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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오늘, 세계] 사할린의 늪에 빠진 일본 (2023.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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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10-04 11:26 조회99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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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의 늪에 빠진 일본 [오늘, 세계]


입력 2023. 10. 3. 04:30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러시아 극동 사할린에 위치한 액화천연가스(LNG) 탱크의 모습. 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어느덧 1년 7개월 이상 지났다. 이 전쟁이 갖는 국제정치학적 의미와 파장은 매우 클 수밖에 없는데, 무엇보다 주권 국가의 영토를 무력으로 침범하고 현상을 힘으로 변경하려 한 러시아의 시도는 용납되기 어려운 것이다. 일본은 이를 그 어느 나라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였으며, 지금도 매일같이 전황을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 중 어느 나라보다 발 빠르게 러시아를 비판하며 G7 국가들과 함께 대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사할린 프로젝트'에서는 발을 빼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여러 의구심을 낳고 있다.

'사할린 프로젝트'는 사할린을 둘러싼 9개 지역에서 석유·천연가스를 개발하는 사업을 일컫는다. 사할린의 대륙붕에 막대한 자원이 묻혀 있다는 것은 20세기 초반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기후 조건과 기술적인 제한 때문에 본격 개발이 시작된 것은 구소련이 해체된 이후인 1990년대 초, 러시아 정부가 외국 자본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석유 중심의 '사할린 1'과 천연가스 중심인 '사할린 2'가 러시아의 최초 LNG 사업으로서 탄생했고, 미국의 엑손모빌, 영국·네덜란드의 셸, 일본의 미쓰이물산·미쓰비시상사 같은 메이저 기업들이 참여했다.

일본은 이 지역에서 러시아와 이른바 '북방영토' 문제로 불리는 영토 분쟁을 겪고 있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수 관계에 힘입어 이 프로젝트는 더욱 가속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셸과 같은 서방 기업은 즉각 철수했지만, 일본은 철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2022년 9월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한 '러시아 원유 등에 대한 가격상한제'에서 사할린을 예외로 두었다.

이런 행보를 두고, 일본 국내외적으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 언론조차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본 입장에 변화 조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본이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는 논거로는 에너지 안보 차원의 수입선 다변화, 가격 안정성 확보 등이 거론된다. 일본의 철수가 이 지역에서 중국 입지를 키울 뿐이라는 지정학적 판단도 함께 거론된다.

물론 리스크는 존재한다. 특히 러시아의 일방적 행동이 가장 문제인데, 지난 6월에는 러시아가 사할린 프로젝트 일본 기업에 달러 대신 위안화로 배당금을 지급했다는 소식이 들리는가 하면, 7월에는 대규모 보수 및 점검을 이유로 생산 정지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꽤 오랫동안 일본은 태세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과 경제계의 얽히고설킨 이해당사자들의 네트워크가 그것을 어렵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임은정 국립공주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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