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와 전문가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맞춰 북·러 밀착은 미국 탓이라는 식의 주장을 폈다. 그러나 정작 중국 정부는 김 위원장 방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북·중·러 3각 밀착 구도가 부각돼 서방의 견제와 압박이 강화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3일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소식을 보도하며 북·러 정상회담은 두 나라에 대한 서방의 고립 정책 때문이라는 중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양진 중국사회과학원 러시아·동유럽·중아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은 “북한과 러시아는 현재 서방으로부터 전례 없는 외교적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양국 관계 강화는 서방의 고립 정책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북·러 밀착의 원인을 미국의 제재와 한·미 군사훈련으로 돌렸다. 군사전문가인 쑹중핑은 “미국의 제재는 북한과 러시아를 더 가깝게 만들었을 뿐이고, 전략적 동맹을 맺도록 자극했다”면서 “두 나라의 군사력은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 군사협력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북한과 러시아의 긴밀한 협력은 동북아에서 더 많은 분열을 야기한 잦은 한·미 군사훈련의 결과”라며 북·러 관계 강화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뿌린대로 거두는 것’에 비유했다.
그러나 정작 중국 정부는 김 위원장 방러와 양국 정상회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하고 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도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한과 러시아간의 사안”이라며 더 이상의 답변을 회피했다. 또 거듭된 질문에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서로 이어진 우호적인 이웃으로 현재 중·북 관계는 양호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김 위원장의 방중이나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공할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이런 태도에는 북·러 밀착을 바라보는 복잡한 심경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강조하지만, 북·중·러 3각 밀착 구도가 부각돼 서방의 견제와 압박이 강화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더욱이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이뤄지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 가능성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자체도 중국에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중국이 대미 외교 등에 있어 하나의 지렛대로 삼고 있는 대북 영향력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이와 관련해 “(북·러 밀착은)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를 복잡하게 할 수 있다”며 “중국은 스스로를 북한의 ‘큰 형’으로 여기며 북한과 러시아가 갑자기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러시아와 한데 묶이는 것도 미국과의 경쟁을 포함한 중국의 글로벌 전략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통일부 당국자도 “중국은 북·러간 밀착을 마냥 환영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면서 “중국은 북·러가 밀착하는 만큼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면서 대중 압박도 함께 커질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