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영토 분쟁 지역에서 다시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더 큰 규모의 분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군 진지에 포격을 가하며 ‘반테러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아르메니아 민족주의자들의 군대가 완전히 철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아르메니아 군대의 전투 자산과 군사 시설 등만 정밀하게 무력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인 피해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지역 행정당국의 인권옴부즈만 게감 슈테파니안은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서 사망자가 27명이며 부상자는 200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부상자 중 29명은 민간인이며 16개 마을에서 약 7000명이 대피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르메니아 국영 뉴스는 아제르바이잔군의 대포, 미사일, 드론 공격 등으로 아동을 포함해 최소 5명이 숨지고 80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성명을 통해 “오늘 공습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민들에 대한 아제르바이잔의 전면적인 공격”이라고 반발했다.
이 일대는 코카서스 지역의 화약고로 꼽힌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의 일부로 인정되지만 아르메니아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의 지원을 받는 자치군이 활동하고 있어 무력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양국은 이 지역에서 2020년 6주간 무력 분쟁을 벌여 6000명 이상이 숨진 바 있다. 러시아가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며 중재에 나서 정전에 합의했지만 충돌은 그치지 않았다. 지난 6월에도 아르메니아 자치군 부대와 아제르바이잔 군인들 사이에서 총기 발포와 대응 포격이 오갔다.
이번 공격은 최근의 갈등이 누적되며 터져나왔다. 지난해 12월 아제르바이잔군이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아르메니아를 잇는 유일한 길목인 라친 회랑을 차단하고 주민 약 12만명에게 식량이 수입되는 것을 막은 이후 갈등이 고조돼 왔다고 CNN은 전했다. 이러한 봉쇄로 인해 아르메니아인 수천명이 아사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이날 오전엔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아제르바이잔의 고속도로 사업 담당 직원 2명과 군인 4명 등이 지뢰 폭발로 사망하면서 대응 공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나고르노-카라바흐 당국은 아제르바이잔에 즉각적인 대화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은 “반테러 작전을 중단하려면 불법적인 아르메니아 무장 단체는 백기를 들고 모든 무기를 포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전은 끝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메니아 내부에서는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고 BBC는 전했다.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아제르바이잔이 “인종 청소”를 목표로 지상 작전을 시작했다고 비난했으나, 자국 대응에 분노한 시위대 수백명이 수도 예레반의 의회 주변에서 총리를 “반역자”라고 규탄하며 사임을 요구했다.
국제사회는 확산을 우려하며 중단을 촉구했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1990년대 초반과 2020년 두차례 전쟁을 벌인 바 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아제르바이잔이 현재의 군사 활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적대행위가 시작되는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양측 모두와 접촉해 왔으며 분쟁을 풀 수 있도록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그곳은 아제르바이잔의 영토다. 아제르바이잔의 조처는 자국의 영토보전을 위한 것”이라며 “튀르키예는 해당 지역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작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카네기유럽재단의 코카서스 지역 전문가 토마스 드월은 “안타깝게도 끔찍한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몇달 동안 외교를 통해 피하려고 했던 세번째 전쟁”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