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소식

홈 > 소식 > 새소식
새소식

트럼프 대신 '여성 트럼프' 택한 노벨평화상 (2025. 10. 12.)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10-13 09:54 조회36회

본문

트럼프 대신 '여성 트럼프' 택한 노벨평화상


  •  이명재 에디터
  •  
  •  승인 2025.10.12 10:20

마차도 선정, '남미의 트럼프' 선택한 셈

"평화 해치는 극우 정치인에게 시상하는 것"

"평화상 신뢰도 잃게 만들었다" 비판 쏟아져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베네수엘라의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로 결정된 것에 대해 '터무니 없게도' 이 상을 노렸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낙담했을까.  트럼프는 수상에 실패했지만 크게 실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지지하는 인물, '남미의 트럼프'라고 해도 좋을 인물에게 평화상이 돌아갔으니 트럼프는 '대리 수상'이라도 하게 되는 셈이다.

마차도의 평화상 수상은 노벨평화상에 대한 그동안의 논란과 비판을 다시 거세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위원회의 자격에 대해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마차도는 수상 소감에서 트럼프를 거명하며 트럼프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주요 동맹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도 “당신을 기리는 차원에서 상을 받는다. 당신은 정말로 받을 가치가 있다”고 화답했다.

마차도는 트럼프 추종자로 노벨위원회는 트럼프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는 최악의 선택을 피하는 대신, 그의 협력자인 극우 정치인(친트럼프, 친네타냐후)에게 상을 주는 비겁한 선택을 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베네스엘라의 야당 지도자 마리나 코리나 마차도. 2025. 10. 12. 로이터 연합뉴스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베네스엘라의 야당 지도자 마리나 코리나 마차도. 2025. 10. 12.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에 대한 지지와 추종 여부를 떠나 마차도의 이력을 종합하면 그가 '평화'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상을 받을 만한지는 매우 의문이다. 그는 자국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단숨에 전복시킨 2002년 쿠데타를 주도했고, 헌법을 폐지하고 모든 공공기관을 하룻밤 사이에 해체한 법령에 서명했다. 그는 정권 교체를 정당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공조했고,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해 베네수엘라를 무력으로 ‘해방’시키기 위한 외국의 군사 개입을 요구했다. 트럼프의 침략 위협과 카리브해에 대한 해군 배치를 지지했다.

이번의 마차도 수상자 결정에 대한 비판에는 가자 지구의 비극을 막기 위해 힘써온 이들에게 상이 주어지기를 바란 것에 대한 실망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어찌 보면 노벨위원회는 오히려 가자 지구의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들의 편에 선 이에게 상을 수여키로 함으로써 가자의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결과를 빚고 있다는 비판에서 놓여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회운동가 고은광순 씨는 “베네수엘라를 침공하려는 미국의 입장이 정확히 반영된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이라면서 “시온주의자, 네타냐후에게 자기 모국을 침공해달라고 요구했던 마차도, 가자에 대한 집단학살을 찬성했던 마차도가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천만에, 이것은 서방의 위험한 '작전'일 뿐이다”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녀가 무엇을 대변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정치에는 평화라는 단어가 조금도 없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한 베네수엘라계 미국인 평화운동가 미셸 엘너의 말대로라면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평화'라는 이름으로 '평화를 해치는 이'에게 평화상을 주기로 한 것이다. 

엘너는 이렇게 말한다. "마차도는 평화나 진보의 상징이 아닙니다. 그녀는 파시즘, 시오니즘,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결집한 세계적 동맹의 일원이며,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언어로 지배를 정당화하는 축입니다. 베네수엘라에서 그 동맹은 쿠데타, 제재, 그리고 민영화를 의미했습니다. 가자지구에서는 집단 학살과 민족 말살을 의미합니다. 그들의 이념은 동일합니다. 어떤 생명은 버릴 수 있고, 주권은 협상 가능하며, 폭력은 질서라는 명목으로 팔릴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브라질의 저명한 경제학자로서 전 IMF(국제통화기금) 집행이사로 활동하면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냈던 파울로 노게이라 바티스타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마차도의 수상이 노벨 평화상의 신뢰도를 잃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노벨위원회가 진정한 평화 활동가 대신 ‘워싱턴이 통제하는 정치인’에게 상을 수여했다고 그는 비판했다.

그는 노벨위원회가 ‘가자 지구의 집단 학살(genocide in Gaza)’과 싸우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를 선택함으로써 ‘평화보다 정치(politics over peace)’를 우선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는 중남미와 남미의 좌파 성향 지도자들인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나 전 볼리비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등도 생각을 같이한다.

마차도 수상과 함께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대한 의문도 다시금 커지고 있다. 이 위원회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지며, 노르웨이 의회에서 선출되는데, 이 때문에 의회의 정치적 구성을 반영한다. 위원회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정치적 압력이나 로비로부터 독립적으로 결정한다고 강조하지만 스웨덴에서 선정하는 다른 노벨상 부문들에 비해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노르웨이의 주요 일간지 중 하나인 <다그사비센(Dagsavisen)>에 따르면 노르웨이 내에서도 마차도 수상에 대한 찬반이 교차하고 있다. 진보 사회주의 계열 정당들은 평화상을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게 수여하는 것은 "나쁜 생각”이라고 비판하거나 ‘약간 회의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강경한 반이민 정책과 급진적인 경제 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우익 표퓰리즘 정당인 진보당이 마차도의 수상자 선정에 대해 "필요한 상"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들에서는 이같은 비판을 전하는 보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 고광헌 전 한겨레 대표는 ”만델라나 김대중, 수치 같은 수상자를 기억하는 나에겐 '파시스트' 트럼프의 지원 속에서 반미 정권을 상대로 '민주화' 운동을 한 정치인에게 노벨평화상을 준다고 생각하니 상의 격이 떨어진 느낌“이라면서  ”한국의 언론은 한림원의 발표를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우저 최상단으로 이동합니다 브라우저 최하단으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