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넘게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전해지며 연내 타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휴전 협상이 90%까지 완료됐다고 전했다. 그간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해온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군 문제와 관련해 하마스가 전격 물러서며 휴전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이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막판 쟁점이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 국경선을 따라 수 ㎞ 너비의 완충지대를 만들고, 그 안에 이스라엘군이 주둔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당초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군’을 휴전의 핵심 조건으로 요구해 왔으나, 최근 이스라엘 요구를 수용하며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집트 국경과 맞닿은 가자지구 최남단 필라델피 회랑에서 이스라엘군이 철군하는 문제를 두고서는 여전히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필라델피 회랑이 하마스의 무기 밀수로로 활용되고 있다며 지난 5월 말 이곳을 장악했고, 이집트의 격한 반발을 샀다. 이집트와 하마스는 철군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종전 이후에도 철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막판 씨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쟁점이 해소되면 며칠 내로 휴전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휴전은 총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에선 현재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이스라엘 인질 가운데 여성, 노인 등 일부를 먼저 석방하며,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20명의 비율로 포로 교환이 이뤄진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에 인질 96명이 억류돼 있고, 이 가운데 62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포로 교환 대상에 어떤 수감자를 포함시킬지는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나,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25년형 이상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약 400명 가운데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질 석방은 휴전 기간 단계적으로 이뤄지며, 남쪽으로 피란을 왔던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은 이집트와 카타르의 감독 하에 북부로 귀향할 수 있게 된다. 또 휴전 기간 가자지구 내 하루 500대 분량의 구호트럭을 반입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3단계에선 전쟁이 마침내 종식된다. 가자지구는 과거 정치조직 소속 전력이 없는 동시에 모든 팔레스타인 정파의 지지를 받는 전문 관료들로 구성된 위원회에 의해 행정 감독이 이뤄지게 된다.
최근 하마스가 철군과 관련한 민감한 쟁점에서 전격 양보하며 전쟁이 올해 안에 끝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제기됐고, 휴전을 중재해온 미국 역시 “이달 중”이라고 구체적 시점을 못 박으며 휴전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러나 그간 휴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협상의 주요 국면마다 이를 무산시켰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여전히 침묵하고 있어 섣부른 기대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