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우디 '시리아 껴안기'…이스라엘·이란 '동시 타격' (2025.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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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5-19 10:44 조회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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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우디 '시리아 껴안기'…이스라엘·이란 '동시 타격'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5.05.17 18:00
트럼프 "이스라엘에 안 물어"…중동 격변 예고
이스라엘 '소외'…"끙끙 앓을 것"
"미-이스라엘 관계 영점 조정"
"일방적 정책, 무조건 지지 끝나"
사우디 힘 싣고 이란·테러 저지
"우리는 시리아의 성공을 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중동 순방을 마치고 아랍에미리트(UAE)를 떠난 직후 미 공군 1호기 내에서 동행한 백악관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첫 방문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예고 없이 25년 지속됐던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발표하고 14일엔 아메드 알샤라 임시 대통령과 전격으로 회동해 시리아와의 관계 정상화까지 거론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알샤라 신정부를 승인한 것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 광경을 사우디의 실세 총리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시리아의 아메드 알샤라 임시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 광경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켜보고 있다. 2025. 05. 14 [로이터=연합뉴스]](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5/13522_43927_3845.jpg)
시리아 신정부 승인·제재 해제
트럼프 "네타냐후에 묻지 않아"
새로 권력을 장악한 알샤라는 한때 알카에다의 연계 조직인 알누스라 전선을 이끌었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로서 2013년 미국이 테러리스트로 지정해 1000만 달러의 현상금까지 걸었던 인물이었다. 특히 그를 축출된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보다 더 위험한 인물로 보고 워싱턴에 누차 제재 해제 반대를 요청해왔던 이스라엘엔 상당한 충격이었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은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시리아 공습을 강화하며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점령했던 골란고원의 영유권을 굳히고자 주력하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중대한 결정을 하면서 트럼프는 전통적 맹방이자 이 사안과 깊은 이해관계가 있는 이스라엘과는 사전에 전혀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취재진에게 "나는 그들(이스라엘)에게 그것을 묻지 않았다. 나는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그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고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시리아를 포함한 중동 지역 지도 [구글 지도 캡처] 2025. 05. 17 시민언론 민들레](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5/13522_43930_497.png)
인남식 "지정학상 비즈니스 거래보다
시리아 신정부 승인 함의가 더 크다"
이미 양국 관계의 이상 신호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7일 공개된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와의 휴전 합의를 사전에 이스라엘과 조율하지 않았고, 가자지구에 억류돼있던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 인질인 에단 알렉산더의 석방을 위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직접 협상'을 진행해온 사실도 미리 통보해주지 않았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16일 페북 글을 통해 "사실 미국의 시리아 제재 해제는 이번 트럼프의 중동 순방 일정 중 가장 의미 있는 깜짝 이벤트였다"며 "6000억 달러니, 1조 달러니 말이 많지만, 걸프 아랍국과의 비즈니스 거래보다 지정학 판도상 시리아 신정부에 대한 승인이 갖는 지정학적 함의가 더 크다"라고 분석했다.
인 교수가 보기에, 트럼프의 시리아 신정부 승인은 △ 사우디 빈 살만 밀어주기 △ 이란 압박과 '이슬람 시아파 벨트' 무력화 △ 네타냐후 압박 △ 재건과 개발 이익 확보 등 다목적 성격의 카드다. 특히 네타냐후로선 매우 곤혹스러울 것으로 봤다.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의 파괴된 건물 잔해 속에 세운 임시 난민 캠프에서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천막의 찢긴 구멍 사이로 바깥을 살펴보고 있다. 2025. 05. 12 [AFP=연합뉴스]](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5/13522_43931_5148.jpg)
"네타냐후, 속으로 끙끙 앓을 것"
"지정학 게임 첫 승자는 사우디"
트럼프가 가자 휴전을 압박하고, 이란 공격 대신 핵협상을 벌이고, 시리아 제재를 해제하고, 자신은 제치고 빈 살만과 '브로맨스'를 과시하고 있어서다. 특히 시리아 제재 해제 문제는 알샤라가 시리아 전역을 장악 못한 공백을 이용해 향후 시리아의 공격에 대비해 최대한 영역을 확보하는 군사작전을 벌이는 와중에 갑자기 트럼프가 끼어들어와 알샤라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인 교수는 네타냐후가 "아마 대놓고 말은 못 해도 속으로 끙끙 앓을 것"이라고 썼다.
인 교수는 "빈 살만은 '아랍' 정체성을 바탕으로 시리아 알샤라 정부를 자기 품에 안고 싶어 한다"면서 트럼프-빈살만-알샤라 회동은 지정학 게임의 첫 라운드에서 사우디의 승리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시리아 제재 철회를 "왕세자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치고 16일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미 공군 1호기에서 내려와 주먹을 쥐고 있다. 2025. 05. 16 [AFP=연합뉴스]](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5/13522_43926_3543.jpg)
"이스라엘의 공격적, 일방적 정책,
미국의 무조건 지지 시절 지나가"
파키스탄의 자미르 아흐메드 아완 교수도 '모던 디플로머시' 16일 자 기고에서 "리야드의 여러 논의에서 이스라엘이 배제된 건 미묘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면서 "텔아비브(이스라엘)의 공격적이고 일방적 정책을 미국이 무조건 지지하던 시절은 지나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배제는 "해묵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이전에 더 폭넓은 지역 안정과 무슬림 세계의 단합에 초점을 맞추려는 미국과 사우디의 의도적 시도다"라고 덧붙였다.
글로벌실크루트리서치연맹(GSRRA)의 설립자 겸 회장인 그는 "네타냐후가 팔레스타인 국가와 평화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계속 거부한다면, 점점 더 고립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 예루살렘의 야드 라바님 메모리얼에서 열린 현충일 전야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5. 04. 29 [로이터=연합뉴스]](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5/13522_43932_5654.jpg)
"미-이스라엘 관계 영점 조정"
"군사 공격, 극단주의에 기름"
트럼프와 네타냐후 간의 '균열' 확대와 관련해 "우연이 아니다"라면서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정의가 없이는 중동에서 지속적 평화를 달성할 수 없다는 자각이 워싱턴에서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아완은 이를 미-이스라엘 관계의 '영점 조정'으로 봤다. 미국으로선 △ 폭력적 유대인 정착촌 확대 △ 예루살렘에서의 도발들 △ 레바논, 시리아 등지의 군사 공격과 이란 공격 유도 등에 직면해 네타냐후 지지를 더 이상 보장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게 그의 시각이다.
아완은 "그런 (이스라엘의) 공격은 국제 규범을 약화함은 물론 중동 전역에서 극단주의와 저항에 기름을 붓는다"면서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아랍 세계와 긴밀하게 함께함으로써 이스라엘 일방주의에 대한 워싱턴의 감시는 강화되고 관용은 줄어들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들 위로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남부 이스라엘의 가자 접경에 이스라엘군 탱크와 불도저가 배치돼 있다. 2025. 05. 17 [AFP=연합뉴스]](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5/13522_43962_150.jpg)
사우디 힘 싣고 이란·테러 저지
"미국, 더 실용적 이익적 접근"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 '영점 조정'과 관련해 그는 "전략적 파트너십에 초점을 맞추고 테러리즘과 싸우며, 이란의 팽창주의적 의제를 저지하면서 더 실용적이고 이익 기반 접근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역내 동맹국들, 특히 사우디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역내 안보 보장과 무슬림 내의 단합 작업을 선도하도록 하는데 분명한 방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완은 "이번 순방은 텔아비브가 이끄는 대로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대신, 미국이 역내 분쟁에 대한 포괄적, 포용적 해법을 찾으려는 더 균형 잡힌 중동 정책의 기초를 놓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네타냐후의 이스라엘은 분풀이라도 하듯 트럼프의 중동 순방 중이던 14일 가자 북부의 자발리아 주택가 등을 폭격해 어린이 등 최소 80명의 사망자를 냈으며, 15일과 16일에도 가자 중부 데이르알발라와 칸 유니스 등지를 폭격해 이틀간 약 200명을 학살했다. 또한 트럼프가 중동을 떠난 16일 오후 전투기 15대를 출격시켜 예멘 북부의 호데이다, 살리프 항구의 후티 반군 소속 목표물을 폭격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6일 사나 국제공항을 타격한 지 열흘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