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김정은 외교…러·중 찍고 베트남·아세안까지 (2025. 10. 9.~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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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10-13 10:55 조회2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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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김정은 외교…러·중 찍고 베트남·아세안까지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5.10.11 15:35
'김정은 북한' 인식 변화…11개국서 축하 사절
열병식에서 신형 ICBM 화성-20형 공개
대미 무력 시위…'전략적 지위 달라졌다'
김정은 "패권 반대"…한미는 거론 안 해
베트남 1위 방북, 경제·국방 협력 공감
베 언론 "고무적이고 주목할 만한 성과"

북한의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가 모두 끝났다. 9일엔 전야제 성격의 경축대회가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렸고, 10일 저녁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진행됐다.
두 행사에 모두 중국 권력 서열 2위인 리 창 총리,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이 축하 사절로 참석했다. 주석단 중앙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리 했고, 그 왼쪽에는 럼 서기장에 이어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오른쪽에는 리 총리가 자리 잡았다.
라오스의 통룬 시술릿 주석은 7일부터 이틀간 방북하는 바람에 경축대회와 열병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북한이 개발한 다양한 무기 체계들이 진열된 무장 장비 전시회 '국방발전-2025'를 관람했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멕시코, 이란, 니카라과 등 비 서방 11개국 최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중국 전승절 이어 북한 당 창건 행사
북-중-러 3자 '반미 연대' 탄력 과시해
이번 행사는 김정은 시대의 북한과 관련해 여러 가지 눈여겨볼 지점들이 있다.
첫째는 북‧중‧러 북방 3자 연대의 가속화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으로 대변되는 북‧러동맹을 시작으로 소원했던 북‧중 관계가 복원되면서 반미 성격의 북‧중‧러 3자 연대가 구축됐다. 그 화룡점정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함께 참관했던 지난달 3일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었다.
그리곤 한 달여 지난 이번 북한 노동당 창건 행사에 북‧중‧러 정상급들이 다시 모여 결속을 다진 것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 못했지만, 각각 권력 서열 2위들을 보내고 축전과 축하 인사를 보냈다. 조선중앙통신과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9일 리 창과 만나 "북‧중 관계는 견고해서 깰 수 없다"고 했고, 리 창은 "북‧중 친선이 양국 최고지도자의 전략적 인도로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10일 메드베데프를 만나 러시아 축하 사절단 방북에 "새로운 높이에 올라선 조로(북러) 관계를 강력하고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동맹 관계로 더욱 활력 있게 확대 발전시켜나가는 데서 의의 깊은 계기로 될 것"라고 말했고, 메드베데프는 "쿠르스크주 해방 작전에서 발휘한 조선 군인들의 용감성과 희생성은 두 나라를 이어주고 있는 형제적 유대의 공고성과 특수한 신뢰 관계, 피로써 맺어진 동맹 관계의 불패성을 입증해주었다"고 화답했다.

'김정은 시대 북한'에 대한 인식 달라져
베트남 1위 방북, 경제ㆍ국방 협력 공감
두 번째는 수교 75년을 맞아 권력 서열 1위 럼 서기장이 국빈 방문한 점이다. 베트남 최고지도자가 방북한 건 2007년 농 득 마인 공산당 서기장 이후 18년 만이다. 2019년 북미 정상회담 참석차 김정은의 하노이 공식 방문 이후 양국 관계가 조금씩 개선돼왔지만, 그 이전엔 같은 사회주의 나라이면서도 꽤 소원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럼의 이번 방북은 북한에 대한 베트남의 인식이 상당히 우호적으로 바뀐 것을 보여준다. 판 반 장 국방부 장관도 동행했다.
베트남 매체 VNEXPRESS의 보도를 보면 그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대북 관계에 대해 VNEXPRESS는 5일 자 기사에서 "북한은 1960~70년대 대미 항전 시기에 수백 명의 베트남 학생들을 훈련시키고 베트남을 위해 구호를 제공하고 수백 명의 공군 조종사들을 파견했다"는 내용을 소환했다. 8일 기사에선 "양국 간의 전통적 우의는 호찌민 주석과 김일성 주석, 그리고 양국의 여러 세대 지도자들에 의해 배양돼왔다"라고도 했다.


북‧베트남 정상회담은 9일 열렸다. 베트남 관영 통신 VNA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럼 서기장은 정상회담에서 양자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특히 럼은 경제협력 강화를 제안하고 경제 분야에서 베트남의 경험을 북한과 공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고 유엔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다자 포럼에서 공조하기로 뜻을 모았다. 10일에는 주북 베트남 대사관에 호찌민 주석의 반신상 제막식이 진행됐다.
VNEXPRESS에 따르면, 양국은 10일 △ 외교부 간 협력 협정 △ 국방부 간 국방 협력 의향서 △ VNA와 조선중앙통신사(KCNA) 간 협력 협정 △ 보건 의학 과학 협력 양해각서 △ 상공회의소 간 양해각서 등의 문서 서명식을 가졌다. 이에 VNEXPRESS는 북‧베트남 관계는 "오랜 우의와 일관된 협력 의지에 기반해 최근 몇 년간 안정적이고 견고한 발전 세를 유지해 왔으며, 고무적이고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무대 데뷔 이어 외교 공간 확장
러시아, 중국 찍고 베트남ㆍ아세안까지
셋째는 중국, 러시아는 물론이고 베트남, 라오스까지 정상이나 정상급 축하 사절이 오고 아세안에서도 초청에 응했다는 점이다. '김정은 시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특히 사회주의권과 동남아 일부 국가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개발 문제로 수없이 유엔의 제재를 받았고 이에 중국, 러시아가 동참했던 7~8년 전까지만 해도 '국제 왕따'로 낙인찍혀 다들 교류를 피했던 게 사실이다. 당시 북한의 '고립무원' 상황을 돌아보면 지금 북한의 입지는 격세지감이다. 미국의 영향력 약화와 다극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참가가 국제 다자 외교무대에 데뷔하며 외교적 고립 탈출을 뜻한 것이라면, 이번 노동당 창건 행사는 중‧러에 더해 베트남을 '고리'로 해서 북한이 아세안과 유엔 등 다자무대로 외교 공간을 더욱 확장해 나갈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사회주의 새로운 도약기를 열고 있다"는 김정은의 9일 경축대회 연설에선 자신감이 배어났다. 김 위원장은 한미일을 겨냥한 듯 "오늘도 적수국들의 흉포한 정치‧군사적 압력 책동에 초강경으로 맞서나가고 있다"면서 "사회주의 역량의 충실한 일원, 자주와 정의의 굳건한 보루로서의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는 날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기세로 몇 해 동안 잘 투쟁하면 얼마든지 우리 손으로 우리 생활을 눈에 띄게 개변할 수 있다"며 경제난과 민생 해결을 다짐한 뒤 "반드시 이 나라를 더욱 풍요하고 아름답게 가꾸고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사회주의 낙원으로 일떠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열병식서 신형 ICBM 화성-20형 공개
대미 무력 시위…'전략적 지위 달라져'
넷째는 김정은이 10일 열병식을 통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공개한 배경이다. 화성-20형은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라는 점에서 대미 무력 시위 성격이 짙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향해 '핵보유국'에 '핵투발 수단'까지 갖춤으로써 자국의 전략적 위상이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더우기 중국, 러시아, 그리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정상급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이 장면을 지켜보게 함으로써 이들 비 서방국가들을 상대로 핵과 ICBM 보유를 기정사실로 만들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그러잖아도 러시아 최대 정당인 통합러시아당은 북한 지도부의 "나라의 국방력 강화를 위해 취하는 조치들에 확고한 지지를 표시"한다고 밝혀 북핵 용인 의사를 드러냈다. 아직 정당 차원이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러시아 정부 차원에서도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열병식에는 ICBM 화성-20형 외에도 상대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무기인 극초음속 미사일,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지대공·지대지 미사일, 그리고 자주포, 방사포 등 재래식 전력도 나왔다. 또한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를 함께 든 쿠르스크 파병 북한군 부대의 행진도 있었다.

김정은, 열병식서 "부정의ㆍ패권 반대"
미국과 한국 이름 직접 거명하지 않아
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군대는...방위권에 접근하는 일체의 위협들을 소멸하는 무적의 실체로 계속 진화돼야 한다"며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가 앞으로도 강위력한 혁명무력과 함께 부정의와 패권을 반대하고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진보적 인류의 공동 투쟁에서 자기의 책임을 다할 것임을 확언한다"고 말했다. '부정의와 패권'은 미국을 겨냥한 듯하지만,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으며 한국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는 예전보다 더 성대했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라오스, 니카라과, 멕시코, 적도기니, 브라질, 이란,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등 모두 11개국에서 고위급 축하 사절이 참석했다. 2015년 당 창건 70주년 행사 때는 중국, 러시아, 쿠바,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 러시아 등 6개국 당정 대표단이 참석했다, 경축대회에서 집단체조를 선보인 것도 2020년 당 창건 75주년 때의 '위대한 향도' 공연 이후 5년 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9일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조선로동당 만세'가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5.10.10 연합뉴스](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10/15910_53297_153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