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과 '헤어질 결심'…왕이 대놓고 '없는 나라'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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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2-02 09:35 조회66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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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국과 '헤어질 결심'…왕이 대놓고 '없는 나라' 취급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4.02.02 07:00
신년 리셉션서 외교활동 회고하며 한국만 배제
대만·남중국해 문제 잦은 개입…윤 정부 '자초'
미·일 맹종에 '지정학적 변수' 입지 상실 위기
"중·일, 전략적 호혜 관계의 전면 진전 재확인"
왕이 "세계의 다극성, 국제관계 민주화 옹호"
신년 리셉션서 외교활동 회고하며 한국만 배제
마침내 터질 게 터졌다. 중국이 윤석열 정부의 한국과 '헤어질 결심'을 드러냈다.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를 앞둔 31일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중국 주재 각국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신년 리셉션에서 미국, 일본 등 세계 모든 나라와의 외교 활동과 성과를 회고하면서 유독 한국을 뺐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셉션에는 중국 주재 각국 대사와 국제기구 대표,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 중국의 부문별 관계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도 그 자리에 있었다.
축하 연설에서 왕 부장은 먼저 2023년을 회고하면서 "우리는 위기들도 전쟁들도 겪었고 더욱 평화 추구의 각오를 다져왔다"라며 "지난 한 해 '신냉전'은 광범위하게 모든 나라로부터 배척받았으며, '디커플링과 관계 단절'은 불가능한 것으로 증명됐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중국의 외교 성과를 △ 메이저(대국) △ 아시아 △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개도국과 저소득국) 등으로 나눠 소개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관계 정상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아프가니스탄과 미얀마 등의 이슈에서 중국 역할을 자찬했다.
한국과 '헤어질 결심'…왕이 '없는 나라' 취급
메이저로는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순으로 거론했다. 왕 부장은 "(작년 11월) 중·미 정상회담은 '샌프란시스코 비전'을 열었으며 양국 관계는 세계의 일반적 기대에 걸맞게 하락을 멈추고 안정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글로벌 전략적 안정에 이바지한 신형 대국 관계의 모범을 만듦으로써 중·미 관계는 날로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 상황이 혼돈될수록 대국들은 더욱 서로 타협하고 걸맞은 책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시아에 대해 왕이는 "우리는 친절, 성실, 호혜, 포용을 실천하고 하나의 아시아를 건설하는 데서 믿을만한 파트너가 됐다"면서 중앙아시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일본, 호주를 차례로 거론했을 뿐이다. 한국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무(無) 언급'의 외교적 방식으로 윤 정부와는 앞으로 상종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힌 듯하다. 일본에 대해선 "중국과 일본은 전략적 호혜 관계의 전면적 진전을 재확인했다"고 했고, 호주와는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돌아왔다"고 자평했다. 이어 "단합하고 포용적이며 우호적이고 공생하는 하나의 아시아는 평화와 안정의 닻, 성장의 원천, 세계에서 협력의 새로운 고지로서 계속해서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작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가 열린 샌프란시스코에서 1시간 동안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베이징을 방문한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하고 냉랭했던 관계를 복원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대만·남중국해 문제 잦은 개입…윤 정부 '자초'
그러나 윤 정부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제법 공을 들였지만, APEC 회의장에서 시 주석이 지나가며 윤 대통령과 악수하고 1분여 몇 마디 주고받은 게 전부였다. 그때 이미 한·중 관계 복원에 애착이 없음을 내비쳤다고 봐야 한다. 그런 징후는 최근에도 있었다. 외교부 장관이 새로 임명되면 관례로 내려왔던 양국 간 전화 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임명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다음 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처음 통화한 데 이어 일본, 호주, 베트남 외교 장관들과 전화로 인사를 나눈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윤 정부가 중국을 자극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인 주제에 거듭된 호소와 경고도 무시하고 중국이 주권 차원에서 가장 예민해 하는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수시로 개입한 것에서부터 '탈(脫)중국'을 외치고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반중국 전선의 선봉에 선 데 이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군사동맹화와 유엔사 부활에 앞장서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역내에 끌어들이려 하고, 대결 일변도의 대북 정책으로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내모는 데 일조함으로써 현상 유지를 원하는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중국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굵직굵직한 이슈들만 거론해도 이 정도다.
미·일 맹종에 '지정학적 변수' 입지 상실 위기
중국은 꽤 오래전인 작년 5월 류진쑹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 국장)을 서울로 파견해 한‧중 관계와 관련해 윤 정부에 '4불가(不可)' 방침을 통보했다는 한겨레신문 보도가 있었다. 그 내용은 △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면 한‧중 협력 불가 △ 한국이 친미‧친일 일변도 외교정책으로 나아갈 경우 협력 불가 △ 현재와 같은 한‧중 관계 지속 시 고위급 교류(시 주석 방한) 불가 △ 악화된 정세 아래 한국의 대북 주도권 행사 불가 등이다. 지금 다시 봐도 이 가운데 개선된 것은 전혀 없고 도리어 악화된 모양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신년 리셉션에서 왕 부장의 '투명 한국' 취급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지정학 결정 과정에서 미·일만을 맹종하는 한국이 '지정학적 변수' 입지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일 수 있다. '자기 결정권'을 포기하고 미·일의 결정만 맹종한다면 중국으로선 굳이 윤 정부의 한국과 '협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일 3국 협력 틀'에 묶여 제 목소리를 못 낼 경우 앞으로 이런 현상은 전 세계로 퍼지고, 한국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더욱이 지난 26~27일 태국 방콕에서 진행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부장 회동에서 확인됐듯이,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관계가 '우호적'일 뿐 아니라,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북-러 군사협력, 홍해 후티 반군 문제 등에서 중국의 도움을 요청하는, 아쉬운 처지여서 윤 정부의 입지는 점점 더 왜소해질 듯하다.
왕이 "세계의 다극성, 국제관계 민주화 옹호"
한편, 이날 연설에서 왕 부장은 올해는 중국의 '평화공존 5원칙' 발표 70주년이라면서 "우리는 유엔 헌장의 목적을 준수하고 평화로운 발전의 길을 변함없이 따르며 국제적 공정과 정의를 수호하고 모든 패권주의와 힘의 외교를 반대하며 국가 주권과 영토 통합성을 결연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년 중·미 관계 향방에 대해선 "장애물을 제거하고 중심을 지키면서 정상회담에서 도달한 합의를 이행하고, 중·미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힘을 쏟고 양국이 잘 지낼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왕 부장은 "우리는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의 다극성과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옹호한다"며 "다자주의의 길을 걷도록 그 밖의 다른 나라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왕이는 중국 경제외교의 지향점으로 △ 포용적인 경제적 세계화 촉진 △ 보호주의 반대 △ 반(反)세계화와 집단안보에 저항 △ 안정되고 원활한 글로벌 산업망·공급망 보장 △ 중국-외국 간 인적 교류 편익 확대 등을 거론한 뒤 "세계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활력과 동기를 북돋울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