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난주부터 DMZ 내 작업 재개
지난해보다 지역과 규모는 작아
북, 유엔사에 작업 사실 통보해
국방부 “의미 있는 메시지 가능성”

지난해 10월15일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북쪽에서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를 폭파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최근 군사분계선(MDL) 내 비무방지대(DMZ) 내에서 남측과의 단절 작업을 재개한 것으로 30일 파악됐다. 북한은 작업 재개를 유엔군사령부에 통보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육군 대령)은 이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지난주 후반부터 접적 지역에서 작업을 재개했다”라며 “북한군의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MDL 침범의 경우에는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지난해에는 4000~5000명 규모가 10개 지역에서 작업했다”라며 현재는 5~6개 지역에 1000명가량이 투입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한 이후 지난해 4월부터 MDL 북쪽 DMZ에서 지뢰 매설과 방벽·철책 설치, 풀·나무 제거 등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동계훈련에 따라 작업을 일시 중지했다가 지난 3월 소규모 병력을 다시 동원했다. 지난 4월에 작업을 중단했다가 최근 다시 움직인 것이다. 이재명 출범 이후 남북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흘렀지만, 북한이 두 국가 기조에 따라 물리적 단절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 25일 작업 재개 사실을 유엔사에 통보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설치된 직통 전화기인 일명 ‘핑크폰’을 사용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MDL 일대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할 때도 이를 유엔사에 통보했다. 당시 북한의 통지문에는 “다수의 우리 측 인원과 중장비들이 투입될 것이고 폭파 작업도 예정돼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실제 북한은 엿새 뒤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철도를 폭파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유엔사 통보가 남측을 향한 긍정적인 신호일 가능성을 열어 두고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 북한이 작업 중 남측과의 우발적 충돌을 피하려고 유엔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북한의 통지문에는 폭파와 관련한 내용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북한의 통지는 남북 간 긴장 완화와 관련된 의미 있는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라며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군은 긴장 완화와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2023년 4월부터 남측과 연결된 각종 통신선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사에만 통보한 건 향후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