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 바이든은 확인 노력이라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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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1-22 09:45 조회69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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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 바이든은 확인 노력이라도 하라!"
- 김진호 에디터
- 승인 2024.01.20 12:00
미국 사회에 화두 던진 칼린·헤커 '한반도 전쟁론'
NYT 칼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전문가들 경고"
헤커 "미 정부 주의 환기하려 했다, 대비는 정부 몫"
"북의 오랜 패턴" 일각에선 '근본적 전환론' 반박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컬라스 크리스토프가 한반도 전쟁 위기의 한복판에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한 건 2017년 가을이었다.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으로부터 "한반도는 핵전쟁 전야"라는 말을 들었다.
2017년 전쟁 예고했던 크리스토프
크리스토프는 당시 평양 체류 기간 각별한 신변 보호를 받았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느꼈다. 2005년엔 호텔에 머물렀지만, 고방산 초대소에서 외무성 관리들의 각별한 감시 또는 보호를 받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특별대우였다. 북한 여행을 하다가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구금됐다가 식물인간 상태로 미국에 돌려보내진 버지니아대 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 탓에 북미 간 감정이 악화된 시기이기도 했다.
김정은의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제재와 적대시 정책을 접으라고 촉구하고,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먼저 핵 프로그램부터 포기하라는 비현실적인 요구를 하던 시절. 전쟁은 그가 보기에도 임박했다. 그해 10월 8일 자 방북기에서 "평양을 떠나면서 2002년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떠날 때 느꼈던 불길함을 느꼈다"고 적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쟁 분위기를 체감하던 한반도 거주민에겐 지독히 불편한 예고였다.
크리스토프가 7년 만에 한반도 위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번엔 직접 취재한 결과가 아니다.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분석관과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11일 '38 노스' 게시글을 읽고 쓴 칼럼(17일 자)에서다. 그는 "1980년대부터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 문제를 다뤄오면서 숱한 '거짓 경고'를 접했지만, 각별하게 믿을만한 전문가의 경고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칼린·헤커는 "김정은이 전쟁으로 가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단언했다. 해서 그는 필자들에게 추가 질문을 던졌다. 칼린이 답했다.
"전면전일 것 같냐고? 김정은의 군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전쟁계획을 세우고 있거나, 아니면 찬반 논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일부는 '미친 짓이다. 우리는 할 수 없다'고 반대할 것이고, 일부는 '그게 지도자가 원하는 일이다. 또 우리는 전쟁할 만한 미사일과 핵탄두를 갖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헤커는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과 함께 미국에 잠재적인 핵위협을 가할 수 있는 나라이면서도 충분히 주목받지 못해왔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조엘 위트 "등골이 오싹해진다"
크리스토프 역시 당장 판단이 서지 않았는지 다른 북한 전문가 두 명에게 의견을 구했다. 북한이 2017년 위기 때와 달리 미국 언론인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려고 노력하지도 않지만, 미국 언론 역시 북한에 관심을 덜 보인 지 오래다. 북한은 이제 미국에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틀에 박힌 요구도 하지 않는다.
국무부 출신 조엘 위트 스팀슨 센터 연구원은 "칼린과 헤커의 주장을 극도로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위트는 북한의 지난 5~7일 서해 포사격을 보고 대규모 도발의 예행연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졌다"고 말했다. 위트도 헤커 박사와 함께 영변 핵시설을 둘러본 적이 있는 북핵 전문가이다. ‘북한 위원회(NCNK)의 데보라 파이크스 역시 분쟁 위험을 걱정한다고 답했다. 북한 당국과 실무 관계를 유지했던 비정부기구 종사자들도 북한 당국으로부터 문의 사항에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NCNK에는 대북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칼린과 헤커는 전쟁 경고만 한 게 아니다. 상황이 달라졌음에도 한·미 양국이 억제력의 신화에 빠져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설파하고 있다. 크리스토프는 이 두 번째 경고에도 주목했다. 지금 한반도가 전쟁 위기라면 그 실체라도 알아봐야 한다는 말로 글을 닫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외교적으로 접근하고,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과 고위급 접촉을 시도하며, 북한 위기를 더 잘 이해하고 미군이 준비할 수 있도록 첩보 자산을 나눠주는 게 신중한 처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중 누구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기에 모든 것에 대비하는 게 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 주북 독일대사 섀퍼의 반박
칼린과 헤커의 전쟁 경고는 미국 언론에 한반도 문제에 새삼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헤커는 17일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 정부에 북한의 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고 싶었다”는 말로 집필 의도를 밝혔다. 북한을 거론했지만 기실 바이든 행정부를 대상으로 쓴 글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때이며,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는 미국 정부가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반론도 제기됐다. 두 차례(2007~2010, 2013~2018)에 걸쳐 주북 독일 대사를 역임한 토마스 섀퍼 스팀슨 센터 자문위원은 북한의 전환을 다르게 해석했다. 북한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도 보였던 행동 패턴이라면서 한반도가 한국 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상태라는 칼린·헤커의 판단을 반박했다. 2013년 한·미의 '맞춤형 대북 억제전략'에 을 내놓자, 핵무기를 동원한 '통일 성전'을 다짐했고, 2014년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백악관과 펜타곤, 태평양의 미군기지와 함께 남한 공격을 위협한 것을 예로 들었다. 2015~2017년에도 반복됐던 사례를 적시했다.
섀퍼는 "큰 틀에서 새로운 기조라기보다 거친 말의 빈도가 늘었을 뿐"이라면서 미국 대선을 겨냥한 선전전으로 해석했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메시지를 4월 총선을 겨냥한 분리책동이라고 보는 반면에, 11월 미국 대선을 겨냥한 장기적인 포석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AP통신 평양지국 창설멤버로 하와이 동서센터 방문연구원으로 있는 진 H. 리는 16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북한은 긴장을 고조시킬 새롭고 참신한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북한의 오랜 패턴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제1의 주적으로 선포한 것 역시 지역과 남한에 불안과 불편함을 조장하기 위한 김정은의 전술"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해석을 되풀이 한 인상이다.
그러나 희미하나마 대북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칼린·헤커와 크리스토프만 내놓는 게 아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의 협상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는 외교 전문지 내셔널 인터리스트 11일 자 기고문에서 이를 강조했다. 그는 "2024년 미국과 북한 간 외교는 가능할까?"라는 제목으로 질문을 던지고, 대선이 걸린 올해 미국이 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비관론으로 자문자답했다. 그러면서 "외교를 펼칠 전제조건이 없는 생태가 향후 몇 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최소한 2024년 중 동북아에서 핵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대북외교? 갈루치의 비관론
칼린과 헤커의 전쟁 경고와는 거리가 있다. 일반적인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갈루치는 북한이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 핵위협 가능성과 △미국의 대북 정권교체 시도를 차단하고, 미국 핵우산 공약의 무력화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 △핵무기 지휘·통제(Command & Control) 시스템의 미비 탓에 우발적인 핵무기 발사 가능성을 올해 동북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예시했다. 북한이 어떤 경로에서 이 같은 결정을 할 것인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북한 핵무기 지휘·통제 시스템의 불안은 그야말로 일반적인 지적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에 주목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칼린은 지난 11월 방한 당시 이와 관련한 <시민언론 민들레>의 질의에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믿도록 설득하는 게 미국의 1단계 외교라면, 2단계는 대북 외교"라며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하면 착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바이든에겐 11월 대선에서 트럼프와 상대하기만도 벅찬 2024년이다. 해서 한반도는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