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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반대에 ‘흑해곡물협정’ 1년 만에 중단…식량 파동 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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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7-18 09:18 조회6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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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반대에 ‘흑해곡물협정’ 1년 만에 중단…식량 파동 재현되나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푸틴 “우리 이익 전혀 고려 안 됐다” 협정 효력 종료 선언

유엔 “기아 유발 우려”…러 “조건 충족 땐 연장 재개할 것”

 

러 반대에 ‘흑해곡물협정’ 1년 만에 중단…식량 파동 재현되나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연장을 중단하겠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난 해소를 위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보장해온 인도적 협정이 1년 만에 중단됨에 따라 식량 가격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커졌다. 아프리카, 중동 및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들의 식량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한 화상통화에서 “흑해곡물협정은 사실상 오늘부로 효력이 없어졌다. 러시아와 관련된 사항이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협정의 효력은 종료된다”고 말했다. 이어 “흑해곡물협정에서 러시아와 관련된 부분이 충족된다면, 러시아는 즉각 협정에 복귀하겠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내세우는 조건이 받아들여진다면 연장을 재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협정은 튀르키예 시간으로 이날 자정 만료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흑해가 봉쇄되자 2000만t이 넘는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길이 막혔다.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아프리카와 중동 등 주요 수입국의 식량난이 가중되자 유엔과 튀르키예가 중재에 나서 같은 해 7월22일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됐다. 이후 1년 동안 밀과 옥수수 등 3280만t의 식량이 흑해와 접한 우크라이나 항구 3곳을 통해 3개 대륙 45개국으로 수출됐다. 협정은 러시아의 이탈 위협 속에서도 세 차례 연장되며 식량 부족과 곡물 가격 급등세를 진정시키는 성과를 거뒀으나 러시아의 이번 발표로 종료될 상황에 놓였다. 

러시아는 협정에 응하는 대가로 서방이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를 대러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음에도 실제 수출량이 늘어나지 않았다면서 거듭 불만을 표시해왔다. 또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러시아의 암모니아 수송관 가동도 재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우크라이나 반대로 좌절됐다. 이와 관련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사진)에게 서한을 보내 러시아 농업은행 자회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 재연결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이익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일방적인 게임”이며 “그럼에도 우리는 이 협정을 여러 차례 연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5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아프리카처럼 꼭 필요한 곳에 식량을 공급한다는 협정의 주요 목표가 이행되지 않았다”면서 협정 자체의 성과도 부인했다. 미국·러시아 관계 전문가인 디미트리 시메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러시아 엘리트들 사이에는 정부가 양보만 하고 얻는 것은 적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협정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지난해 식량 위기가 재현될 것으로 우려된다. 협정이 체결되기 전인 지난해 6월 세계 밀과 옥수수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56.5%, 15.7% 상승한 바 있다. AP통신은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때문에 개발도상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곡물을 수입할 달러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아프리카 지역은 전례 없는 가뭄으로 이미 심각한 식량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무역 전문가인 스위스 생갈렌 대학의 사이먼 에베넷 교수는 “흑해 무역은 여러 국가의 식량 안보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흑해곡물협정 중단은 높은 부채 수준과 기후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외부의 식량 지원을 필요로 하는 국가가 45개국에 달한다면서, 식량 가격 급등이 “우려할 만한 수준의 기아를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리처드 고원 유엔 국장은 “러시아가 협상에서 심술궂게 구는 쪽에서 전면적으로 방해하는 쪽으로 자세를 바꿨다”고 말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너태샤 홀 선임연구원은 “푸틴은 자신이 원하면 세계를 불태워버릴 수 있음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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