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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제동원 조선인 추도비 철거…정부 '찍소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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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2-01 16:38 조회6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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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제동원 조선인 추도비 철거…정부 '찍소리' 못해


  •  이유 에디터
  •  
  •  승인 2024.01.30 20:00
 

기시다, 윤석열 강제동원 면죄부에 뺨 때린 격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기시다 약속과 배치

"일본 정부와 우익이 벌이는 기억 제노사이드"

'외교부 당국자' 익명에 숨어…친일‧굴종 DNA

하야시 관방 "지방자치단체 결정 사항" 발뺌

군마현 강제동원 조선인 6천 명…500명 희생

"이 사안이 양국 간 우호 관계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일 간에도 계속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 일본 군마현의 강제동원(징용) 조선인 추도비 철거 방침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했던 답변이다. 그리곤 엿새 후인 29일 일본 군마현 당국은 양국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도 철거에 돌입했으며, 다음 달 11일까지 작업을 모두 마치기로 했다. 이날도 기자들이 철거 강행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물었지만, 또다시 외교부 당국자는 "이 사안이 양국 간 우호 관계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차대한 시기에 공허한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을 뿐이다.

 

일본 군마현 '군마의 숲'에 있는 강제동원 조선인 노동자 추모비. [교도=연합뉴스]
일본 군마현 '군마의 숲'에 있는 강제동원 조선인 노동자 추모비. [교도=연합뉴스]

현립 공원인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는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역사를 후대에 알리고 한‧일 양국의 우호 증진을 위해 2004년 군마현 주민들이 설치했다. 비석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새겨졌고,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새기고 진심으로 반성하여...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고 씌어 있다. 이에 대해 '시민모임 독립'(이사장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숙명여대 명예교수)은 27일 입장문을 통해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을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는 비문"이라며 "군마현의 추도비 철거 방침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사실상 폐기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작년 3월 도쿄 한‧일 정상회담에서 1998년 10월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고 했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약속과 배치되는 행동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일본 총리관저 인근의 렌가테이에서 맥주잔을 맞들고 있다. 2023.3.16 일본 총리실 페이스북 계정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일본 총리관저 인근의 렌가테이에서 맥주잔을 맞들고 있다. 2023.3.16 일본 총리실 페이스북 계정

'외교부 당국자' 익명에 숨어…'찍소리'도 못해

기시다, 윤석열 강제동원 면죄부에 뺨 때린 격

한국 정부라면 응당 군마현의 만행을 강하게 규탄하고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외교채널을 통해 일본 정부에도 공식 항의를 했어야 했다. 이번에도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일제 강제동원 역사에 대한 부정을 '추모비 철거'를 통해 행동에 옮기는 정도의 사안이라면 정부 대변인 성명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외교부 대변인 성명, 그것도 아니면 외교부 대변인 논평이라도 나와야 한다. 그런데 윤 정부의 대응은 '외교부 당국자'란 익명에 숨어 그것도 기자들이 질문하고 나서야 답변하는 비굴하고 수동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답변 내용도 가관이다. 외교부 당국자 답변의 키워드는 △ 한‧일 우호 관계 저해 안 된다 △ 한‧일 간에 필요한 소통 지속, 두 가지다. 그동안 일본과 어떤 소통을 어떻게 했는지 밝힌 것도 없을 뿐더러, '한‧일 우호 관계 저해 안 된다'는 것은 군마현이 이런 만행을 저지르고 기시다 정부가 방관해도 우리는 한‧일 관계를 위해 아무 말 말고 조용히 있겠다는 얘기일 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친일 굴종 DNA'를 잘 아는 기시다 정부는 지방정부 일로 치부하며 발뺌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3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결정 사항이며 최고재판소에서 판결이 확정된 사안으로 알고 있어서 정부로서는 코멘트하는 것을 삼가겠다"고 말했다.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도 뒤이은 기자회견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결정 사항으로 최고재판소에서 판결이 확정된 사안으로 정부는 코멘트를 삼가겠다"고 같은 말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3월 이른바 '제3자 변제'를 통해 일방적으로 일본 전범 기업들의 불법적 강제동원 행위에 면죄부를 주었으나, 일본은 정작 건립 20년이 된 조선인 강제동원 추모비의 철거로 뺨을 때린 형국이다.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물컵 절반 찼으니 나머지는 일본이 채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돌아온 물은 '오염된 핵폐수'나 다름없는 모양새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광장 동편에서 열린 '104주년 3.1절 범국민대회'에서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상징의식을 하기 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를 위로하고 3있다. 2023.3.1.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광장 동편에서 열린 '104주년 3.1절 범국민대회'에서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상징의식을 하기 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를 위로하고 3있다. 2023.3.1. 연합뉴스

군마현 강제동원 조선인 6천 명…최대 500명 희생

아사히 사설 "급작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폭거"

'시민모임 독립'에 따르면, 군마현 추도비 건립은 1995년 '전후 50년을 묻는 군마 시민행동위원회'의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 조사에서 시작됐다. 조사한 결과, 군마현 광산과 군수공장 등에 강제로 동원된 조선인은 희생자 300~500명을 포함해 6000여 명으로 추정됐다. 그런 조사를 바탕으로 일본 시민들은 참혹했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추도비 건립 운동에 돌입했고, 당시 재일교포들도 총련, 민단을 가리지 않고 동참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4년 4월 군마현 정부와 현 의회 관계자, 일본 시민과 재일교포가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을 열었다.

그러나 '강제동원'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 우익은 2012년 아베 2차 내각 때부터 추도비와 추도 행사를 문제 삼기 시작했고, 끝내 2014년 7월 군마현은 설치 기간 연장 불허를 결정했다. 추도비를 관리해온 일본 시민단체 '기억·반성 그리고 우호의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이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2022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연장 불허를 확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에 군마현은 일본 시민단체에 철거 계획과 함께 철거 비용 3천 만엔 징수 방침을 통보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30일 자 사설을 통해 "급작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폭거"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아사히는 "전쟁 이전의 일본을 미화하는 풍조가 강해지는 가운데 일부 세력의 항의를 받은 군마현이 정치적 중립을 방패 삼아 무사안일주의에 빠지려는 것이라면 역사 왜곡을 돕는 것일 수도 있다"며 "매우 위험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2만 시민들 모여…지난 16일 오후 57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3.9.16 사진작가 이호
2만 시민들 모여…지난 16일 오후 57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3.9.16 사진작가 이호

"일본 정부와 우익이 벌이는 기억 제노사이드"

일 시민단체 ""역사적 사실에 등 돌리는 만행"

앞서 일본 시민단체인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는 26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군마현이 추도비 철거를 대신 집행하는 것은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역사 부정론자의 혐오 발언, 혐오 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라며 "역사적 사실에 등을 돌리는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이 단체는 비석 문구가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 일본 정부의 기존 역사 인식을 반영해 작성됐다고 강조했다. 철거에 반대하는 일본 예술가들도 4300명의 서명을 모아 군마현 당국에 제출했지만, 철거 강행을 막지 못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현대미술가인 이이야마 유키 등은 서명 전달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철거는 표현의 자유를 빼앗고 조선반도(한반도)에 뿌리를 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시민모임 독립'은 일본 시민단체들의 철거 반대 투쟁과 관련해 "일본 정부와 우익이 벌이는 기억 제노사이드(집단 학살)에 대항하는 치열한 기억 운동을 상찬한다. 우리가 역사 진실에 기반한 진정한 한‧일 우호의 미래를 확신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시민모임 독립'은 이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추도비 철거로 조선인 강제동원과 희생의 역사를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완벽한 오산"이라면서 군마현의 추도비 철거 방침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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