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나 촬영에 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장시간 비행 끝에 미국을 찾았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최우선 과제였던 ‘관세 협상’은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이란·튀르키예 등 이스라엘 적대국이거나 적대 관계인 나라와 미국의 교류 사실만 확인했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실망감을 쏟아냈다.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만난 후 ‘이스라엘 상호관세를 인하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마도 아닐 것”이라며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거래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스라엘을 많이 돕는다”며 “이스라엘에 1년에 40억달러를 준다. 누구보다 많은 액수”라고 했다. 지난 2일 미국은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발표하면서 이스라엘에 17%를 부과했다.
수입식품·농산물의 모든 대미 관세를 선제적으로 철폐키로 한 이스라엘의 저자세 외교도 무용지물이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은 (대미) 관세를 신속히 철폐할 것”이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좋다. 감사하다”고 답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관세 발표 후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찾은 외국 정상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 집행을 피하려 최단 거리보다 약 400㎞ 먼 거리를 우회해 미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관세뿐만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 면전에서 ‘폭탄급 발언’을 쏟아냈는데 그중 하나는 ‘이란 핵협상 직접 대화’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직접 협상을 하고 있다”고 하자 네타냐후 총리의 표정이 확연히 굳었다. 이스라엘 언론 와이넷은 “(총리가) 침을 삼키고, 좌우를 둘러본 후 눈을 휘둥그레 뜨고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숙였다”고 전했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외교적으로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군사 대응의 여지를 남겼다. 현지 언론은 미·이란 대화가 진전되면 이스라엘의 공격 능력이 억제돼 안보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앙숙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 대해서도 “매우 똑똑하다”고 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자신이 이스라엘과 튀르키예를 중재할 수 있다며 “튀르키예와 관련된 어떤 문제든 당신이 합리적이라면, 우리는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시리아 내전 이후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이스라엘과 각을 세워왔으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을 두고도 ‘테러 국가’라고 하는 등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양 정상은 가자지구 인질 문제와 재건 방안 등에 대해 앞서 양국이 동의해온 입장을 재확인했다. 애초 두 정상은 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약 1시간 전 취소됐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박한 평가를 쏟아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실망스러운 방미 후 귀국할 예정”이라고 평가했고 와이넷은 “(네타냐후 총리가) 얻은 답변은 굴욕적이었다”며 “그는 사실상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하욤은 ‘따뜻한 포옹, 모호한 약속’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게 네타냐후 총리가 바랐던 결과인가”라고 물었다. 하레츠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손을 내밀 만만한 상대 덕분에 실패한 무역전략을 잠시나마 성공으로 포장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