘의 행동을 아파르트헤이트로 규정하고, 휴전 때까지 남아공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을 폐쇄하고 이스라엘과 모든 관계를 단절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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