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말할 게 아무것도 없다”며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회동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 행사와 관련해서는 12일 열리는 본회의에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5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에서 보도된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는 이에 대해 할 말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 정상회담 관련 협의가 실제로 진행 중인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아니오. (확인을) 할 수 없다”며 논평을 거부했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미국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이달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EEF)에 참석할 전망이라며 북·러 정상회담 계획에 대해 보도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NSC 대변인도 NYT 보도에 관한 경향신문의 질의에 “우리가 공개적으로 경고해 온 것처럼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협상은 활발하게 진전되고 있다”며 “우리는 김정은이 러시아와의 정상급 외교적 관여를 포함해 이러한 (무기 거래) 논의를 지속하기를 기대한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오는 12일 EEF 본회의가 열리며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최종 조율이 진행 중이다. 며칠 기다려달라”며 아직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바쁜 일정이 될 것이다. 본회의가 12일에 있을 것이라는 점만 말씀드릴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간으로 오후 3시에 열린다”며 “흥미로운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5∼8일 열린 EEF 행사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7일 본회의에 직접 참석해 연설하고 각국 주요 관계자들과 회담을 가진 바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지난달 31일에는 “러시아와 북한은 좋은 관계,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이를 더 발전시키고자 한다”며 “다양한 수준에서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에도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한을 교환했다는 미국의 발표에 대해서는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전날 북한과의 연합훈련 가능성에 대해 “왜 안 되겠는가. 우리는 이웃”이라면서 연합훈련이 ‘당연히’ 논의되고 있다고 말하는 등 러시아와 북한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내비쳤다.
한편 페스코프 대변인은 전날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정상회담의 목적은 흑해곡물협정 관련 의견을 교환하려는 것으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할 계획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흑해곡물협정은 다자간의 과정”이라며 “서방이 협정 조건 이행을 거부하고 있어 지속이 불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에 러시아와 튀르키예 양자간 논의로 구체적인 합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