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영토 확장 계획 작성
전투사단 투입해 통치권 쥐고
14㎢ 작은 마을 220만명 이주
최근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한 이스라엘군이 20년 만에 이곳을 아예 재점령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을 지지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을 계기로 이스라엘 극우들이 숙원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최근 가자지구 점령을 위한 작전 계획을 작성해 내각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가자지구 전역에 전투사단을 투입해 하마스 잔당을 완전히 진압한 뒤 군이 실질적인 통치권을 쥐겠다는 것이 계획의 골자다.
가자지구 대부분의 지역을 비워 220만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남서부 알마와시에 강제 이주시키는 방안도 계획에 포함됐다. 알마와시는 이스라엘군이 이른바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한 해안가의 작은 마을로, 황무지에 가까운 약 14㎢ 면적에 피란민들을 위한 텐트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텐트 외에 기반 시설이 전무해 이곳에 내몰린 주민들은 식량 원조에 의존하지 않고는 사실상 생존이 불가능하다. 강화도 크기와 비슷한 365㎢ 면적에 220만명 넘게 살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인 가자 주민들을 전체 면적의 3%에 불과한 더 비좁은 땅으로 몰아넣겠다는 얘기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가자지구를 점령했으나 1993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2005년 이곳에서 군과 유대인 정착촌을 철수했다. 그러나 분리장벽을 쌓아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아예 봉쇄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가자지구는 ‘세계 최대의 지붕 없는 감옥’으로 불려 왔다.
이스라엘군이 ‘극우의 망상’ 정도로 취급됐던 가자 재점령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엔 트럼프 정부 출범이 큰 영향을 미쳤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공감대를 이룬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며 이스라엘의 가자 점령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영구적으로 이주시키고 이곳을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이 수단·소말리아 등을 가자 주민들의 정착지로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스라엘 내각은 전날 가자 주민들의 이주를 추진하는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이른바 ‘트럼프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국방부 계획을 승인했다. CNN은 인종청소 논란으로 실행되기 어려웠던 극단적 구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후 속속 구체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