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D-10, 여당후보 박빙 우세 속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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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1-04 10:35 조회76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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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선거 D-10, 여당후보 박빙 우세 속 3파전
- 한승동 에디터
- 승인 2024.01.03 09:25
최대 쟁점은 “중국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친미와 친중, 독립지향과 통일지향의 대립
여야 고정표에 열쇠 쥔 건 무당파층 15%
정권교체를 바라는 중국, 대만선거 ‘개입’
대만 총통과 입법원(국회) 선거가 열흘 뒤로 다가왔다. 13일에 치러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정권교체 여부다. 미중 간 힘겨루기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대만의 차기 총통직을 어느 당의 누가 차지하느냐는 양안관계뿐만 아니라 일본 한반도까지 포함한 동북아시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관심사다. 3후보로 좁혀지고 있는 총통선거전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도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끌어갈 것인가, 라는 것이다.
민진당과 두 야당 3후보 각축 속 여당 우세
중국과의 거리를 두는 독립지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집권 민진당의 후보 라이칭더(65) 부총통이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고, 이에 맞서 친중 유화노선의 최대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67) 신베이(新北) 시장, 그리고 제3세력인 대만민중당의 커원저(65) 전 타이베이 시장이 정권교체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의 지지율 조사에서는 라이칭더 후보가 35.7%, 허우유이가 31.7%, 커원저 18.6%였다. 그 한 달 전인 11월 13~15일 대만 매체 <메이리다오(美麗島)>가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서는 라이칭더 32.6%, 허우유이 25.5%, 커원저 17.8%였고, 여기에 무소속의 궈타이밍 전 홍하이(폭스콘) 회장이 4.8%였다.(<아사히신문> 12월 16일, 21일)
이를 보면, 중국정부가 야당 지지표를 분산시킨다며 폭스콘에 토지이용 및 세무 관련 조사를 동원해 포기하도록 압박을 가한 궈타이밍이 사실상 탈락한 뒤에도 야당세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약간 더 컸지만 세력구도를 바꿀만한 큰 변화는 없다.
여야 고정표에 관건을 쥔 건 무당파층 15%
대만도 양대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 지지층이 대체로 고정돼 있다. 집권당인 민진당에 표를 던지는 기본 지지층이 약 35%, 국민당 고정 지지층이 약 30%다. 무당파층이 15% 안팎을 차지하는데, 이들이 어느 쪽으로 더 기우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큰 변수의 하나였던 허우유이와 커원저의 야당 후보 단일화 협상은 성사되지 못했다.
라이칭더와 커원저는 주로 젊은층 표를 끌어들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2020년 총통선거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817만표라는 사상 최다 득표를 한 것은 젊은층의 표가 그의 지지쪽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 선거전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국민당의 한궈위 후보가 지지율에서 더 앞섰으나 그 전 해부터 범죄인 인도법안에 대한 거부 움직임과 함께 홍콩 ‘민주화운동’이 거세지고 젊은층의 표가 독립지향의 민진당 차이잉원 쪽으로 쏠리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라이칭더와 커원저는 공적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공영주택 제도 개선, 총통권한 제한 등 젊은층을 겨냥한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비해 국민당의 허우유이는 농촌지역의 종교시설들을 돌며 고령자 건강보험료 면제, 돌봄 노동자 채용 간소화 등을 앞세워 고령자들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중국인 학생 대만 취업 수용과, 반발을 샀던 서비스업 분야 대중국 무역협정 교섭재개 등 친중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최대 쟁점은 “중국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지만 선거전 최대 쟁점은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대만이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고 민주화가 진행됨에 따라 “중국은 중국, 대만은 대만”이라는 의식이 사회 전반에 침투해, 여론조사에서는 독립과 통일도 아닌 ‘현상유지’를 바라는 사람들이 과반수다. 장래의 통합까지 포함해서 중국과의 통일을 바라는 사람은 약 10%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그나마 이 수치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그리고 여야당 모두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중국의 대만선거 ‘개입’
2022년 10월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0차 중국공산당대회에서 “최대의 성의와 최선의 노력으로 평화통일을 쟁취하겠지만, 무력행사를 포기한다는 약속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선택항도 갖고 있다”고 한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이런 강조는 역설적으로 “핵심적 이익 중의 핵심”이라 선포한 대만과의 통일이 오히려 멀어져가고 있는 듯한 상황에 대한 초조감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독립세력이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키려 할 때,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평화통일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질 때는 ‘비평화적인 수단’을 써서라도 통일을 강행할 수 있다는 ‘반국가 분열법’을 제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지난해에 ‘금지약물 검출’을 이유로 수입을 금지한 대만산 도루묵 수입을 지난 12월 22일부터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수입을 허가하는 등록업자로 발표한 명단에는 민진당 지지층이 두터운 남부 가오슝 시와 핑둥 현의 업자들 7명이 들어갔다. 바로 전인 21일에는 대만산 12개 화학제품에 대한 관세 우대조치를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대만사무판공실은 이런 조치와 함께 “대만독립에 반대한다면 양안은 하나의 가족”이라는 성명을 냈다. 대만 독립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흔들면서 대만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중국은 당연히 민진당이 재집권에 실패하기를 바랄 것이다.
지난 8월에는 ‘해충 검출’을 이유로 대만산 망고 수입을 잠정적으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대만산 망고의 수출액은 3387톤이었고 그 중에서 83톤(약 2.5%)을 중국이 수입했다. 2021년에는 파인애플 등의 과일을 ‘해충 검출’을 이유로 2천 개가 넘는 대만산 수입금지 식품 품목에 포함시켰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국군은 대만 주변해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한 뒤 중국과 대만 간 해협에 설정된 중간선을 일상적으로 침범하면서 ‘간섭’의 빈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는 중국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인 2027년에 대만을 무력침공할 것이라는 미국 고위층 일부의 호전적인 주장이 상징하는 미일동맹의 중국포위전략 강화, 충돌 위험이 커져 가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 및 ‘항행 자유’를 둘러싼 분쟁과 얽혀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대만 총통선거를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시키고 있다.
친미와 친중, 독립지향과 통일지향의 대립
이런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라이칭더는 “양안(중국과 대만)은 서로 예속돼 있지 않다” “대만과 중국은 하나가 아니다”며 현상유지를 추구하고 있는데 비해, 허우유이는 “중국과 대만은 하나”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고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갈등과 위기를 피하면서 경제적 실리를 취하자는 쪽이다. 커원저의 대중국 자세는 분명하지 않다.
지난 30일의 세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라이칭더는 중국과 대만은 하나가 아니라는 입장에서 야당의 두 후보가 모두 원칙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허우유이는 라이칭더가 예전에 “나는 현실적인 대만 독립공작자”라고 한 말을 상기시키며 “당신의 주장은 대만의 안전을 해친다”고 공격했다. 커원저도 “미국은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얘기하고 있는데, ‘대만독립’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냐”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라이칭더는 “대만의 주권은 중국이 아니라 2300만 (대만)사람에게 귀속한다. 이것이 ‘대만독립’의 정의다”라며 “대만을 지키고,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 이것이 ‘현실적인 공작자’가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받아쳤다.(<NHK> 12월 31일)
러닝메이트격인 부총통 후보 선정도 세 후보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다. 라이칭더는 미국 정계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중국이 제재대상으로 지목한 전 주미 대만대표를 택해 친미노선을 선명하게 내세웠다. 허우유이는 친중 색깔이 강한 미디어 경영자를 택해 친중노선을 더 강화했다. 커원저는 대기업 경영자 일족인 입법위원(국회의원)과 손잡았다.
동시에 치러지는 입법원 선거에서는 어느 당도 과반수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금은 집권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입법원 의석이 여소야대가 될 경우 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더라도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다. 대만독립파 천수이볜 총통 시절(2000년 5월~2008년 5월)이 그랬다.
지금 상황에선 예측 불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