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경제학자, 한국 콕 집어 “남성이 가사노동 적게 할수록 출생률 낮아” (2025.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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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2-21 10:21 조회3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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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경제학자, 한국 콕 집어 “남성이 가사노동 적게 할수록 출생률 낮아” [플랫]
최저 출생률 한국…여성이 가사노동 3시간 더
“한국, 부부 평등 측면에서 과거에 갇혀 있어”
2023년 노벨경제학 수상자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세계적인 저출생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가사 분담의 성별 불균형을 지목했다. 대표적 사례로 가장 낮을 출생률을 기록하는 한국을 꼽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칼럼에서 남성의 가사 참여도가 낮은 국가일수록 출생률이 더 낮다는 골딘 교수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아기와 거시경제’라는 제목의 이 연구는 최근 전미경제연구소(NBER)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첫 여성 종신교수인 골딘 교수는 노동 시장에서 뿌리 깊은 성별 임금 격차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해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플랫]노벨 경제학상, 뿌리깊은 ‘성별 임금격차’ 원인 분석한 클로디아 골딘
골딘 교수는 거시경제학 관점에서 전 세계 출생률 감소 추세를 분석한 결과 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의 사회 진출 속도’와 ‘가사·육아에 대한 남성의 인식 변화 속도’ 간 격차가 출생률이 낮아진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남성이 가사 노동을 더 많이 하는 곳에선 출생률이 더 높고, 그렇지 않은 곳에선 출생률이 더 낮다고 봤다.
연구 결과를 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명으로 여성이 가사·육아에 할애하는 시간은 남성보다 하루 2.8시간 많았다. 합계출산율이 낮은 이탈리아(1.3명), 일본(1.4명), 포르투갈(1.4명)에서도 여성의 가사·육아 시간은 남성보다 각각 2.9시간, 3.1시간, 3.9시간 더 많았다. 반면 합계출산율이 높은 편에 속하는 스웨덴(1.7명), 덴마크(1.7명), 프랑스(1.8명)에선 여성의 가사·육아 시간이 남성보다 0.8시간, 0.9시간, 1.5시간 정도 많았다.
골딘 교수는 가장 눈에 띄는 대표적 사례로 한국을 꼽았다. 한국의 경우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하루 평균 3시간 더 많은 가사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딘 교수는 “한국은 부부 평등 측면에서 과거에 갇혀 있다”라고 말했다.
골딘 교수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에서 여성은 사회에 진출해 경력을 쌓길 원하지만, 남성은 여전히 아내가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전통적 성 역할 인식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충돌이 급격한 출생률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출생률이 낮은 일본과 이탈리아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골딘 교수는 한국을 포함한 이들 국가의 경우 문화·종교적 요인도 작용했지만, 경제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한 사회가) 급속한 성장을 하게 되면 각 세대에겐 현대사회에 적응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며 “(그 사회는) 그들을 현대사회로 밀어 넣어 버린다”고 했다. 경제가 점진적으로 성장한 미국 같은 국가와 달리, 사회규범이 발맞춰 변화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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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딘 교수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정부 보조 보육 서비스 확대를 제안했다. 스웨덴 사례를 긍정적인 모델로 제시했는데, 스웨덴에선 여성이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며 시간제 근무 비율이 균형적이라고 전했다. 또 남녀가 가사·육아를 공평하게 분담하고, 정부는 1세 이상 영유아에 대한 보육을 제공한다. 골딘 교수는 “개인과 정부의 역할에서 최선에 가까운 사례”라고 했다.
골딘 교수는 또 “남성은 다른 아빠들도 가사노동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며 “남성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기대가 바뀌지 않는 한 (저출생 문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김희진 기자 hjin@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