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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바이든, 시진핑에 S.O.S…'방콕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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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1-30 09:37 조회7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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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바이든, 시진핑에 S.O.S…'방콕의 굴욕'


  •  이유 에디터
  •  
  •  승인 2024.01.29 18:00
 

미, 북-러 협력 우려…중국에 영향력 행사 요청

미‧중, 최선희 방러 8일 만에 방콕서 전격 회동

왕이, 대만 관련 강성 주문…공세적 태도 눈길

"최대 위험인 대만 독립 반대, 행동으로 옮겨라"

'똑같은 양복‧넥타이' 설리번-왕이…미‧중 밀월

트럼프 귀환 불편한 시진핑, 바이든 도울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고 외교 책사들이 만났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26일부터 이틀간 태국 방콕에서 회동해 12시간 머리를 맞댔다. 양국 모두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각종 국내외 현안으로 곤혹스러운 미국이 중국에 이것저것 부탁하면서 자연히 중국이 회담을 주도한 모양새가 됐다. 인도‧태평양전략에 따라 동맹국들과 지난 3년간 중국을 세차게 몰아붙이던 바이든 행정부의 호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중 공세의 절정은 중국을 '주적'으로 삼고 군사동맹 수준의 한‧미‧일 군사협력 제도화를 명시한 8‧18 캠프 데이비드 합의와 한국전쟁 이후 처음 개최된 11‧14 한국-유엔사 국방장관회의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밝혔다. 2024. 01. 29.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밝혔다. 2024. 01. 29. 연합뉴스

미‧중, 최선희 방러 8일 만에 방콕서 전격 회동

미, 북-러 협력 우려…중국에 영향력 행사 요청

미국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회동에선 미‧중 양자 현안으론 대만 문제, 그리고 국제‧지역 현안으론 △ 우크라이나 전쟁 △ 가자 전쟁 △ 북한과 한반도 △ 남중국해 △ 미얀마 문제 등이 다뤄졌다. 이 가운데 대만 문제는 중국이 미국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사안인 데 반해, 다른 국제‧지역 현안들은 다 미국엔 당장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이슈들이다. 그 틈을 간파한 듯 중국은 대만과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어느 때보다 강한 톤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설리번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새삼' 중국의 협조를 요청한 대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고위 당국자는 회담 후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최근 북한의 무기 테스트와 북러 관계 증진, 그리고 그것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와 관련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깊이 우려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해 우리는 이런 우려를 중국에 직접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그들이 그 영향력을 (북한) 비핵화의 경로로 우리를 복귀시키는 데 사용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무기 테스트는 최근 북한의 신형 전략순항미사일의 시험 발사와 수중 핵무기 체계 시험 등을, 북러 관계 증진은 북한의 대러 탄도미사일 및 탄약 공급 의혹, 그리고 김 위원장의 대남 위협 발언 등을 겨냥했지 싶다. 특히 방콕 회동이 북한의 최선희 외무상이 지난 14~18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 장관을 만나 '민감 분야'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의 관계 발전과 한반도 등에서의 공동 행동 등에 관해 협의하고 8일 만이어서 일종의 대응 성격으로 보였다.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16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4.1.16. EPA 연합뉴스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16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4.1.16. EPA 연합뉴스 

왕이, 대만 관련 강성 주문…공세적 태도 눈길

"최대 위험인 대만 독립 반대, 행동으로 옮겨라"

미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 요청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미 외교가에선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대중 압박을 늦추면서 미‧중 관계가 개선, 관리되고 있지만, 중국으로선 미국에서 얻어낸 것 없이 발 벗고 나설 리 없기 때문이다. 뭔가 반대급부가 있어야 중국도 움직일 법하다.

그래서 눈길을 끈 게 '미묘한' 왕 부장의 대만과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 관련 발언과 종전에 비해 수용적으로 변한 미국의 태도다. 먼저 대만 총통 선거 이후 대만 문제와 관련해 설리번이 △ '하나의 중국' 정책 고수 △ 어느 일방의 현상 변경 반대 △ 대만 독립 불(不) 지지 △ 중국‧대만 이견 평화적 해결 등 미국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자 왕이는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가장 큰 위험은 '대만 독립'이고, 미‧중 관계의 가장 큰 도전도 '대만 독립'"이라며 "미국 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3개의 중미 공동 성명(수교 성명 등)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왕이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행동'으로 옮기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라면서 미국을 다그쳤다. 대만 문제에 더 확실한 태도를 주문한 셈이다. 작년만 해도 미국에 수세적이던 중국이 공세적으로 바뀐 모습이 인상적이다.

왕 부장은 또한 미국이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처음 채택한 '경제안보'란 개념을 활용해 경제활동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하면서 디커플링(경제 분리) 등 대중 경제 봉쇄를 추진해왔던 대목도 따졌다. 설리번이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고, 군사적 도전과 연관된 좁은 영역의 디리스킹(위험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하자, 왕 부장은 국가안보 개념을 정치화하고 지나치게 확대해서는 안 되며, 다른 나라의 발전을 억제·탄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측은 "양측은 국가안보와 경제 활동 사이의 경계에 대해 추가적 논의를 하는 데 동의했다"라고 발표해 미국의 대중 자세가 나름 '수용적'으로 변했음을 보여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첫 번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시 주석은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화답했다. 2023.11.16.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첫 번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시 주석은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화답했다. 2023.11.16. AP 연합뉴스

'사면초가' 바이든, 마침내 시진핑에 지원 요청

방콕 회동 우호적 분위기…중국 만족감 드러나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예를 들어 바이든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바라는 대로 '대만 독립 반대'와 '평화통일 지지'를 공식 천명한다면 중국과의 '거래'가 성사될 수도 있다. 그 경우 날로 악화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북-러 군사협력, 승리가 요원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군의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행태로 미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킨 가자전쟁 등 당면한 국제 현안과 관련해 미국을 지원하고자 시진핑이 나설 수도 있다. 또한 회동에서 설리번은 홍해에서 벌어지는 예멘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과 관련해 후티와 긴밀한 관계인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중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후티는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을 중단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 관련 상선을 공격하고 있다.

설리번-왕이 방콕 회동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이후 관계 진전을 반영한 듯 대체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설리번은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지만, 충돌이나 대결로 치닫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구동존이'(求同存異)를 거론한 왕이는 "상대의 핵심 이익을 해치지 말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면한 국제 현안 외에도 30일 출범하는 미‧중 마약 대응 워킹그룹과 인공지능(AI) 관련 대화 봄철 개최 등도 논의했다. 특히 중국 외교부 발표문에는 이번 회동 결과에 대한 '만족감'이 가득히 묻어났다. 중국 외교부는 작년 11월 바이든-시진핑 합의를 '샌프란시스코 비전'으로 부른 뒤 정상 간 정례 접촉과 더불어 "외교, 군사, 경제, 금융, 산업, 기후 변화 등의 분야에서 일련의 대화‧협의 메커니즘뿐 아니라 현재의 전략적 소통 채널들도 잘 활용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작년 5월 오스트리아의 빈과 9월 몰타에서 회동했으며, 미‧중 관계 고비마다 돌파구를 찾는 역할을 맡았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26일부터 이틀간 태국 방콕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서로 맞춘 듯 거의 똑같은 양복과 넥타이를 매 눈길을 끌었다. 2024 01 27. [중국 외교부 제공] . 시민언론 민들레.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26일부터 이틀간 태국 방콕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서로 맞춘 듯 거의 똑같은 양복과 넥타이를 매 눈길을 끌었다. 2024 01 27. [중국 외교부 제공] . 시민언론 민들레.

'같은 양복‧넥타이' 설리번-왕이…미‧중 밀월

트럼프 귀환 불편한 시진핑, 바이든 도울 듯

11월 5일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로 확실시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열세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남은 선거 운동 기간에 전세를 역전시킬 뾰족한 수가 별로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미 국내에선 트럼프 사법 리스크의 향방이, 국제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북-러 군사협력과 한반도 문제 등에서의 굵직한 외교 성과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에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진 중국의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시진핑 입장에서도 중국을 "치명적 적수"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대중 무역전쟁을 다짐하는 트럼프의 귀환은 달갑지 않은 만큼, 바이든을 음양으로 최대한 지원하는 길을 택할 듯하다. 그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상징적 장면이 포착됐다. 작년 9월 몰타에서 설리번은 감색 정장에 파란 줄무늬 넥타이를, 왕이는 쥐색 양복에 보랏빛이 넥타이를 각각 맸으나, 이번 방콕 회동에선 두 사람이 모두 똑같은 감색 양복에 파란 넥타이를 맸다. 앞으로 당분간 바이든과 시진핑이 '밀월 관계'를 유지하며 중국이 미국에 더 협조적일 것임을 시사하는 장면으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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