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 ‘통화’…중국, 윤 정부에 ‘정책 전환’ 주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2-08 10:42 조회677회관련링크
본문
한‧중 외교장관 ‘통화’…중국, 윤 정부에 ‘정책 전환’ 주문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4.02.07 16:20
조태열, 취임 후 27일만 어렵게 왕이와 통화
외교부 발표 ‘두루뭉술’…중국 발표는 ‘상세’
북한 도발 중단‧비핵화 위한 중국 역할 주문
왕이 “긴장을 격화하는 말과 행동을 삼가야”
한국과 중국 외교부 장관들이 전화 통화를 했다. 조태열 외교장관은 중국의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취임 27일만인 6일 처음으로 통화했다. 전임 박진 장관 때 취임 나흘 만이었던 것에 비하면 너무 늦었다. 특히 왕 부장이 춘제(중국 설) 연휴를 앞둔 31일 외교사절들이 가운데 열린 신년 리셉션에서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과의 2023년 외교 성과를 회고하며 유독 한국을 뻬 ‘없는 나라’ 취급하는 일도 있어서 우려를 키웠다. 반중 정책을 고수한다면 ‘헤어질 결심’을 할 수도 있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통첩성 메시지로 읽혔다.
조태열, 취임 후 27일만 어렵게 왕이와 통화
통화는 50분간 이어졌다. 악화일로의 양국 관계를 되돌릴 계기가 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겠지만, 어쨌든 이제라도 접촉해 서로의 입장을 알린 것은 다행이다. 우리 외교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두 장관은 고위급 교류, 공급망 협력 등 한‧중 관계 전반과 북핵‧북한 문제 등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 서울 한‧중‧일 정상회의와 한‧중 외교안보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개최 문제와 양국 간 안정적 공급망 관리 협력과 무역투자 심화 문제 등이 거론됐다. 외교부는 “양측이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이를 발전시키기로 한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소통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또한 “조 장관은 한‧중 양국이 갈등 요소를 최소화하고 협력 성과를 쌓아나가며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중국, 윤석열 정부에 ‘반중 정책’ 전환 주문
우리 외교부의 보도자료만으론 그 전모를 알기 어렵다. 중국 외교부는 훨씬 더 상세한 보도자료를 내놨다. 이것을 보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 왕 부장은 중국의 대한국 정책은 안정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을 “늘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여긴다면서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되돌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에 사실상의 ‘조건’을 달았다. 여기에는 △ 긍정적이고, 객관적이며, 우호적인 대중 정책 추진 △ ‘하나의 중국 정책’ 준수 △ 중‧한 관계의 정치적 기초 수호 △ 경제 문제의 정치화, 범(汎)안보화, 도구화에 저항 등의 요구가 담겨 있다. 자세히 보면 대중 적대 또는 반중 정책 포기, 대만 문제 불(不)개입, 첨단기술‧반도체 등의 대중 수출통제 포기 등을 포함해 하나하나가 모두 뜨거운 현안이다. 윤 정부가 현 기조를 고수하면 관계 복원은 무망하다.
외교부 발표 ‘두루뭉술’…중국 발표는 ‘상세’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조태열 장관의 발언 내용을 소개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 한국은 ‘하나의 중국’ 포지션을 바꾸지 않았다 △ 한국과 중국은 긴밀한 경제‧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 △ 한국은 경제‧무역 이슈들이 ‘안보 과다’(over-security)여서는 안 된다는데 동의한다 △ 양측은 생산 및 공급망의 안정성 유지와 관련한 소통과 조율을 강화할 수 있다 등의 ‘화답성’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이런 내용을 전혀 담지 않아 그 배경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기에 따라선 하나하나 미국을 ‘자극’할 여지가 있는 발언인데다가, 그동안 ‘고압적’이었던 윤석열 정부가 중국에 고개를 숙인 듯한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전화 통화에서 왕 부장은 조 장관을 중국에 초청했다. 왕 부장은 “먼 친척은 가까운 이웃보다 못하다”면서 "새해는 용의 해다. 중‧한 관계가 '용마(龍馬)의 정신'을 발휘해 새로운 분위기를 보여주고, 새 전망을 열어 양국 인민에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중국, 건설적 역할 해야” vs “긴장 격화 언행 자제”
외교부에 따르면, 특히 조 장관은 북한이 연초부터 각종 도발을 지속하며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금지하는 핵·미사일 개발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계속 추진하는 데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나오도록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또한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이 강제 북송이 아니라 희망하는 곳으로 가도록 중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현재 반도(한반도)의 긴장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며 "우리는 모든 당사국이 냉정함과 자제력을 유지하면서 긴장을 격화하는 말과 행동을 삼가고, 각자의 합리적 우려를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하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