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러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다른 카드 없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사진)이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성공한다면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또다시 ‘핵카드’로 위협에 나섰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날 ‘러시아 해군의날’을 맞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러시아 영토를 점령하는 데 성공한다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인들은 적들의 반격을 막아내면서 우리 국민과 땅을 지키고 있다”며 “동시에 국제 분쟁도 예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우크라이나 ‘반데로프주의자’들의 공격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지원으로 성공해 그들이 우리 땅의 일부를 점령했다고 상상해 보라”며 “그러면 우리는 2020년 6월2일 발령된 대통령령에 따라 핵무기를 사용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데로프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의 극우 민족주의 지도자인 스테판 반데라(1909~1959)의 추종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반데라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협력해 파시스트 이데올로기를 옹호하고 폴란드인 학살에 가담해 ‘전쟁 범죄자’로 비판받는 인물이지만, 일부 세력에게는 ‘독립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민족주의 세력을 지칭하는 데 ‘반데로프주의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메드베데프가 언급한 대통령령은 2020년 6월 발령된 ‘핵억지력 분야 국가정책 요강’을 지칭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 대통령령에서 러시아와 동맹국 영토에 대한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 공격, 러시아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 등의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메드베데프는 이 대통령령을 거론하며 “적들은 러시아 군인들을 숭배해야 한다”며 “그들은 세계적 핵의 불길이 타오르는 것을 막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메드베데프는 푸틴 대통령이 2008~2012년 총리로 물러났을 당시 대통령직을 맡았던 푸틴의 최측근으로, 크렘린 내 대표적인 강경파 인사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여러 차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경고하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위협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