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보는 중국의 관점 ②] 베이징으로 갈 '다리' 불태운 한국, 한국 따돌리는 중국 (2024.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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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1-30 09:40 조회69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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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으로 갈 '다리' 불태운 한국, 한국 따돌리는 중국
- 김진호 에디터
- 승인 2024.01.28 07:00
[한반도를 보는 중국의 관점 ②]
중국 핵심 이익(대만) 기회 있을 때마다 건드린 후과
'공산 전체주의 국가'에 뒤늦게 내민 손길은 허공에
한·미동맹→한미일 공조→한중 외교 구도 물 건너가
러시아 이어 '한반도 위기' 중재할 외교자산이 부채로
중국의 부재는 미국의 부재…바이든 북한 문제 외면
돌이켜 보면, 중국은 과거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도 결코 홀로 움직이지 않았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한미가 비대칭적 연합군사훈련으로 충돌 위기가 높아지면, 러시아와 팀을 이뤘다. 2017년 한반도 위기에는 북한의 핵실험, 한미 연합훈련과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을 동시에 멈추는 '쌍중단'과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상을 동시 진행하는 '쌍궤병행'을 들고 나왔다. 보다 적극적으로 위기를 안정 국면으로 돌려놓으려 할 때는 미국과 한 팀을 이뤘다.
조준된, 실용적 접근?
'중국의 부재'는 '미국의 부재'에 다름 아니다. 한반도 사안에 관한 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오바마 3기 행정부'이다. '전략적 인내'를 운운하며 8년을 헛되이 보낸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후임 도널드 트럼프에게 '가장 시급하고 긴박한 이슈'로 북핵 문제를 넘기고 물러났다. 중요한 이슈라면서 자신은 팔짱을 끼고 있었음을 되레 고백한 꼴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4월 30일 대북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마쳤다면서 '조준된, 실용적 접근'을 다짐했다. 지난 3년여 동안 무엇을 조준해 왔는지, 실용적이라고 할만한 게 있었는지, 접근하긴 했는지조차 묘연해졌다.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에 승리를 거둔다면 내년부터 시작될 2기 행정부에서 북핵 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은 아직 안개 속에 머물러 있다. 지난 3년간 바이든이 집중한 최대 현안은 '중국 옥죄기'였다. 동지 국가(LMN)들과의 민주주의 연대니, 반도체 공급망의 안전이니 요란을 떨었지만, 그 핵심은 중국 경제의 굴기를 막겠다는 몸부림이었다. 2022년 하반기부터 마이클 미니헌 미 공중기동사령부 사령관, 마이클 길데이 해군참모총장,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예상 침공 연도까지 거론하며 중국의 대만침공설을 잇달아 내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며 침공 일자까지 제시했던 바이든의 '양치기 소년' 역할을 연상시켰다.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은 대선을 앞두고 대만해협의 긴장을 잠시 누그러뜨렸을 뿐이다.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이미 대만 북쪽의 일본 오키나와 근해와 남쪽의 필리핀 루손섬 북방에서 대만 유사시에 대비한 연합군사훈련을 마쳤다. 11일 CNN필리핀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대만 유사시에 대비해 수빅만에 군용 연료를 비축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계제가 아니라는 판단도 가능하다.
대만 둘러싼 대중 군사적 압박 여전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결코 홀로 판을 돌리지 않는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미국이 팔 걷고 나서기 전까지 계속될 중국의 '의도적 무시'다. 시진핑 3기의 대외전략은 동아시아를 떠나 글로벌 차원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기도 하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의 진단이다.
한반도 평화 방정식에서 미중의 협력은 '필요조건'이다. 바이든이 손을 놓고 있는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설 이유도 없고, 나서봐야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중국 조야가 최근의 한반도 위기설에도 "대화와 타협이 유일한 길"이라는 말을 되풀이할 뿐 의미 있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은 바이든만 탓할 때가 아니다. 더 큰 장벽을 쌓아온 장본인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 방정식의 '충분조건'은 남북의 협력이다. 이점, 남북 간 분위기를 가장 빠른 속도로 악화시켜 온 게 윤석열 정부다. 한중 관계도 꾸준하게 악화시켰다.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과 남중국해를 기회 있을 때마다 건드렸다. 작년 4월 방미에 앞서 가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의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이라며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해 비난을 자초했다.
친강 당시 외교부장은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극한 발언을 내놨다. 11월 말 영국 방문을 앞두고는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다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긴장을 거론, 중국 외교부로부터 "한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국이 아니니 성가시게 떠들 필요가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꾸준한 중국 심기 건드리기
당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러면서도 한중 정상회담에 미련을 보인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작년 11월 16일 샌프란시스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장에서 선 채로 3분 대담을 했다. 중국 외교부는 '간단한 접촉'이라고 했다. 누가 봐도 망신이건만 우리 정부는 늘 꿋꿋하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말만 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APEC 계기에 시 주석과 1시간가량 '정상회담'을 해 극명한 대조가 됐다. 정부는 한미일이 한목소리를 낸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외상 출신 기시다 총리는 외골수 외교를 하지 않는다. 국가안보전략서에서 중국을 제1의 위협이자,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했지만, 보란듯이 중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러시아를 북한에 이은 제3의 위협으로 규정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 가스 수입을 되레 늘렸다. 한국이 보유한 '1호 영업사원'에겐 기대하기 어려운 외교다.
대통령은 작년 6월 28일 자유총연맹 연설에서 한미 핵동맹화와 한미일 안보 공조 격상을 자화자찬한 뒤 대중 외교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전체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의 국가들과 강력한 연대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만 쳐다보고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한 우리의 외교가 글로벌 중추외교로 발돋움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외교 복안은 한미동맹→한미일 공조→중국 순이었다. 한미일 관계만 다듬어 놓으면 중국은 자동적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본 것 같다. 조태용 안보실장(현 국정원장)은 작년 9월 24일 MBN 인터뷰에서 대중 외교 전략을 한중일 정상회의→한중 정상회담(샌프란시스코)→시 주석의 방한 순서라고 설명했다. 이중 무엇 하나 이뤄진 게 없건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게 이 정부의 특징이다. 조 실장은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 "올해(2023)도 가능성이 있지만 내년(2024)이 더 유력하다"는 전망 아닌 전망을 내놓았다.
위협 키우는 윤석열 정부
'한반도 위기'를 거론하면서 한중관계를 새삼 돌아본 까닭은 중국이 유사시 러시아와 함께 북한을 상대로 대화할 수 있는 유이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끊임없이 중국을 밀쳐내는 행보로 베이징으로 갈 '다리'를 불태웠다. 중국이 한반도 위기 때마다 적극 중재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 자체의 수요와 미국 요소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 정부 입장도 반영된 것이었다.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과 '(북한은) 공산전체주의'라고 강조하면서 평양으로 갈 '다리'를 불태웠다. 미국의 방침에 너무 열심히 호응, 3차에 걸쳐 대러 경제제재를 함으로써 모스크바로 가는 '다리'도 불태웠다. 러시아는 진작부터 한국이 계속 비우호적 태도를 보이면 한반도 사안에서 더이상 협조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북한이 9.19 공동선언을 파기할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안전난간(guardrail)도 제거했다. 안보 위협을 줄이기는커녕 꾸준하게 위협을 키우는 것도 이 정부의 특징이다.
중국은 대한민국을 아예 외면하고 있다. 차기 외교부장 물망에 오르는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지난 12일 워싱턴을 방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나고 귀국한 뒤 19일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를 만나 방미 결과를 브리핑을 했다. 24일엔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만났다. 대통령의 충암고 동기동창인 정재호 주중 대사를 만난다는 일정은 보이지 않는다.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은 25일 평양을 방문 최선희 외무상과 만나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공동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술적 협동과 공동보조를 계속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전했다. 지난 16일 모스크바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예방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돌아 온 최 외무상으로부터 방러 결과를 설명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외교 관행으로 볼 때 꽉 막힌 한중관계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해결 가닥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 나돈다. 그러나 "(전 정권이) 북한만 쳐다보고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했다"라고 강조해 온 대통령이 '신조'를 바꿀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신년 벽두부터 안개 짙은 한반도 안보 기상도 속에서 평양, 모스크바, 베이징으로 갈 다리를 불태워 버린 한국의 시야는 특히 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