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서 전쟁을 겪으며 자란 어린이 96%가 “죽음이 임박했다는 공포를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비정부기구 전쟁아동연합은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이 취약계층 어린이와 그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26쪽 분량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는 전쟁 이후 가족이 숨지거나 다친 경험이 있는 아동의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일부 항목은 어린이가 직접 답했다.
보고서를 보면 가자지구 전쟁을 겪은 아동 중 96%가 ‘죽음이 임박했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여전히 전쟁의 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도 92%에 달했다.
전쟁에 따른 정신적 고통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자들의 응답에 따르면 아동 중 79%는 악몽에 시달렸고, 77%는 트라우마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으며, 73%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보고서는 “아동들이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는 불안과 수면장애, 악몽, 손톱 물어뜯기, 퇴행, 식이 장애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은 어린이들이 삶의 의지마저 잃게 만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가량(49%)은 죽고 싶다고 답했다.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들은 “아이들이 두려움과 걱정, 비참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라리 죽기를 원하고 있다” “아이가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반복한다”고 전했다. 고아가 된 어린이를 돌보는 한 여성은 아이가 “우리는 모두 죽게 되겠죠?”라고 물었던 게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가자지구 전쟁이 1년이 넘도록 이어지면서 어린이들이 겪는 심리적 트라우마에 대한 심층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지난 6월부터 실시됐다. 아동과 보호자 5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일부 사례는 심층 토론과 인터뷰도 이뤄졌다.
전쟁아동연합 후원을 받고 이번 조사에 참여한 가자지구 위기관리공동체훈련센터는 “아이들의 답변은 절망적이었지만, 슬프게도 놀랍지는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우리가 1년 이상 보고, 듣고, 목격한 것을 더욱 생생히 드러낸다”고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자지구 전쟁 사망자는 4만4000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44%가 어린이다. 전쟁아동연합은 가자지구 전쟁으로 직계 가족을 잃은 아동을 1만7000명 이상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